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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시간제의 역설…복더위에 경기도 버스대란 터지나

중앙일보 2019.04.11 00:02 경제 2면 지면보기
주 52시간 관련 대책이 추진되지 않으면 시내버스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용남고속 노조 파업 때 차고지에 서 있는 버스. [중앙포토]

주 52시간 관련 대책이 추진되지 않으면 시내버스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용남고속 노조 파업 때 차고지에 서 있는 버스. [중앙포토]

7월부터 300인 이상 노선버스에 ‘주 52시간 근로제’가 적용되면서 버스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대규모 시내버스 업체가 몰려있는 경기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자칫 적지 않은 시내버스가 멈춰서는 최악의 사태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 적용
대형업체 몰린 경기도 발등의 불
“여력 없어 … 노선 없애고 운행 단축”

10일 경기도의 시내버스 업체들에 따르면 주 52시간을 어느 정도 맞추려면 당장 3500명가량의 기사를 새로 채용해야 하지만 경력 있는 기사가 부족한 데다 늘어나는 인건비도 감당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시내버스 업체 대표는 “주 52시간을 맞추려면 기본적으로 1일 2교대로 가야 한다. 그러려면 예를 들어 100대의 버스가 있다면 기사를 지금보다 최소한 70명 이상 더 뽑아야 한다”며 “이 인건비를 뭐로 감당하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정 안되면 버스를 세워놓는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상당수 경기도 버스들이 비슷한 처지”라고 전했다.
 
적자 노선 폐지와 버스 운행 시간 단축 등을 기정사실로 여기는 업체들도 적지 않다. 한 업체 대표는 “1일 2교대를 위한 필요 인력을 다 채울 방법이 없다”며 “일부 노선을 줄이고, 첫차와 막차 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방법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일부에선 안전에 대한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경력 있는 1종 대형면허 소지자를 구하기 어려워 무경력자도 많이 채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과중한 근로로 인한 사고를 줄이겠다는 취지에서 주 52시간 근로제를 도입한 거로 아는데 현실적으로 무경력자를 뽑아서 시내버스 운행을 맡기려고 하니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업체들은 버스 요금이 대폭 인상되면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경기도는 수도권통합환승할인을 공동 시행 중인 서울과 인천에 요금을 같이 올리자고 요구하고 있지만, 서울이 난색을 표하고 있는 탓이다. 이 때문에 경기도의 시내버스 요금 인상이 언제 이뤄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경기도 안팎에서는 “이재명 지사가 경기도 단독으로만 요금을 인상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경기도민의 반발을 우려해서다.
 
노선폐지, 사원모집 안내문

노선폐지, 사원모집 안내문

게다가 노선 폐지나 운행시간 단축도 어려운 문제다.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영종 경기도 버스정책과장은 “적자 노선 폐지와 운행시간 감축 등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판단이지만 일선 시·군으로 가면 생각이 다르다”며 “주민들의 반발과 불편이 최소화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내년 1월부터는 이런 상황이 경기도를 넘어 전국적으로 확대된다는 점이다. 내년 1월부터 300인 미만 버스업체에도 주 72시간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기사 수급과 인건비 부담 등을 놓고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 박근호 전국버스운송사업연합회 전무는 “지방에는 영세한 업체들이 적지 않아서 주 52시간을 맞추는 데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에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오지섭 전국자동차노련 사무처장은 “시내버스 대란을 피하려면 지자체뿐 아니라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도 강구해야 한다”며 “시내버스 기사의 임금을 서울 수준으로 맞춰주지 않으면 지방에서는 기사 충원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동준 국토부 대중교통과장은 “적정 수준에서 요금 인상이 되면 많은 문제가 풀릴 것으로 기대한다”며 “대규모 노선 폐지와 운행 시간 조정은 주민 불편이 크기 때문에 최소화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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