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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 패스트트랙 얼마나 걸리나 계산해 봤더니…초조한 심상정

중앙일보 2019.04.10 05:00
심상정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심상정 위원장은 이날 '선거제 개혁을 위한 여야 4당의 노력이 좌초위기에 봉착했다'고 말했다. [뉴스1]

심상정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심상정 위원장은 이날 '선거제 개혁을 위한 여야 4당의 노력이 좌초위기에 봉착했다'고 말했다. [뉴스1]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9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여야 4당의 노력이 좌초 위기에 봉착했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지난달 선거제 개편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법안을 패키지로 묶어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지정)으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이 여당의 공수처 법안에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선거제 개편안 패스트트랙 논의까지 멈춰버렸다. 심 의원은 “더 이상 시간이 지체되면 패스트트랙 절차의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심 의원의 마음이 조급한 이유는 패스트트랙이 말처럼 ‘패스트(fast·빠름)’하지 않기 때문이다. 패스트트랙 절차가 시작되면 정개특위에서 최대 180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최대 90일, 본회의에서 최대 60일 논의된 뒤 본회의에 상정된다. 예를 들어 정개특위에서 선거제 개편안이 여야 이견으로 계속 의결되지 않으면 180일이 경과한 뒤 자동으로 법사위로 법안이 넘어간다. ‘패스트’트랙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 본회의에 법안이 상정되기까지 최대 330일 걸린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달 20일 국회에서 선거법 관련 패스트트랙 처리 논의를 위한 비공개 의원총회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방송카메라의 빨간 불빛. [뉴스1]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달 20일 국회에서 선거법 관련 패스트트랙 처리 논의를 위한 비공개 의원총회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방송카메라의 빨간 불빛. [뉴스1]

시간을 줄일 방법은 있다. 단계별로 법안을 빨리 의결하면 된다. 상임위에선 재적 위원 과반 출석, 과반 찬성으로 법안을 의결할 수 있다. 정개특위 소속 여야 4당 의원 수가 과반이기 때문에 선거제 개편안을 빨리 의결하는 게 가능하다. 다만 한국당이 안건조정회의를 요청하면 90일이 지난 다음 법안 의결이 가능하다. 즉 정개특위 계류 시간을 최대 180일에서 90일까지 줄일 수 있다.

 
법사위에선 시간 단축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여상규 의원이 위원장으로 버티고 있어서다. 의결을 위한 회의를 아예 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다음 단계인 본회의에선 문희상 국회의장 권한으로 60일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 요컨대 단계별 계류 시간을 정개특위 90일, 법사위 90일, 본회의 0일까지 줄여 패스트트랙 전체 소요 시간을 최대 330일에서 180일(6개월)로 단축시킬 수 있다. 다만 이는 바른미래당이 일사불란하게 여야 4당의 공조에 따를 경우에 성립하는 얘기다. 현재 바른미래당은 4·3 재보선 패배이후에 당이 내분 상태에 빠져 있어 당분간 패스트트랙 대오에 합류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럼 선거제 개편안은 언제까지 본회의에서 처리해야 할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소속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선거구를 정해야하는 법정 시한은 지난달 15일(선거 13개월 전)이었는데, 그 전에 선거제 개편안도 국회에서 처리됐어야 했다. 법정 시한은 이미 물 건너갔다. 20대 총선(2016년 4월 13일)의 경우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가 새로운 선거구 개편안에 합의한 날이 선거 50일 전인 2월 23일이었다. 이에 비춰보면 이론상 패스트트랙은 오는 7월 말 까지 시동을 걸면 된다. 그로부터 180일 뒤가 내년 2월 말이기 때문이다. 

 
2016년 선거구 획정으로 지역구가 쪼개진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국회 안행위 회의장 앞에서 피케팅 시위를 하고 있다. 선거구획정은 총선 때마다 합의가 쉽지 않은 이슈였다. [중앙포토]

2016년 선거구 획정으로 지역구가 쪼개진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국회 안행위 회의장 앞에서 피케팅 시위를 하고 있다. 선거구획정은 총선 때마다 합의가 쉽지 않은 이슈였다. [중앙포토]

하지만 실제론 일정이 훨씬 더 빡빡하다. 여야 4당이 앞서 합의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새로운 선거제에는 지역구를 28석이나 줄이는 내용이 담겨 있다. 과거 총선때 지역구 2~3석을 줄이는 것도 해당 지역의 엄청난 저항을 받아 정개특위가 쩔쩔매곤 했다. 이번에 28석이나 줄인다면 엄청난 소동이 벌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여권에서도 선거제 개편에 회의적인 의원들이 적잖다.
 
이에대해 심상정 의원은 “이번부터 선거구획정위가 독립적으로 선거구를 정하기 때문에 국회가 합의할 부분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획정위가 정하는 선거구제 개편안을 통과시킬 주체는 결국 정개특위이기 때문에 의원들의 반발이 극심할 경우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지역구 의원들의 충격을 줄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또 문희상 의장이 선거제 개편안을 곧장 본회의에 올리기도 부담스럽다. 게임의 룰인 선거제 개편안을 강행처리하는 건 초유의 일이라 국회가 파탄날 수 있다. 한국당을 달래는 제스처를 취하려면 여기서도 시간이 필요하다. 이래저래 범여권이 패스트트랙을 서두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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