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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앞둔 아베, 떠나는 이수훈 대사에 두가지 부탁했다는데…

중앙일보 2019.04.09 14:34
지난 8일 이수훈 주일대사로부터 이임인사를 받은 아베 신조(安倍晋三)총리가 한·일 양국 관계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징용 재판에 대한 한국측의 대책마련을 서둘러 줄 것을 요청했다고 9일 도쿄의 양국 소식통들이 전했다.
 

이수훈 대사 이임 면담서 '징용대책 속도'주문
참의원 선거 본격화땐 강경론 다시 꿈틀댈 우려
日 소식통 "선거전 본격화 이전에 매듭지어야"
선거에서 돌발적 외교 변수 출현 원치 않는 듯

일본의 새 연호가 발표된 뒤 아베 총리가 기자회견에서 선정 배경등을 설명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일본의 새 연호가 발표된 뒤 아베 총리가 기자회견에서 선정 배경등을 설명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소식통들에 따르면 8일 오후 3시 7분부터 20여분간 총리관저에서 이 대사와 마주한 아베 총리는 강원도 산불에 대한 위로의 뜻을 표명한 뒤 곧바로 양국관계에 관한 발언을 시작했다.  
 
아베 총리는 먼저 "양국 사이엔 여러가지 현안이 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한·일 관계가 급속하게 악화되지 않도록 잘 관리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어 양국 관계의 가장 큰 뇌관이 된 징용 재판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가 지금 징용재판에 대한 대책을 열심히 만들고 계신 것으로 아는데, 확실한 대책을 조속히 정리해 달라"는 취지로 언급하면서 "이를 문재인 대통령께도 잘 전해 달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8일 아베 신조 총리에게 이임 인사를 한 이수훈 주일한국대사.[연합뉴스]

8일 아베 신조 총리에게 이임 인사를 한 이수훈 주일한국대사.[연합뉴스]

아베 총리가 언급한 내용은 그동안 이낙연 총리와 총리실의 징용 문제 관련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진행돼온 정부 차원의 작업을 의미한다.  
 
지난해 10월말 대법원의 징용판결로부터 5개월이 지났지만, 정부차원의 입장 발표는 계속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한국 정부와 기업, 일본 기업이 참가하는 재단 설립안을 비롯 다양한 대책들에 대한 연구가 상당부분 진척된 상태라고 한다.  
 
징용 재판 원고측의 신청으로 법원에 의해 압류돼 있는 일본 기업들의 자산이 현금화되는 상황이 벌어지기 전에 한국 정부가 조속히 대책을 발표해 달라는 것이 아베 총리의 요청이다.  
 
아베 총리의 발언과 관련해 도쿄의 외교 소식통은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아베 총리가 ‘관리’와 ‘속도’를 양국관계의 화두로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21년 9월까지의 자민당 총재 마지막 임기를 남긴 아베 총리로서 7월 참의원 선거는 양보할 수 없는 승부처다.  
 
만약 이 선거에서 진다면 급속한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이 불가피하고 자신이 추진해온 외교안보·경제 정책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   
 
“한·일관계는 관리가 중요하다”는 말은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돌발적인 외교 악재의 출현을 바라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일본 정부 소식통은 “5월초 왕위계승 절차가 마무리되고 축제 분위기가 어느 정도 잠잠해지고 나면 일본은 참의원 선거 정국으로 급속하게 빠져들 것”이라며 “안그래도 강경 일변도의 자민당 국회의원들이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의 목소리를 더욱 높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참의원 선거전이 본격화되기 전에 양국이 해법을 찾지 못하면 일본내 강경론이 재차 꿈틀대면서 자칫 6월말 오사카 G20(주요 20개국)정상회의때의 문 대통령 방일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17년 독일에서 만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청와대 사진기자단

2017년 독일에서 만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청와대 사진기자단

이같은 일본 정부내의 우려가 총리 관저에 전달됐고, 아베 총리가 이 대사에게 ‘한국 정부의 조속한 대응’을 요청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 대사는 아베 총리의 발언에 “본국에 잘 전달하겠다”고만 답했다고 한다.
 
현재 한국 정부가 대내외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기본입장은 ‘징용 피해자들이 자기 돈을 들여 진행중인 법적 절차에 정부가 관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도쿄=서승욱ㆍ윤설영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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