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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네타냐후 바람' 잠재웠다…'비비' 이스라엘 최장수 총리 예약

중앙일보 2019.04.10 16:20
 이스라엘 최장수 총리를 노리는 베냐민 네타냐후가 그에 대한 신임투표 성격으로 치러진 총선에서 가까스로 수성에 성공했다. ‘반(anti) 네타냐후’를 내세우며 무섭게 추격한 베니 간츠 청백당(카홀라반) 대표는 창당 두달 만에 ‘톱2’로 뛰어오른 데 만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총선 결과 35석 확보…우익 동맹과 연정 무난할 듯
막판 추격 '간츠 돌풍'도 넘어…'정착촌 합병' 새 불씨

9일(현지시간) 치러진 이스라엘 총선 결과를 기다리면서 리쿠드당 대표인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오른쪽)가 아내 사라 여사와 함께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선거 결과로 이스라엘 최장수 총리(5선) 자리를 예약한 상태다. [EPA=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치러진 이스라엘 총선 결과를 기다리면서 리쿠드당 대표인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오른쪽)가 아내 사라 여사와 함께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선거 결과로 이스라엘 최장수 총리(5선) 자리를 예약한 상태다. [EPA=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AP통신은 전날 치러진 총선 개표가 95% 진행된 상황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리쿠드당과 청백당이 각각 35석을 확보했다고 현지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연정 파트너인 우익 동맹의 의석 수를 합치면 65석에 이르러 총 120석인 크세네트(의회)의 과반을 무난히 차지할 전망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새벽 지지자들을 향해 "거의 상상할 수 없는 일을 해냈다"며 "나는 이스라엘이 5번째로 나를 다시 한번 (총리직을) 맡겨준 데 매우 감동했다"며 기뻐했다.
 
이스라엘 법에 따르면 총선 직후 레우벤 리블린 대통령이 연정 구성 가능성이 높은 당수를 총리 후보로 지명하고 연정 구성권을 준다. 이변 없이 네타냐후 총리가 연정을 구성하게 되면 ‘건국의 아버지’ 다비드 벤구리온 총리(1948~1953, 1955~1962년 재임)를 뛰어넘어 올 여름 최장수 총리에 오르게 된다. 네타냐후는 1996년부터 1999년까지 총리를 지냈고 2009년 두 번째 총리직에 오른 뒤 계속 집권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국민 신임투표나 마찬가지였다. '비비'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네타냐후 총리는 장기 집권에 따른 피로감에 이어 최근 뇌물수수와 배임 및 사기 등 혐의로 휩싸이면서 검찰 기소 위기에 내몰렸다. 이런 네타냐후를 선거 막판 측면 지원한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지난달 2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 뒤 골란 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하는 포고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달 2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 뒤 골란 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하는 포고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역대 어느 미국 대통령도 동의하지 않았던 사안을 이스라엘 우파의 요구대로 수용했다.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고 미 대사관을 이전했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중단했다. 워싱턴에 있던 팔레스타인 외교 사무소를 폐쇄하고 서안과 가자지구에 있던 미국 영사관도 닫았다. 2차 대전 이후 점령지를 영토화하는 것을 금지한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무시하고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했다. 선거 전날인 8일(현지시간)엔 느닷없이 이란의 혁명수비대(IRGC)를 외국 테러조직(FTO)으로 지정한다고 발표해 이스라엘 보수의 안보 불안심리를 자극했다.
 
이번 총선의 투표율은 약 67.8%로 2015년(71.8%)보다 4% 포인트 떨어졌고 특히 아랍계 유권자의 투표가 저조한 것으로 파악됐다. 40개 이상의 정당이 참여한 가운데 3.25% 이상 득표한 정당만 크세네트에 진출하게 된다. 대통령이 지명한 총리 후보가 42일 안에 연정을 출범시키면 총리직에 오르지만, 연정에 실패할 경우 대통령이 다른 정당 대표를 총리 후보로 다시 지명하게 된다.
 
비록 최종 승리를 얻진 못했지만 ‘간츠 돌풍’은 눈여겨볼만 하다. 2011∼2015년 군 참모총장을 지낸 간츠 대표는 참신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지난 2월 TV 앵커 출신 정치인 야이르 라피드와 손잡고 청백당을 꾸렸다. 간츠는 “안보가 불안한 게 아니라 네타냐후가 불안한 것”이라며 장기집권 총리의 부패 의혹을 부각시켰고 출구조사 때까지 승리를 낙관했다.
 
외신들은 부패 의혹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민심이 네타냐후 총리의 안정적 국정운영을 택한 것으로 이번 총선 결과를 분석하고 있다. 대외 정책과 관련해선 국제사회가 합의해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두 국가 해법'에도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내다본다. 두 국가 해법은 요르단강 서안와 가자 지구, 동예루살렘을 이스라엘에서 떼어내 팔레스타인 국가로 독립시켜서 양측이 국가 대 국가로 공존하는 것이다. 그러나 네타냐후가 선거 막판 “요르단강 서안 유대인 정착촌을 합병하겠다”고 폭탄 선언을 하면서 향후 분쟁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선거 전문가들은 이것이 우파 결집을 위한 포퓰리즘 선언이라는 편과 실제 실행에 옮길 가능성도 있다는 쪽으로 갈리고 있다.
 
강혜란 기자, 런던=김성탁 특파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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