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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김학의 성폭력의 반전···녹음파일 100건이 쏟아졌다

중앙일보 2019.04.09 16:14
태국으로 떠나려다 출국이 제지된 김학의 전 차관이 지난 23일 새벽 인천공항을 빠져나와 귀가하고 있다. [JTBC 캡처]

태국으로 떠나려다 출국이 제지된 김학의 전 차관이 지난 23일 새벽 인천공항을 빠져나와 귀가하고 있다. [JTBC 캡처]

2013년 7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성폭력' 의혹을 수사하던 경찰이 김 전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씨 등에 대해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당시 검찰 수사팀은 경찰과 마찬가지로 '별장 성접대' 동영상에 등장하는 남성을 김 전 차관으로 지목하고 성범죄 혐의 입증에 수사력을 모으는 참이었다. 한 수사 검사는 "김학의가 맞습니다. 구속해야 합니다"라며 김 전 차관의 신병확보를 적극 주장했다고 한다.
 
"뭔가 좀 이상합니다." 하지만 반전이 일었다. 김 전 차관의 성범죄 입증을 위해 경찰 송치 기록을 살펴보던 한 검사가 기존에 알려진 사실과 배치되는 증거물을 찾아낸 것이다. 김 전 차관과 윤씨 등에 의해 강간과 폭행, 상습강요 등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던 최모씨와 권모씨가 나눈 대화 내용이 담긴 100여개의 통화 녹음 파일과 녹취록엔 사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 들어있었다고 한다.
 
檢, 녹음파일 100여건 분석…"김학의 무혐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중앙포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중앙포토]

'김학의 사건'은 권씨와 윤씨가 2012년 말 맞고소전을 벌인 게 발단이 됐다. 윤씨 부인이 윤씨와 권씨를 간통혐의로 경찰에 고소하자 권씨는 윤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맞고소했다.
 
녹취록엔 맞고소 과정에서 권씨가 최씨에게 "윤중천을 엮어야 한다" "피해자를 2~3명 더 모아야 윤중천을 구속할 수 있다"고 말한 내용이 들어있었다고 한다. 최씨가 권씨에게 "김 전 차관과 성관계를 하고 돈을 받은 게 있는데 그게 도움이 되느냐"는 취지로 말한 내용도 포함됐다.
 
당시 수사팀은 두 여성이 허위 진술을 위해 사전 모의를 했을 가능성을 포착하고 추가 수사에 돌입했다. 이후 최씨가 김 전 차관과 윤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시점인 2008년 3월, 자신의 삼촌을 윤씨에게 운전기사로 소개해준 사실을 확인했다. 또 최씨가 권씨에게 "윤중천과 나는 돈 문제만 빼면 그냥 인간적인 관계다"라고 말하는 대화 내용 등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할 수 있는 정황들을 다수 확인했다.
 
수사팀은 김 전 차관과 윤씨 등에 의해 성폭행 및 불법촬영 등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이모씨에 대해서도 진술의 신빙성이 부족하고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수사팀은 ▶이씨가 윤씨로부터 명품 숍 개업과 서울 역삼동의 전세보증금 등 경제적 지원을 받았고 ▶이와 관련해 윤씨가 이씨를 횡령 건으로 경찰에 고소했을 당시 경찰에 성폭행이나 폭행, 성접대 강요 등의 진술을 전혀 하지 않았던 점 등을 들어 이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봤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 등 사건 관련 재수사를 맡은 검찰 과거사위원회 수사 권고 관련 수사단장 여환섭 검사장이 1일 오후 수사단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뉴스1]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 등 사건 관련 재수사를 맡은 검찰 과거사위원회 수사 권고 관련 수사단장 여환섭 검사장이 1일 오후 수사단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뉴스1]

'김학의 수사단(단장 여환섭 검사장)'도 당시 정황이 담긴 녹취록 등을 넘겨받아 김 전 차관의 성범죄 관련 의혹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사단이 처음 사건을 인지해 수사를 벌였던 경찰의 부실수사 정황에 대해서도 들여다볼 가능성이 크다. 
 
"피해 주장 여성 무고"…김학의의 반격
한편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은 최근 서울중앙지검에 자신으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최씨 등을 '무고' 혐의로 고소했다. 법조계에선 김 전 차관이 성 관련 범죄 혐의 입증의 어려움을 간파하고 반격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은 김 전 차관의 고소사건을 형사1부(김남우 부장검사)에 배당했다. 다만 서울동부지검에 별도로 차려진 수사단이 김 전 차관의 성범죄 관련 수사를 본격화할 경우 사건을 넘길 가능성도 있다.
 
이와 별개로 수사단은 김 전 차관에 대한 뇌물 혐의 입증을 위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사단은 지난주 윤씨의 '오른팔'로 불리는 최측근 김모(52)씨를 불러 조사한 데 이어 최근 윤씨의 동업자였던 건설업자 A(54)씨도 소환 조사했다. 수사단은 윤씨 주변 인물들에 대한 조사 내용을 토대로 조만간 윤씨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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