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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호의 시선] 초비상시국에 고육지책 휴가 가는 손학규

중앙일보 2019.04.11 00:35 종합 29면 지면보기
강찬호 논설위원

강찬호 논설위원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내일(12일) 하루 휴가를 간다. 4·3 재보선 참패로 당이 초비상 시국인데 휴가를 가는 이유는 간단하다. 당의 국무회의 격인 최고위원회의가 선출직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의 보이콧으로 열리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김관영 원내대표와 권은희 정책위의장, 김수민 청년위원장 등 3명을 출석시키면 회의를 열 수는 있다. 그러나 이들마저 해외순방 등의 이유로 참석이 어려워지자 손학규는 취임 반년 넘도록 간 적 없는 휴가를 택한 것이다. 문제는 휴가 갔다 온다고 ‘손학규 퇴진’ 목소리가 거센 당의 내홍이 봉합될 가능성이 없다는 거다. 그래서 휴가를 명분으로 ‘거취’ 고민에 들어갔다는 추측마저 나온다.
 

선거참패에 이언주 중징계 ‘역풍’
중도노선 외치나 전략·비전 부재
이대로 가면 당 깨질 위기 불 보듯

이미 손학규는 사흘 전 최고위원회의장에 들어가려다 ‘봉변’을 당했다. 하태경 최고위원이 ‘최후통첩’을 하겠다며 붙잡았기 때문이다. “재보선 참패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 못하겠다면 재신임 투표라도 받으라.” 하태경에 따르면 손학규는 얼굴이 벌게졌다. “절대 못 받는다”고 일갈했다. 하태경도 격분했다. “‘너희들(바른정당계 의원들)이나 나가’란 얘기 아닌가. 이젠 손학규를 퇴진시킬 전쟁이 불가피하다”
 
손학규가 궁지에 몰렸다. 지난 4·3 보궐선거에서 손학규는 30평대 아파트를 빌리고 2.5t 트럭에 올라타 유세에 올인했지만 3.57%의 득표율로 참패했다. 그러나 책임론이 제기되자 손학규는 오히려 자신을 ‘찌질이’라고 비난한 이언주 의원의 당원권을 1년 정지시키며 역공을 펼쳤다.
 
바른정당계 의원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하태경의 말이다. “손학규는 창원·성산에서 ‘자기 선거’를 했다. 선거 홍보물부터 손학규 사진만 가득했다. 대중에 더 호소력이 있는 유승민·안철수의 모습은 보이지 않더라. 결국 ‘두 사람 지우기’ 선거였다. 그러니 참패의 책임도 전부 손학규 몫이다. 지금 당 지역위원장 108명 중 ‘손학규 체제로 내년 총선 못 치른다’는 사람이 70명이 넘는다. 이들의 동의를 얻어 조기 전당대회를 열고 손 대표 불신임을 추진하겠다.”
 
손학규도 가만있지 않는다. 그를 만나 “이언주 징계가 과하다는 비판이 있다”고 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내 생각은 다르다. 당원권 정지 정도가 아니라 제명했어야 했다. 다만 그러려면 의원 총회에서 3분의 2가 동의해야 해 못했을 뿐이다.”
 
그럴 정도로 이언주가 잘못했나.
“나보고 ‘찌질하다’ 했다고 징계하겠나. ‘손학규가 창원·성산에 내려가 미래당 후보 지지율을 1% 올리면 그만큼 한국당 후보 지지율이 내려가니 안 된다’고 했기 때문이다. 미래당 의원이 어떻게 한국당 선거 운동을 하나. 그런 해당 행위가 어디 있나?”
 
‘한국당과 같이 가려는 의원은 나가라’란 뜻인데 당 윤리위의 이언주 징계 결정문엔 막말 등이 이유인 것처럼 돼 있다.
“그렇다. 결정문 보고 ‘좀 제대로 짚었어야지’ 하는 아쉬움을 품었다. 다만 나는 윤리위 결정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송태호 위원장이 내 고교 선배지만….”
 
문재인 정부가 워낙 독주하니 미래당이 한국당과 손잡고 싸워야 한다는 여론도 상당한 것 아닌가.
“한국당과 연대할 생각은 일절 없다. 우리가 존재를 유지하면서 보수를 끌어안으면 극우는 떨어져 나간다. 개혁보수와 중도, 개혁진보가 뭉쳐 수권세력이 만들어지는 거다.”
 
그러기엔 지금 미래당 존재감이 너무 미미한데.
“정책정당으로 간다. 또 중도정치가 우리 당 혼자만의 과제는 아니지 않나.”
 
민주평화당과 연대하겠다는 건가?
“지금 얘기할 때가 아니다.”
 
거대 여야의 1대1 혈투로 치러지는 재보선에서 제3당 대표에게 너무 가혹한 책임을 묻는다는 손학규의 항변이 이해 가지 않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손학규는 야당 본연의 임무인 정권 견제를 위해 창원·성산에서 야권 연대 등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시도하는 노력은 해야 했다. 또 한국당과 비슷한 목소리를 낸다는 이유로 이언주에게 당원권 정지라는 ‘사형선고’급 중벌을 내려 바른정당 계열 의원들의 반발을 자초했다.
 
더 큰 문제는 제3지대 중도보수통합만이 살길이라면서도 구체적인 로드맵을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내년 총선에서 바른미래당이 살아나려면 당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보수와 중도의 신뢰를 받는 블루칩 정당으로 거듭나야 하는데 그럴만한 비전도, 전략도, 인물 영입 노력도 찾아볼 수 없다. 유달리 진영정치에 올인하는 문재인 정부 치하에서 그런 손학규 리더십의 한계는 점점 더 부각될 수밖에 없다.
 
강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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