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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사진관]버려진(?) 43명의 미국 역대 대통령들

중앙일보 2019.04.11 06:00
미국 버지니아주 크로커의 한 마을 농장에 가면 미국 역대 대통령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 볼 수 있다.
43개의 역대 미국 대통령 흉상이 9일(현지시간) 버지니아 크로커의 한 농장 부지에 설치되어 있다. 조지 워싱턴부터 조지 W 부시 대통령까지 모인 역대 대통령의 흉상들이 그 위상과 달리 곳곳이 훼손되어 있다.  [AFP=연합뉴스]

43개의 역대 미국 대통령 흉상이 9일(현지시간) 버지니아 크로커의 한 농장 부지에 설치되어 있다. 조지 워싱턴부터 조지 W 부시 대통령까지 모인 역대 대통령의 흉상들이 그 위상과 달리 곳곳이 훼손되어 있다. [AFP=연합뉴스]

넓이 1600㎡의 농장에 43명의 미국 역대 대통령의 흉상들이 놓여 있다. 하지만 자세히 바라보니 미국이 존중하는 대통령들답지 않게 흉상들의 여기저기가 훼손되어 있다.
총격으로 숨진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흉상의 뒤통수에는 커다란 구멍이 보이고, 로널드 레이건의 흉상에는 얼굴 곳곳이 갈라져 흠이 보인다. 일부는 코가 없고, 일부에는 눈물을 닮은 상처도 보인다. 줄지어 늘어선 대통령의 흉상들 맨 앞에선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 조각상도 세월의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있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 흉상의 뒤통수에 큰 구멍이 나있다. 흉상이 총격으로 숨을 거둔 그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AFP=연합뉴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 흉상의 뒤통수에 큰 구멍이 나있다. 흉상이 총격으로 숨을 거둔 그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AFP=연합뉴스]

이 흉상들은 휴스턴의 예술가 데이비드 아디케스가 미국을 빛낸 4명의 역대 대통령을 조각한 사우스다코타주의 랜드마크 러시모어 산 대통령 조각을 보고 영감을 얻어 제작했다. 아디케스는 이 흉상들은 워싱턴에 전시하고 싶었고, 사업가인 헤일리 뉴먼의 지원을 받아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 윌리엄스버그에 1000만 달러의 비용을 들여 4만㎡ 규모의 공원을 조성해 흉상들을 전시했다. 
윌리엄스버그의 프레지던트 파크라 불린 이 조각공원은 2004년에 문을 열었지만, 울창한 주변의 숲에 가린 공원의 위치 때문에 방문객이 많지 않았다. 재정난에 시달리던 공원은 2010년 문을 닫았고, 공원의 부지는 매각됐다. 
 
넓이 1600㎡에 달하는 농장 부지에 모인 이 흉상들은 휴스턴의 예술가 데이비드 아디케스가 제작한 것으로 버지니아주 프레지던트 파크에 전시되었던 작품들이다. [AFP=연합뉴스]

넓이 1600㎡에 달하는 농장 부지에 모인 이 흉상들은 휴스턴의 예술가 데이비드 아디케스가 제작한 것으로 버지니아주 프레지던트 파크에 전시되었던 작품들이다. [AFP=연합뉴스]

졸지에 애물단지가 된 흉상들은 갈 곳을 잃은 채 철거될 위기에 처했고, 공원 소유주들은 윌리엄스버그에서 약 11마일 떨어진 크로커 지역의 콘크리트 재활용 사업가 하워드 한킨스에게 이 흉상의 처분을 요청했다. 하지만 한킨스는 이 흉상들을 철거하지 않고 보존하기 위해 그의 가족 농장으로 옮겨왔다. 
 
높이 6m에 달하는 대다수의 흉상들이 조각이 떨어지고 금이 간 채 훼손되어 있다. [AFP=연합뉴스]

높이 6m에 달하는 대다수의 흉상들이 조각이 떨어지고 금이 간 채 훼손되어 있다. [AFP=연합뉴스]

흉상들을 운송 작업 역시 쉽지 않았다. 높이가 6미터에 달하는 흉상들은 그 무게만 약 6톤에 달했다. 흉상을 옮기기 위해 내부 철골 구조물에 기중기를 걸기 위해 뒤통수에 구멍을 내야 했다. 한킨스는 일주일간의 운송 작업기간 동안 5만 달러의 비용을 들여 조각품의 보존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대다수의 흉상이 크고 작은 손상을 입었다.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묻어나는 흉상들의 모습이 앙상한 나뭇가지와 겹쳐 을씨년스럽게 보인다. [AFP=연합뉴스]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묻어나는 흉상들의 모습이 앙상한 나뭇가지와 겹쳐 을씨년스럽게 보인다. [AFP=연합뉴스]

 
현재 크로커의 이 농장에는 43개의 역대 대통령의 흉상들이 모두 모여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흉상은 찾아볼 수 없는데, 오바마 흉상은 사우스다코타 블랙힐스의 또 다른 프레지던트 파크에서 놓여 있다. 공원이 문을 닫을 무렵 조각가인 아디케스는 오바마의 흉상 가격으로 6만 달러의 제시했고, 윌리엄스버그 공원은 이를 구매할 여력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킨스는 흉상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이다. 그는 지난 2016년 스미스소니언 잡지에 이 흉상들이 곧 다시 사용될지도 모른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의 계획에는 버락 오바마와 도널드 트럼프를 그의 거대한 수집품에 추가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9일(현지시간) 버지니아 크로커의 한 농장 부지에 설치된 43개의 역대 미국 대통령 흉상. 방문객들의 방문을 허락하지 않았던 하워드 한킨스는 최근 흉상을 관람할 수 있게 허가했다. [AFP=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버지니아 크로커의 한 농장 부지에 설치된 43개의 역대 미국 대통령 흉상. 방문객들의 방문을 허락하지 않았던 하워드 한킨스는 최근 흉상을 관람할 수 있게 허가했다. [AFP=연합뉴스]

 
우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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