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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인구 감소, 문경시장 편지와 상주시의 검은 넥타이

중앙일보 2019.04.10 00:26 종합 27면 지면보기
오영환 지역전문기자

오영환 지역전문기자

편지는 짧지만 메시지는 선명했다. “아이는 우리나라의 희망입니다!”로 시작했다. 저출산을 국가 존립 위기로 자리매김하고, 30년 후 현세대의 부모 부양의 짐을 언급했다. 결론은 출산 장려였다. “아이를 낳는 순간, 후세의 어깨는 가벼워진다”며 최고의 출산·보육 지원을 다짐했다. 경북 문경시가 지난달 신혼부부 등에 이런 내용의 시장 서한을 보냈다. 편지는 사생활 침해 논란도 일으켰다. 하지만 인구 절벽을 벗어나려는 몸부림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석탄 산지 문경 인구는 1970년대 16만명을 넘었다. 80년대 폐광과 더불어 줄더니 지금은 7만여명으로 반 토막이 났다. 자연 사망이 출생을 압도하면서다. 여기에 젊은이의 연어형 회귀는 연목구어다. 회생의 돌파구는 출산이나 전입밖에 없다.
 
문경의 인구 대책은 놀랍다. 인식 개선에서 출산·양육·귀촌까지 33개 사업을 펼친다. 출산 장려금은 파격적이다. 첫째 아이 340만원에 넷째 이상은 3000만원이다. 세 자녀 이상 가구의 학생 모두에 장학금도 준다. “낳는 대로 다 키워 드리겠습니다”는 슬로건은 빈말이 아니다. 재정 자립도 18%의 없는 살림에 고혈(膏血)을 짜는 문경의 대응은 눈물겹다. 지방 인구 유입의 보너스를 챙기면서 복지에 돈을 펑펑 써대는 수도권은 딴 세상이다.
 
문경 접경인 상주시도 인구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올 2월 인구 10만 명 선이 무너지자 시청 남자 직원들이 검은 넥타이를 맸다. 10만명 사수 결의의 표시였다. 상주 인구는 한때 26만명이었지만 인구 감소의 운명적 대세를 막지 못했다. 시에 인구 10만명은 하나의 마지노선이다. 2년간 밑돌면 행정조직을 줄여야 한다. 시 측은 단기 결전에 돌입했다. 외지 대학생·고교생의 주소 이전 캠페인을 폈다. 인구는 46일 만에 10만명을 회복했다. 그러나 방파제는 반석이 아니다. 윗돌 빼서 아랫돌 고였을 뿐이다.
 
두 지자체 움직임은 두 가지를 연상시킨다. 하나는 우리 정부 대응이다. 얼마 전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98명으로 발표됐다. 선진국에도 없던 저출산 쇼크다. 2006년 이래 약 150조원을 들인 대책의 성적표다. 나라의 틀이 달린 사안인데도 정부는 담화도 내지 않았다. 현 정부가 기존의 국가 주도 출산정책(출산율 목표 1.5명) 대신 전 세대 삶의 질 보장으로 기조를 바꾼 연장선상인 듯하다. 현 정책은 풀어보면 수치 목표 없는 장기전이다. 정치권도 조용하다. 5년 단임의 어느 정권 책임도 아니라는 생각이 깔려있는지 모른다. 모두의 책임은 아무의 책임도 아니다. 사회 저류엔 인구 문제 피로현상, 백약이 무효라는 체념이 흐른다.
 
다른 하나는 일본 대응이다. 아베 신조 내각은 저출산을 국난(國難)으로 규정했다. 2017년 중의원 해산을 “국난 돌파 해산”으로 불렀다. 목표는 출산율 1.8명(현재 1.43)과 인구 1억명 유지다. 일본은 고지 탈환형 총력전이다. 국가 리더십과 각계의 결기가 간단치 않다. 일본의 새 접근법도 주목거리다. 저출산 진단표에 ‘인구 이동’을 넣었다. 상대적 고출산율의 지방 쪽 젊은이가 저출산의 대도시권으로 몰리면 인구가 준다는 점에 착안했다. 새 처방에 지방 살리기가 들어갔다. 기존 대책과 국토균형 발전의 접목이다.
 
출산율이 0명대인 지금은 인구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호기다. 그렇게 해서 길을 찾지 못하면 나라 전체 역량의 문제다. 길을 알고도 가지 못하면 현세대 모두의 직무 유기다. 인구 문제에 ‘보이지 않는 손’은 없다. 작은 아이디어 하나라도 보태 나라의 활력을 되찾는 백화제방의 논쟁을 펴보자. 나라의 힘은 사람과 견실한 인구 동태에 있다.
 
오영환 지역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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