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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물림 사고 연간 2000여 건…관리 소홀하면 주인이 처벌받는다

중앙일보 2019.04.11 14:55
경기도 안성시에서 60대 여성이 개에 물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맹견 관리의 허점이 지적되고 있다.
11일 경기 안성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전 7시55분쯤 안성시 미양면의 한 요양원 인근에서 산책하고 있던 A씨(62)가 갑자기 달려든 도사견에 팔과 다리, 목, 가슴 등을 물렸다. 그는 출동한 소방당국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5시간 뒤인 오후 1시16분쯤 과다출혈로 숨졌다.

A씨에게 달려든 개를 쫓던 요양원 부원장 B씨(44)도 도사견에 다리 등을 물려 치료를 받았다. 
산책하던 여성이 목줄 풀린 개에 종아리를 수차례 물렸다. [중앙포토ㆍ연합뉴스]

산책하던 여성이 목줄 풀린 개에 종아리를 수차례 물렸다. [중앙포토ㆍ연합뉴스]

A씨와 B씨를 문 도사견은 3년생 수컷으로 몸길이만 1.4m에 이른다고 한다. 요양원 측에 따르면 이 도사견은 원래 해당 요양원의 환자가 키우던 것을 원장 C씨(58)가 맡아서 관리해왔다. C원장은 요양원 인근에 9.9~13.2㎡의 개 사육장을 만들어 도사견 암수 2마리를 키웠다고 한다. "C원장이 청소하기 위해 사육장 문을 열었는데 개가 갑자기 뛰쳐나갔다"는 것이 요양원의 설명이다.
 
사고 도사견은 안락사, 원장은 입건 
이 요양원은 녹색 펜스로 6개의 개 사육장을 만들어 운영해 왔다. 여기서 10여 마리의 개를 키웠다고 한다. 그중에 도사견 2마리가 포함됐다. C원장이 사육장 문을 열었을 당시 도사견 2마리가 모두 밖으로 나왔다. 암컷 도사견은 C씨의 통제로 곧 얌전해졌지만 수컷 도사견은 주변을 걷던 A씨를 공격한 것으로 조사됐다. 요양원 측은 사고 직후 도사견을 안락사시켰다고 한다. 
경기도 안성에서 60대 여성이 도사견에 물려 숨지는 사고가 났다. 해당 도사견 등이 살고 있던 사육장. 이병준 기자

경기도 안성에서 60대 여성이 도사견에 물려 숨지는 사고가 났다. 해당 도사견 등이 살고 있던 사육장. 이병준 기자

도사견 [연합뉴스]

도사견 [연합뉴스]

C원장은 경찰에서 "청소를 위해 사육장에 들어가면서 문을 걸어 잠갔어야 했는데 반만 잠근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C원장을 중과실 치사와 동물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동물관리법이 개정되면서 맹견이 사람에게 신체적 피해를 주는 경우도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며 "C원장이 혐의를 인정하고 있긴 하지만 동물보호법을 어겼는지도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개 물림 사고 늘어나는데…관리는 허술
B씨를 숨지게 한 도사견은 맹견으로 분류된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맹견은 도사견,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테퍼드셔 테리어, 불테리어, 로트와일러 등이 포함된다. 특히 도사견은 투견을 위해 불도그, 세인트버나드, 불테리어 등 대형견을 교배한 맹견으로 유명하다. 몸무게가 30~100㎏에 이르고 힘도 세고 싸움도 잘한다. 
경기도 안성에서 60대 여성이 도사견에 물려 숨지는 사고가 났다. 해당 도사견 등이 살고 있던 사육장. 이병준 기자

경기도 안성에서 60대 여성이 도사견에 물려 숨지는 사고가 났다. 해당 도사견 등이 살고 있던 사육장. 이병준 기자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개 물림 사고로 병원 치료를 받은 환자는 6883명에 이른다. 

2015년 1842건, 2016년 2111건, 2017년 2405건 등 매년 증가세로 특히 날이 풀리는 4~10월에 집중된다. 개에 물려 다치거나 숨지는 사고가 잇따르면서 국회는 지난 2017년 10월 전체회의를 열어 맹견관리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가결하고 견주의 관리의무를 강화했다. 이에 따라 맹견 소유자는 목줄이나 입마개 등 안전장치를 하고 맹견 탈출을 방지할 수 있는 이동장치를 해야 하고 정기적인 동물 관리 교육을 받아야 한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초등학교 등은 물론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장소 등도 맹견을 출입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목줄과 입마개를 착용시키지 않아 사람을 다치게 한 견주에게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이, 사망에 이르게 할 경우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하도록 했다. 지난해 3월부터는 공공장소에서 목줄을 착용하지 않은 경우나 맹견에 입마개를 씌우지 않는 등 안전조치를 위반한 소유자에 대한 과태료가 1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상향됐다.
 
하지만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신고가 들어와도 개 주인이 현장을 떠나거나 단속을 거부하면 과태료를 부과하기 힘들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팀장은 "영국 등에선 맹견을 키우기 전 정부 등의 허가를 받게 하고 있지만 우리는 반려견 등록만 하면 되기 때문에 맹견에 대한 관리 감독 체계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맹견이라고 해도 모두 사나운 성격을 가진 것도 아니고 크기가 작다고 해도 공격성을 가지고 있을 수 있으니 남의 개를 함부로 쓰다듬는 행동 등은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성=최모란·이병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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