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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말바꾸기, 꼼수 요금제…5G소비자 우롱하는 이통사

중앙일보 2019.04.11 00:02 경제 2면 지면보기
김경진 산업2팀 기자

김경진 산업2팀 기자

#1. “(가상현실 콘텐트는 데이터가) 1시간에 25~30GB가 소모된다.”
(1일 박종욱 LG유플러스 전무)

“헤비유저 위해 데이터 무제한”
뒤로는 이용제한 독소조항 심어

 
#2. “5G는 헤비 유저(데이터 과다 사용자)를 반긴다. 그들이 서비스를 원활하게 사용하는 것이 목표다.”
(2일 이필재 KT 부사장)
 
5세대(G) 스마트폰이 개통되기 전 통신사들은 이렇게 큰 소리를 쳤다. 최대 13만원에 달하는 5G 고가 요금제를 출시해야 하는 명분도 당당했다. 5G 통신 시대엔 데이터 소모량이 폭발적으로 늘기 때문에 ‘무제한’ 요금제는 필수이며, 이를 위해선 소비자들이 고가의 요금을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린 5G라는 ‘핑크빛’ 판도라 상자에선 엉뚱한 것들이 튀어 나왔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조차 5G 신호가 잡히지 않아 LTE망을 이용해야 했고, 이마저도 신호 전환시 끊김 현상이 발생하기 일쑤였다. 여기에 ‘무제한’이란 광고 이면엔 ‘하루 사용량 53GB(또는 50GB)를 2일 연속 초과할 경우 이용 제한’이라는 꼼수도 발견됐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왜 비싼 돈을 내고 베타 테스터(결함을 점검하는 사람)가 되야 하느냐”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논란이 확산되자 이통사들은 급기야 “50GB는 일반인이 사용하기 힘든 데이터량이기 때문에 ‘사실상’ 무제한”이라며 ‘자기 부정’을 하기에 이르렀다. 2시간이면 50GB를 소진한다던 말(#1)은 하루 50GB를 사용하기 힘들다는 말로 바뀌었고, 헤비 유저를 반긴다더니(#2) 뒤로는 헤비 유저에 대한 ‘독소 조항’을 숨겨놓은 꼴이 됐다. 논란이 거세지자 KT는 9일 해당 조항을 삭제했다.
 
5G 통신 시대는 이통사로서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당장 연말까지만 놓고 봐도 얼마나 데이터 소비량이 증가할지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에 보완 장치를 마련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통사 입장에선 데이터 소비량을 가늠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여기에 혹시 모르니 이용 제한이란 안전장치를 넣어두는게 낫겠단 판단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개설된 기지국 수가 얼마인지, 현 시점에서 5G 통신이 가능한 지역은 어디인지 이통사는 알고 있다. 그럼에도 12만 5000원(SK텔레콤)과 13만원(KT)에 달하는 고가 요금제부터 내놓은건 너무했다. 마치 백화점에 진열된 갓 나온 ‘신상품(5G)’ 옷에 비싼 정가를 붙여 놓고 ‘세일’을 하는 꼼수를 보는 기분이다. 더구나 그 옷이 사실은 이월상품(LTE)이란 걸 알았을 때 소비자의 기분은 어떨까. 5G 커버리지의 확대 속도에 따른, 좀 더 정직하고 합리적인 요금제 개편을 기대한다. 
 
김경진 산업2팀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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