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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떠밀려 출마했는데”…러시아 시장 당선된 '무명' 20대 주부

중앙일보 2019.04.09 17:33
연금법 개혁 반대하는 모스크바 시민들. [연합뉴스]

연금법 개혁 반대하는 모스크바 시민들. [연합뉴스]

러시아 시베리아의 소도시 시장선거에 당선된 20대 주부가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야당인 자유민주당(LDPR) 당원 안나 셰키나(28)다. 셰키나는 당원의 의무에 등 떠밀려 할 수 없이 출마했다가 생각지 못하게 당선됐다.
 
셰키나의 당선은 선거운동도 거의 하지 않은 후보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 여당 후보를 물리친 '사건'으로 기록됐다. 특히 푸틴 정권에 대한 시민들의 반감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라 평가받는다.
 
9일 일본 아사히(朝日) 신문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인구 8만의 이르쿠츠크주 북서쪽 우스티일림스크시에서는 시장 선거가 열렸다. 
 
이번 선거에 집권여당에서는 통합러시아당 후보로 시의회 의장이 출마했고, 야당에서는 자유민주당 후보로 셰키나가 출마했다. 셰키나는 대학을 중퇴하고 6살 난 아들과 살고 있는 싱글맘으로 알려졌다. 그는 일정 직업이 없이 '주부'라는 직함으로 출마했다. 
 
셰키나는 자신의 SNS를 통해 "당(원)의 의무에 따라 할 수 없이 출마했다"고 밝혔다. 그는 선거운동도 거의 하지 않았다고 했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셰키나는 여당 후보를 6%포인트 앞선 44%의 득표율로 시장에 당선됐다. 셰키나 시장은 당선 후 자신의 SNS를 통해 "내가 이겼다. 해냈다. 이겼다"며 환호 글을 올렸다.
 
당초 야당 유력 후보는 셰키나가 아닌 야당 출신의 전직 시의원 등이 꼽혔다. 그러나 전직 시의원을 포함해 야당 측 무소속 후보 8명이 '서류 미비' 등의 이유로 출마를 거부당했다. 이 과정에서 유력 야당 후보 출마를 막기 위한 여당의 방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도 러시아에서는 유력 후보의 출마 거부 사례가 있었다. 2018년 3월 실시한 러시아 대통령 선거에서는 푸틴 대통령의 정적으로 통한 알렉세이 니발니의 출마가 허용되지 않는 바람에 푸틴 대통령이 사상 최고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그 해 가을 연해주 지사선거에서도 유력 후보로 거론된 공산당 후보가 재선거 출마에 거부당하자 푸틴 정권을 지원하는 일도 있었다. 
 
정치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가 출마 방해를 펼쳐온 여당에 반발한 시민들의 표가 셰키나에게 몰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여당에 대한 시민의 반발이 무명 후보가 승리를 거두게 할 정도로 커진 증거"로 해석했다. 러시아 민간 선거감시단체 '고로스'의 대표도 "연금개혁과 야당후보 배제에 대한 시민의 불만은 전국적인 현상"이라고 지적하고 "무명 주부의 승리는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며 앞으로도 파란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푸틴 정권과 통합러시아당의 지지율은 작년 여름 연금개혁 발표 이후 폭락한 뒤 회복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9월로 예정된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권 간부를 지사선거에 출마할 지사대행으로 임명하는 등 지원을 서두르고 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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