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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한국 정부 ILO 핵심협약 비준 서둘러라"

중앙일보 2019.04.09 15:44
유럽연합(EU)이 한국 정부의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 이른 시일 안에 가시적 진전이 없을 경우 분쟁해결절차의 다음 단계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9일 고용노동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세실리아 말스트롬 EU 집행위원회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오전에는 이재갑 고용부 장관, 오후에는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을 잇달아 만나 현안을 논의했다. 
세실리아 말스트롬 EU 통상담당 집행위원. [EPA=연합뉴스]

세실리아 말스트롬 EU 통상담당 집행위원. [EPA=연합뉴스]

우리 통상 당국은 EU에 철강·상용차 등 주요 품목에 대한 수출 여건 개선을 요청했다. 철강의 경우, 수차례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EU가 철강 세이프가드 조치를 부과한 것에 대해 재차 유감을 표시했다. 지난 2월 2일부터 26개 수입 철강 품목에 세이프가드가 적용 중인데 한국도 냉연·전기강판 등 11개 품목이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이밖에 ▶한국산 중대형 상용차 승인 규제 완화▶원료 의약품 수출 서면 확인서 면제▶삼계탕 수출 허용도 우리 정부의 요청 리스트에 담겼다. 
 
우리 측은 중대형 상용차를 소량 수출하는 경우 EU의 형식 승인 일부를 완화하도록 EU 측에 계속 요청해왔다. 의약품의 경우 미국·호주·스위스·일본·이스라엘·브라질 등 6개국에 한해 의약품 서면 확인서를 면제하는 것을 한국까지 확대해 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EU는 한국 정부가 그간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조치를 충분히 취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공세를 펼쳤다. 말스트롬 집행위원은 "핵심협약 비준이 수년간 지연되고 있다"며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가시적 진전이 없을 경우 전문가 패널 개시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핵심협약 중 '노동조합할 권리'를 규정한 '결사의 자유'가 쟁점이다. ILO 핵심협약은 노조가 원하는 사람을 조합원으로 가입시킬 수 있다. 반면 우리 국내법은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조합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 자격을 법으로 규정해 이를 어기면 노조 활동을 불법화해 ILO 협약과 맞지 않는다. 우리 정부는 2010년 EU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서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지키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 EU는 한국이 ILO 핵심협약 중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협약(87호, 98호)을 비준하지 않은 점을 두고 FTA에 근거한 분쟁해결절차를 요청했다. 정부 간 협의 기간은 이날 만료 예정이며, 이후에는 전문가 패널들이 시정을 요구하는 보고서를 작성하게 될 전망이다. 
  
이재갑 장관은 "ILO 핵심협약 비준은 정부 국정과제로 관련 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고, 정부가 경사노위에서의 사회적 대화 등을 지원하는 등 비준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EU가 신뢰와 지지를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말스트롬 위원은 "경영계의 우려와 달리, ILO 핵심협약 비준이 오히려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한국 경영계 등에 핵심협약 비준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설명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세종=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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