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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붕괴]봇물 터진 ‘도시재생 뉴딜사업’…5년 예산이 4대강 두 배인 50조

봇물 터진 ‘도시재생 뉴딜사업’…5년 예산이 4대강 두 배인 50조

중앙일보 2019.04.11 11:00
지방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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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통영엔 조선산업이 호황이던 2010년만 해도 6개 중형조선소가 있었다. 하지만 조선업 불황이 덮치면서 신아sb 등 5개 업체가 차례로 문을 닫았다. 조선 협력업체도 줄줄이 폐업하고 실직자가 늘면서 지역 경제는 주저앉았다.
경남 통영시 도남동 신아sb 폐조선소 모습. 한때 수주 잔량 기준 세계 16위 였던 신아sb는 2015년 수주 감소로 파산했다. [뉴스1]

경남 통영시 도남동 신아sb 폐조선소 모습. 한때 수주 잔량 기준 세계 16위 였던 신아sb는 2015년 수주 감소로 파산했다. [뉴스1]

통영 sb조선소 부지 도시재생 뉴딜사업 지역 조감도. [중앙포토]

통영 sb조선소 부지 도시재생 뉴딜사업 지역 조감도. [중앙포토]

정부와 통영시는 조선소가 있던 통영시 도남동 일대를 지역 경제 회생의 발판으로 삼았다. 문재인 정부의 역점 시책인 도시재생 뉴딜사업(뉴딜사업)을 활용해서다. 2018년~2023년 신아sb가 있던 폐 조선소 부지를 포함해 도남동 일원 51만㎡에 사업비 1조1041억을 투입한다. 쇠퇴한 조선 산업 지역을 문화ㆍ관광 산업의 메카로 거듭나게 하려는 대형 프로젝트다. 미항과 청정지역, 크고 작은 섬들과 충무공의 한산대첩…. 천혜의 관광자원과 역사는 다른 지역에 흔치 않은 통영의 버팀목이다. 통영시 관계자는 “뉴딜사업은 통영 경제를 이끌어온 신아sb가 파산한 이후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지역민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충남 천안시 와촌동 일대는 천안역을 중심으로 한때 핵심 상권 지역이었다. 이른바 구도심(원도심) 이다. 하지만 2002년 천안과 아산 경계에 KTX 천안아산역이 생기면서 쇠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천안역은 무궁화호와 새마을호 열차만 다니는 소규모 역으로 전락했다. 주변 인구는 줄고 빈 점포가 늘었다.  
 
이곳은 2017년 뉴딜사업(중심시가지형) 지역으로 확정됐다. 2022년까지 모두 6219억원을 들여 개발사업을 추진한다. 도시형 공장 건물인 지식산업센터와 도시어울림센터를 짓는다. 천안시와 LH가 401억원을 들여 짓는 도시어울림센터(13층 건물)에는 연구 공간과 청년 주택(150가구)이 들어서고, 역세권 도시개발사업도 추진한다. 천안시 이경렬 뉴딜사업 팀장은 “수도권으로 이탈하는 천안지역 대학생이 이곳에서 창업하고 연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천안에는 11개 대학에 7만7000여명이 재학 중이다.

충남 천안시 와촌동 도시재생 뉴딜사업지구에서 천안시 관계자가 사업추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이곳에는 2022년까지 6219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남 천안시 와촌동 도시재생 뉴딜사업지구에서 천안시 관계자가 사업추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이곳에는 2022년까지 6219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프리랜서 김성태

 
뉴딜사업은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지방에 하나의 탈출구다. 사업비가 2018~22년 5년간 50조원이다. 4대강 사업 22조원의 두배를 넘는다. 사업은 규모와 지원 내용에 따라 다섯 가지다. 경제기반형(50만㎡·통영 등), 중심시가지형(20만㎡), 일반근린형(10만~15만㎡), 주거지지원형(5만~10만㎡), 우리동네살리기(5만㎡ 이하)가 그것이다. 지방 외에 광역시ㆍ거점 도시의 낙후 지역도 대상이다. 소규모 사업은 주로 구도심 재생이 많다. 뉴타운 사업처럼 대규모 철거 방식의 도시재개발 대신 기존 도심의 틀을 유지하면서 낡은 주거지를 정비하고, 구도심에 혁신 거점 공간을 조성한다. 국토교통부 도시재생정책과 김태훈 사무관은 “뉴딜사업은 산업쇠퇴, 지방소멸, 청년실업 등 지방이 당면한 문제 해결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딜사업은 박근혜 정부 때 본격화한 도시재생 사업이 원조다. 2014년 선도지역 13곳, 2016년 33곳을 지정했다. 문재인 정부는 도시재생 사업을 국정의 핵심 과제로 삼고 사업 이름에 ‘뉴딜’을 추가했다. 사업 유형도 다양해졌고 대상 지역도 크게 늘렸다. 과거의 중앙 정부 주도에서 주민 참여 거버넌스도 구축했다. 
 
