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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조서로 재판하는 나라가 어딨나, 위헌이다"…자기 재판서 검찰 저격한 유해용

중앙일보 2019.04.10 18:00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기소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검찰 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형사소송법은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관련한 형사소송법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 박남천)는 유 전 연구관의 첫 공판준비기일 겸 위헌심판 제청 신청사건의 심문기일을 열었다. 준비기일은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어 유 전 연구관은 이날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뉴스1]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뉴스1]

 
"세계 어느 나라도 검찰 조서로 재판 안해"
유 전 연구관은 지난 1일 재판부에 형사소송법에 위헌소지가 있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법 조항에 위헌 소지가 있는지 헌법재판소가 심판할 수 있도록 재판부가 직접 제청해달라고 했다.
 
그가 문제 삼은 조항은 200조와 312조다. 200조는 ‘검사가 필요한 때 피의자의 출석을 요구해 진술을 들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유 전 연구관 측 변호인은 “출석요구권이 아무 제한도 없이 너무 포괄적으로 규정돼 있어 과잉금지 원칙 위반이므로 헌법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312조는 검찰 신문조서 내용을 법정에서 피고인이 부인하더라도 조서 내용이 다른 방법으로 증명될 경우 증거능력을 인정하도록 규정했다. 이에 대해선 앞서 2005년 헌법재판소가 5대4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변호인은 “세계 어느 선진국에서도 검사 조서로 재판하는 경우는 없다”며 “헌법재판관이 바뀌어서 충분히 다른 결론도 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 전 연구관 측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마찬가지로 검찰이 공소장 일본주의(一本主義)를 위배했다는 주장도 폈다. 공소장 일본주의란 검찰이 기소할 때 공소장에는 법원이 선입견을 갖지 않도록 범죄 사실만 기재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변호인은 “검찰이 신청한 증거에는 공소사실과 관련성 없는 사실들이 기재돼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 "재판에 도움 안 되는 주장 그만"
검찰은 유 전 연구관 측 주장에 난색을 표했다. 검찰 측은 “위헌법률심판 주장은 매우 이례적이고 공판 진행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의도”라고 반발했다. 이어 “공판준비 및 공판준비기일이 형사소송제도 개선이나 형사법 세미나도 아니고 본격적으로 피고인의 죄책을 논하는 자리가 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구했다. 재판부는 오는 24일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열기로 했다.
 
유 전 연구관은 대법원 근무 중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비선 의료진’ 김영재 원장 부부의 특허소송 진행 상황을 보고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 등으로 기소됐다. 퇴직하면서 대법원 문건을 무단으로 들고 나온 뒤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이를 파기한 혐의도 있다. 유 전 재판관은 지난해 9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가 시작된 이후 가장 먼저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기각됐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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