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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도 감내하는 김연경… 그래서 월드클래스다

중앙일보 2019.04.11 10:28
11일 열린 터키리그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팀원들을 독려하는 김연경. [엑자시바시 홈페이지]

11일 열린 터키리그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팀원들을 독려하는 김연경. [엑자시바시 홈페이지]

주연급 기량을 갖췄지만 묵묵히 조연 역할을 해낸다. '배구여제' 김연경(31)이 알토란같은 활약으로 소속팀 엑자시바시의 승리를 이끌었다.
 
터키여자배구리그 엑자시바시는 11일(한국시간) 터키 이스탄불 부르한 펠렉 경기장에서 열린 갈라타사라이와의 터키리그 4강 플레이오프 1차전(3전2승제)에서 세트스코어 3-0(25-17, 25-18, 25-18)으로 이겼다. 정규시즌 1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엑자시바시는 8강에서 베일릭뒤지를 2연승으로 연파한 데 이어 4강 1차전도 승리하며 결승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엑자시바시에는 세계적인 날개공격수가 셋이나 있다. 세계 최고 라이트로 평가받는 티아나 보스코비치(세르비아), 미국 대표팀 핵심인 조던 라슨, 그리고 김연경이다. '연보라(연경-보스코비치-라슨)' 트리오를 앞세운 엑자시바시는 수퍼컵과 터키컵에서 정상에 올랐고, 리그까지 3관왕에 도전하고 있다.
 
하지만 김연경이 웃을 수만은 없는 처지다. 마르코 아우렐리우 모타 엑자시바시 감독이 김연경에게 많은 기회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터키리그는 코트에 외국인선수가 동시에 3명 밖에 나갈 수 없다. 모타 감독은 미들블로커 로렌 기브마이어(미국)를 기용할 땐 세 명의 날개공격수 중 주로 김연경을 제외한다. 공격전술 역시 보스코비치와 라슨 위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실제로 갈라타사라이와 경기에서도 김연경은 블로킹 1개 포함 6득점에 그쳤다. 스파이크 시도 자체가 13번 밖에 되지 않았다. 라슨은 17점, 보스코비치는 9점을 올렸다.
클럽세계선수권 조별리그 2차전 수프림 촌부리(태국)와 경기에서 미소짓는 엑자시바시의 기브마이어와 김연경(오른쪽). [사진 국제배구연맹]

클럽세계선수권 조별리그 2차전 수프림 촌부리(태국)와 경기에서 미소짓는 엑자시바시의 기브마이어와 김연경(오른쪽). [사진 국제배구연맹]

 
김연경은 이런 상황이 낯설다. 김연경은 한국, 일본, 터키, 중국 등 여러 리그와 팀을 거쳤지만 언제나 팀의 중심이었다. 국가대표팀에서도 김연경의 입지는 절대적이다.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는 게 쉽진 않았다. 시즌 초반엔 에이전트와 자주 통화를 나누며 고민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터키에서 만난 김연경은 "솔직히 내 역할이 조금 어색하다. 고민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김연경의 가치는 여전하다. 공격만 잘 하는 선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몸값이 이를 증명한다. 무엇보다 김연경 스스로 이 상황을 이겨내겠다는 의지에 차 있다. 김연경은 "리시브만큼은 자신있다. 팀내에서 내 역할을 찾아가고 있다"고 했다. 자신이 한 말처럼 김연경은 리시브에선 제 몫을 하고 있다.
 
갈라타사라이전에서도 김연경은 리시브 정확률 60%를 기록하며 상대 서브를 착실히 받아냈다. 기회만 온다면 잠잠한 김연경의 득점포는 언제든지 터질 수 있다. 지난달 25일 열린 페네르바체와 터키컵 결승이 대표적이다. 김연경은 당시 2세트 중반에야 교체로 출전했지만 16득점을 올리며 우승을 이끌었다. 3관왕에 도전하는 엑자시바시에겐 더없이 든든한 존재가 김연경이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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