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태영호 "北, 장기전 가닥…한미 정상회담에 관심 안보일 것"

중앙일보 2019.04.09 09:20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 [연합뉴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 [연합뉴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8일 "향후 북한은 북·미, 남·북협상에서 제재해제 문제에 촉박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자세를 보이기 위해서라도 남북경협 문제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태 전 공사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2019년 4월 1일부터 8일까지 한 주간 북한 동향을 살펴본 결과 북한은 자신들의 '단계적 합의, 단계적 이행방안'이 받아들여지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장기전을 준비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태 전 공사는 그 근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현지지도를 하면서 삼지연건설과 원산갈마해양관광지구 완공을 원래 계획보다 늦추도록 '속도 조절'을 지시했다는 점을 들었다. 북한에서 최고존엄인 김 위원장이 올해 북한에서 제일 중요한 대상계획 완공 시기를 2개씩이나 늦춘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태 전 공사는 "제재 장기화 국면에서 시간적으로 쫒기지 않겠다는 자신감을 보여주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또, 최근 북한 매체들이 4·27 판문점선언, 9월 평양선언, 6·12 싱가포르 합의 등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는 점도 주목할 점으로 봤다. 이는 북한이 하노이 회담 전에 남북합의 이행을 강조하면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 제재 해제에 대해 집착한 게 오히려 미국에 약점으로 잡혔다는 결론이 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건설장을 현지 지도했다고 6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건설장을 현지 지도했다고 6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태 전 공사는 북한이 올해 하반기까지는 대북제재를 버틸 수 있을 것으로 계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도 밝혔다. 지난 1월 있었던 북·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으로부터 올해 무상 경제지원을 받아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다만 김 위원장이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4월 11일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비핵화협상 탈퇴와 같은 '폭탄선언'을 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이 '폭탄선언'을 하면 미국이나 한국보다도 중국의 시진핑과의 관계가 틀어질 가능성이 커 차마 그런 용단은 내리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제재와 압박을 하면 북한으로서도 어쩔수없이 새로운 길로 가겠다는 식으로 다시 한번 엄포를 놓는 정도의 발언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태 전 공사는 김 위원장이 한미정상회담에도 별로 기대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태 전 공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방문 출발 전까지 남·북 사이에 특사 방문 등 접촉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북한이 우리 정부의 '굿 이나프 딜' 제안에 아무런 기대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에 기대를 가지고 있다면 지금까지의 '선 남북대화 후 한미대화 구도'를 유지할 것"이라며 "만일 이번 회담을 계기로 '선 한미 후 남북' 구도가 펼쳐지면 북한이 한국을 통해 미국의 압력을 받는 구도로 보일수 있으므로 남북대화에 더욱 흥미를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