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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노조 위법에는 눈감은 ‘반쪽 공정’

중앙일보 2019.04.11 00:35 종합 29면 지면보기
손해용 경제정책팀장

손해용 경제정책팀장

지난달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건설노조에 끌려가는 대한민국 건설시장, 국민들은 아시나요’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건설현장의 인력 채용이 기업을 통해 이뤄지지 않고 노조 뜻대로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청원자는 “자기네 조합원을 더 고용하라며 새벽부터 현장 출입구를 막고 출근하는 근로자를 불법으로 검문하고, 레미콘 차량까지 막아 레미콘이 굳어서 뒤돌아가게 만든다”며 “압박에 시달리다가 노조원 관리 명목으로 수천만 원을 건네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일을 잘한다면 무슨 걱정이겠지만, 비노조원이 5일이면 하는 작업을 노조원은 10일 이상 하는 경우도 있다”며 “놀면서 일했다고 일당을 갈취하고, 자기네끼리 모여 시위한 날도 일당을 달라고 한다”라고 하소연했다. 청원은 현재 약 3만5000명의 동의를 얻어 일자리 분야에서는 추천 수 1위에 올라있다. 며칠 뒤에는 ‘철근콘크리트공사업 종사자 일동’이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내용의 광고가 한 일간지 1면에 실리기도 했다. 내용대로라면 노조가 초법적 행위를 일삼은 것이다.
 
[일러스트=김회룡기자 aseokim@joongang.co.kr]

[일러스트=김회룡기자 aseokim@joongang.co.kr]

사실 법 위에 군림하는 일부 노조의 ‘갑질’은 비일비재하다. 지난해 11월 민주노총 화물연대가 트럭 수십 대로 경남 양산 성우하이텍 공장 출입로를 봉쇄한 게 대표적 예다. 납품이 불가능해진 회사는 6시간 만에 항복하고 ‘비조합원을 퇴사시키고, 민주노총 조합원을 쓰라’는 요구를 들어주었다.
 
일부 노조의 막무가내에 피해를 보는 곳은 기업만이 아니다. 노조의 공사장 행패에 하루 먹고 살기 어려운 건설 인부들은 허탕을 치고, 노조원 자녀·친인척 채용 강요에 젊은 취준생들은 일자리를 못 구해 좌절한다. 최저임금 인상과 경기 침체 등의 부작용으로 관련 업종의 일자리가 줄고 있는 마당에 일부 노조만 ‘밥그릇’을 챙길 수 있는 세상이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의 밥그릇을 위해 국가의 질서가 훼손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리한 요구를 들이밀며 관공서를 쳐들어가고, 이를 막는 공권력을 폭행하며, 시위 소음으로 시민의 일상을 망가뜨린다. 남들은 불법 행위를 저지르면 감옥에 가는데, 이 집단은 재판에 넘겨져도 온갖 이유로 실형을 면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느 정부보다 공정(公正)을 외치는 정부가 이런 불공정을 묵인하는 것은 참 아이러니다. 현 정부 출범에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이들에게 ‘불법행위 면허’를 줬다는 합리적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조그만 의혹만 나오면 빛의 속도로 압수수색에 나서고 미세한 혐의까지 들춰내는 기업 수사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손해용 경제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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