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어머니 한 풀었다”…강풍사고 숨진 할머니 산불 피해자 인정

중앙일보 2019.04.11 11:18
산불 발생 나흘째인 7일 큰 피해를 입은 강원 속초시 장사동 장천마을의 한 주민이 폐허가 된 집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산불 발생 나흘째인 7일 큰 피해를 입은 강원 속초시 장사동 장천마을의 한 주민이 폐허가 된 집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억울하게 돌아가신 어머니 한을 풀어드릴 수 있어 다행입니다. 이제 좋은 곳으로 가셨을 거예요.”

박석전씨 대피 방송 듣고 나갔다가 참변
고성 산불 피해 사망자 2명으로 늘어

 
강원 고성 산불 당시 강풍에 날아온 주택 지붕 등이 머리 위로 떨어지면서 숨진 박석전(70·여)씨가 산불 피해 사망자로 공식 집계됐다. 고성군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4일 오후 9시 54분쯤 죽왕면 삼포리 인근에서 산불 대피 방송을 듣고 마을회관으로 대피하던 중 주택 지붕 등이 머리 위로 떨어지면서 숨진 박씨의 사망사고는 산불 대피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라고 11일 밝혔다. 박씨가 피해자로 집계되면서 산불 피해 사망자는 2명으로 늘어났다.
  
대책본부에 따르면 당시 강풍으로 인해 고성 일대 산불이 확산함에 따라 이날 오후 8시 32분쯤 주민대피명령을 내렸고 이후 대피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고성에는 태풍과 맞먹는 초속 26.1m의 강풍이 불고 있었다. 숨진 박씨의 딸 안모(45)씨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어머니 한 풀 수 있게 도와주시고 좋은 곳으로 가실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며 “많은 분이 신경 써주고 걱정해주신 덕분”이라고 말했다.
지난 4일 강풍에 날아온 주택 지붕 등에 맞아 숨진 박석전(70·여)씨 사고 현장. [사진 유족 제공]

지난 4일 강풍에 날아온 주택 지붕 등에 맞아 숨진 박석전(70·여)씨 사고 현장. [사진 유족 제공]

관련기사
 
가족들은 숨진 박씨가 산불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1996년 고성 산불 당시 우사가 불에 타 소 10마리를 잃었다. 또 2000년 동해안 산불 땐 집을 잃었다. 이 때문에 박씨의 집은 화재보험까지 가입돼 있었다. 가족들은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94)를 모시고 사는 박씨가 산불 대피 준비를 하라는 마을 방송을 듣고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집 밖으로 나섰다가 참변을 당했다고 설명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사고 당일 박씨를 피해자 집계에 포함했다가 다음 날 산불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고 피해자 집계에서 제외했다. 당시 가족들은 “강풍에 날아든 지붕 등이 어머니를 덮쳤다. 어머니의 사망은 강풍에 의한 것으로 산불이 인근 지역에서 나지 않고 안내방송이 나오지 않았으면 확인하러 나가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대책본부는 박씨의 가족들이 인명피해를 신고하면 피해 상황 조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구호금 등을 지급할 계획이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는 재난으로 피해를 본 사람이 피해 상황을 해당 자치단체에 신고하면, 피해신고를 받은 지자체에서는 피해 상황을 조사하도록 규정돼 있다.
 
고성=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