지금 뉴딜사업은 봇물이다. 2017년 68곳, 2018년 99곳, 지난 8일 22곳 등 189곳을 지정했다. 올해 전체 선정 목표는 100곳이다. 지난해 99곳은 17개 광역단체별로 2~9곳으로, 경기도가 9곳으로 가장 많다. 농수산어촌지역(읍ㆍ면)도 23곳이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주민ㆍ지자체와 함께 경쟁력 있는 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과거 도시재생 사업 가운데 구체적인 성과를 내는 곳도 있다. 전남 순천이 대표적이다. 2014년부터 200억원을 들여 순천시 향동과 중앙동 일대 주거환경을 바꿨다. 빈집과 옛 파출소, 적산 가옥 등을 개조한 창작 스튜디오나 상점ㆍ식당이 꾸준히 늘고 있다. 화랑이나 공예점만 70곳에 이르는 문화의 거리로 변신했다.  
 
오래된 집이 많았던 금곡동 일대는 생태를 테마로 한 마을로 탈바꿈했다. 황학종 순천시 도시재생팀장은 “순천 도시재생사업은 건물 리모델링(생활문화센터)에 주민 의견을 반영해 성공한 사례”라고 말했다.

 
전남 순천시 문화의 거리 내 서문터정원.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조성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순천시 문화의 거리 내 서문터정원.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조성했다. 프리랜서 장정필

하지만 뉴딜 사업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지정 지역이 지나치게 많은 데다 유사 사업과의 중복 논란이 일고 있다. 뉴딜사업은 올해까지 대상 지역이 267곳이나 된다. 나라 전체로 보면 선택과 집중이 아닌 분산형이라는 얘기다. 규모가 적은 우리 동네 살리기나 주거지 지원형 사업은 현대판 새마을 사업이 아니냐는 비아냥도 나온다. 노후화한 원도심의 환경 개선에 주안점을 둔 사업이 적잖아서다.
 
그나마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않은 지자체는 사업을 하고 싶어도 못할 수 있다. 뉴딜사업 대부분이 정부와 지자체가 예산을 절반씩 부담하기 때문이다. 실제 뉴딜사업지구인 대전 중구청은 재정 형편 등의 이유로 많은 예산을 신청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김현수 교수는 “뉴딜사업은 혁신 성장의 플랫폼을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뉴딜사업과 비슷한 취지의 정부 사업은 한둘이 아니다. 지난달엔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농어촌ㆍ도시의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지구로 102곳(농어촌 72곳, 도시 30곳)을 선정했다. 일명 새뜰마을사업으로 소규모 뉴딜사업과 큰 차이가 없다. 지붕 개량, 소방도로ㆍ상하수도 설치 등 생활 인프라 확충과 문화ㆍ복지 사업을 지원한다. 올해 투입되는 국비는 175곳에 983억원이다. 여기에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촌 신활력 플러스 사업’도 있다. 이렇다 보니 한 기초단체가 복수로  사업을 추진하는 곳도 생겨났다. 국토연구원 서민호 도시재생센터장은 “도시재생 사업지구를 다소 무분별하게 지정한 데다 비슷한 사업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어 상당수 사업의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며 “뉴딜사업에 대한 중간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전남 순천시 금곡동 장안창작마당. 40여년간 삼겹살집으로 운영됐던 식당을 문화예술 창작공간으로 리모델링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순천시 금곡동 장안창작마당. 40여년간 삼겹살집으로 운영됐던 식당을 문화예술 창작공간으로 리모델링했다. 프리랜서 장정필

뉴딜사업의 지향점에 대한 논란도 적잖다. 대규모 사업을 빼면 이 사업이 지방 경제 재생의 돌파구가 될지에 대해선 의문의 목소리가 없지 않다. 지방 구도심 복원과 환경 개선 사업이 지역 경제에 도움은 되지만 일자리까지 보장하는 사업은 적다. 지방의 젊은이가 도시로 빠져나가 쇠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일자리 때문이다. 개발 사업으로 외지인이 찾아와 돈을 떨어뜨리는 곳도 도시 쪽이 많다. 
 
부동산 개발업자 배만 불렸다거나 부동산 투기를 유도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손혜원 의원이 부동산을 산 목포 뉴딜사업 지역은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투기 논란이 일었다. 목포시는 사업 지역의 높아진 임대료 부담으로 마을을 떠나는 원주민들이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목포 시내 부동산 관계자들은 “2~3년 사이 이곳 공시지가는 25% 정도, 평균 임대료는 3배 올랐다”고 전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도시 재생사업은 정부가 무작정 예산만 주고 어떻게 진행되는지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 같다”며 “누구를 위한 사업인지 냉정히 따져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전·순천·통영=김방현·최경호·위성욱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