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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1만엔권 지폐에 이토 히로부미 '절친' 시부사와 넣는다

중앙일보 2019.04.09 08:08
일본 정부가 신지폐 도안으로 사용될 초상화 인물을 9일 발표한다. 왼쪽부터 시부사와 에이이치(1만엔권), 쓰다 우메코(5000엔권), 기타사토 시부사부로(1000엔권)이다. [시부사와 에이이치 재단, 위키피디아, 일본국회도서관 홈페이지 캡처]

일본 정부가 신지폐 도안으로 사용될 초상화 인물을 9일 발표한다. 왼쪽부터 시부사와 에이이치(1만엔권), 쓰다 우메코(5000엔권), 기타사토 시부사부로(1000엔권)이다. [시부사와 에이이치 재단, 위키피디아, 일본국회도서관 홈페이지 캡처]

 
일본이 다음달부터 연호를 ‘헤이세이(平成)’에서 ‘레이와(令和)’로 변경하는 것에 맞춰 지폐 디자인도 일신하기로 했다. 우선 지폐 도안에 사용되는 초상화 인물이 모두 바뀐다. 

신연호 '레이와' 변경 맞춰 지폐도 교체
시부사와는 '일본 자본주의의 아버지'
5000엔권은 지금처럼 여성 초상화 써
1000엔권은 세균학자 기타사토로 변경
아소 다로 "2024년 상반기부터 유통"

 

1만엔권을 상징해온 근대사상가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의 초상은 40년 만에 ‘일본 자본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시부사와 에이이치(渋沢栄一)로 바꿀 예정이다. 
시부사와는 다이이치국립은행(현 미즈호은행)을 설립한 인물이다. 이 은행은 그의 얼굴을 도안으로 사용한 지폐를 제작해 대한제국에 유통시켰다. 
 
다이이치은행이 발행했던 1엔권 지폐로 지폐 도안에 쓰인 초상은 은행 설립자인 시부사와 에이이치다. 이 지폐는 대한제국 시절 국내에서도 유통됐다. [중앙포토]

다이이치은행이 발행했던 1엔권 지폐로 지폐 도안에 쓰인 초상은 은행 설립자인 시부사와 에이이치다. 이 지폐는 대한제국 시절 국내에서도 유통됐다. [중앙포토]

 
에도 막부의 가신이었던 시부사와는 1867년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만국박람회에 참석한 것을 계기로 프랑스에서 유학한 뒤 귀국해 주식회사 제도를 일본에 이식했다. 다이이치은행 외에도 도쿄증권거래소·도쿄해상화재보험·오지제지 등 다수의 기업을 세웠다. 메이지(明治) 신정부에선 대장성 관료로도 근무했다.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와는 여성 교육 신장 운동을 함께하는 등 막역한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위조방지 차원에서 지폐 다자인을 교체한다고 9일 발표했다. 위부터 새 1만엔권의 앞면(초상 인물: 시부사와 에이이치)과 뒷면(배경 그림: 도쿄역), 5000엔권의 앞면(쓰다 우메코)과 뒷면(등나무 꽃), 1000엔권의 앞면(기타사토 시부사부로)과 뒷면(후가쿠 36경 중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이다. [사진제공 일본 재무성]

일본 정부는 위조방지 차원에서 지폐 다자인을 교체한다고 9일 발표했다. 위부터 새 1만엔권의 앞면(초상 인물: 시부사와 에이이치)과 뒷면(배경 그림: 도쿄역), 5000엔권의 앞면(쓰다 우메코)과 뒷면(등나무 꽃), 1000엔권의 앞면(기타사토 시부사부로)과 뒷면(후가쿠 36경 중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이다. [사진제공 일본 재무성]

 
5000엔권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여성 도안을 쓴다. 여류작가 히구치 이치요우(樋口一葉)를 일본 최초의 여성 유학생이자 여성교육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쓰다 우메코(津田梅子)로 교체한다. 쓰다는 6세 때인 1871년, 메이지 정부의 구미시찰단인 이와쿠라(岩倉)사절단에 여성 유학생으로 선발돼 도미했다. 미국 가정에서 성장한 그는 일본으로 귀국해 죠시에이가쿠쥬쿠(女子英学塾·현 쓰다쥬쿠대)를 설립하는 등 여성교육에 힘썼다. 
 
1000엔권도 저명 세균학자를 계속 사용한다. 매독균을 발견한 노구치 히데요(野口英世) 대신 페스트균 연구자이자 파상풍 치료법 개발자인 기타사토 시부사부로(北里柴三郎)로 초상 도안을 변경한다. '일본 세균학의 아버지'로도 불리는 기타사토는 독일 유학파 내과의였다. 1894년 홍콩에서 유행한 페스트의 원인균을 찾아낸 것으로 유명하다. 제1회 노벨 생리의학상 후보에도 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각 지폐의 뒷면 도안도 바뀐다. 1만엔권은 도쿄역, 5000엔권은 등나무 꽃(후지·藤), 1000엔권은 우키요에(浮世絵) 대가 가쓰시카 호쿠사이(葛飾北斎)의 작품 <후가쿠 36경> 중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를 지폐 뒷면의 배경으로 쓰기로 했다.     
 
일본 지폐 1만엔권은 1984년부터 일본 근대사상가 후쿠자와 유키치의 초상화를 도안으로 쓰고 있다. [중앙포토]

일본 지폐 1만엔권은 1984년부터 일본 근대사상가 후쿠자와 유키치의 초상화를 도안으로 쓰고 있다. [중앙포토]

 
NHK는 “아소 다로(麻生太郎) 재무상이 각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신지폐 디자인을 공개하고 교체안을 정식 발표했다”고 9일 보도했다. 신지폐 발행과 유통은 당장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이날 아소 재무상은 "2024년 상반기부터 유통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위조를 막기 위해 지폐 디자인을 변경한다고 설명했다. 같은 이유로 500엔 동전도 새로운 위조방지 기술을 채택해 발행한다. 새 500엔 동전은 2021년부터 유통시킬 방침이다.   
 
일본 정부는 위조 방지를 위해 500엔 동전의 디자인을 바꾼다. 새 500엔 동전은 2021년부터 유통할 계획이다. [사진제공 일본 재무성]

일본 정부는 위조 방지를 위해 500엔 동전의 디자인을 바꾼다. 새 500엔 동전은 2021년부터 유통할 계획이다. [사진제공 일본 재무성]

 
일본에서는 연호가 시대를 상징한다. 일례로 ‘쇼와(昭和) 시대풍’이나 ‘헤이세이 마지막’ 등의 표현을 일상생활 곳곳에서 접할 수 있다. 그런 만큼 일본 정부는 새 연호 시작에 맞춰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지폐를 변경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는) 심리적인 면에서 호전을 노리고 개인 초상의 환기 등 경제적인 효과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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