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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과자’ 택시기사 15년전 저지른 성범죄 DNA 채취로 들통

중앙일보 2019.04.09 12:00
[연합뉴스]

[연합뉴스]

15년 전 부산에서 성범죄를 저질렀던 택시기사가 DNA 감정기술 발달로 덜미가 잡혀 재판에 넘겨졌다.  
 

택시기사 2004년, 2007년 성폭행 저질렀지만 미제로 남아
지난 2월 여자 승객과 실랑이로 경찰 조사 받던 중 DNA 채취
DNA 감정기술 발달로 택시기사가 15년 전 저지른 범행 드러나

 부산지검 여성아동조사부(윤경원 부장검사)는 2004년과 2007년 두 차례 여성의 집에 침입해 흉기로 위협하고 성폭행한 혐의로 고모(49)씨를 구속기소 했다고 9일 밝혔다.  
 
15년 전의 성범죄는 택시기사를 하던 고씨가 지난 2월 여성 승객과 실랑이를 벌여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드러났다. 여성 승객이 고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자 경찰은 고씨에게 DNA 추출을 요구했다. 강도나 강간 등 중대 범죄인 경우 피의자의 동의를 받아 DNA 추출이 가능하다.  
 
 잠시 머뭇거리던 고씨는 경찰의 요구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고씨는 2004년과 2007년 두 차례 성폭행을 저지르고 당시 피해자들을 화장실로 끌고 가 씻겼다”며 “증거가 남아있지 않는다고 확신한 고씨가 경찰의 DNA 채취에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채취한 고씨의 DNA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냈다. 분석 결과 2004년과 2007년 강간 미제사건의 범인 유전자와 일치했다. 경찰은 지난 3월 12일 고씨를 구속했다. 고씨는 자신의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2004년과 2007년 피해자의 몸에서 채취된 고씨의 DNA가 극소량이어서 완벽하게 분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산지검 관계자는 “DNA 표지자 항목이 총 21개 항목인데 2004년 피해자는 9개, 2007년 피해자는 16개 항목만 분석된 상태였다”며 “고씨는 분석되지 않은 표지자 항목이 있다는 이유로 범행을 부인했다”고 말했다.  
연구원들이 DNA를 분석하고 있다. [중앙포토]

연구원들이 DNA를 분석하고 있다. [중앙포토]

검찰은 최신 감정기술을 적용해 2004년과 2007년 추출했던 고씨의 DNA를 재분석했다. 다행히 DNA 21개 항목이 모두 분석됐고, 고씨의 DNA와 정확히 일치했다. 완벽한 증거 앞에 고씨는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고씨는 2004년 부산에서 김모(당시 19세)씨의 집에 침입해 김씨의 얼굴을 이불로 뒤집어씌운 뒤 도구를 이용해 위협했다고 한다. 김씨를 성폭행한 고씨는 화장실로 김씨를 끌고 가 씻겼다. 2007년 울산에 사는 윤씨(당시 15세)에게도 똑같은 수법으로 성폭행을 저지르고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  
 
피해자들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범인 DNA를 채취했다. 하지만 고씨를 범인으로 특정하지 못해 미제로 남았다. 검찰 관계자는 “2010년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등이 제정되면서 DNA가 확보된 성범죄의 공소시효가 15년에서 25년으로 연장됐다”며 “검·경의 DNA 데이터 공조로 자칫 묻힐 뻔한 성폭행 미제사건을 해결해 다행이다”고 말했다.
 
2009년 결혼한 고씨는 7살 난 자녀를 뒀다. 결혼 전까지 마약 투약, 주거침입, 절도 등 온갖 범죄를 저질렀다. 전과 경력이 있는데도 고씨는 10년 전 택시기사로 취업했다. 검찰 관계자는 “택시 회사가 범죄 경력이 있는 사람을 기사로 고용하면 안 된다는 강제 조항은 없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불특정 다수에게 서비스를 하는 택시 기사는 채용 조건을 강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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