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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스파이 작전 방불케한 비건의 하버드대 간담회

중앙일보 2019.04.09 07:42
 8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의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는 미국 측 북핵 협상 수석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오찬 간담회가 열렸다.
지난달 14일 뉴욕을 방문한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 최정 미주중앙일보 기자

지난달 14일 뉴욕을 방문한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 최정 미주중앙일보 기자

 
최대 30명 정도 들어가는 넓지않은 공간에서 케이터링한 음식을 함께 하며 진행되는 소규모 간담회였다. 지금까지 두차례 치러진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점검하고, 실무협상의 뒷얘기를 들어보는 자리였다. 케네디스쿨 벨퍼센터의 에릭 로젠바흐 소장과 코리아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존박 디렉터가 주관했다. 케네디스쿨 내에서 북한 문제에 관심이 많은 국제문제 전문가와 대학원생들이 주로 참석했다.
 
그러나 비건 대표는 이날 첩보작전을 방불케하는 보안을 유지하면서 현장을 지키던 미디어들을 철저하게 따돌렸다. 벨퍼센터 구조가 미로처럼 꼬여있기도 했지만, 비건 대표의 입장에서부터 퇴장은 모든 미디어와 접촉이 차단된 상태에서 진행됐다.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진행된 스탠퍼드대 강연 이후 작심하고 메시지를 띄우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행보를 보인 것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인사들의 전언을 종합해보면 비건 대표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때까지 제재는 계속돼야 한다”면서 “모든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대화의 모멘텀을 늦춰선 안되고, 3차 북ㆍ미 정상회담 개최를 확신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스탠스에서 벗어나지 않은 내용이고, 자신의 상관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최근 했던 발언수위를 넘지 않았다.
8일(현지시간)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오찬 간담회가 열린 벨퍼 센터 내부. 이 곳 3층에서 철통 보안 속에 치러졌다. 보스턴=심재우 특파원

8일(현지시간)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오찬 간담회가 열린 벨퍼 센터 내부. 이 곳 3층에서 철통 보안 속에 치러졌다. 보스턴=심재우 특파원

 
존박 디렉터는 “이미 처음부터 비보도를 전제로 하버드대 관계자들만 예약 참석할 수 있는 간담회였다”면서 “비건 대표 또한 이번 간담회를 앞두고 미디어에게 한마디도 할 수 없다며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한미 정상회담과 북한의 최고인민회의가 11일 같은 날 열린다는 점도 비건 대표의 입을 무겁게 만든 요인으로 꼽힌다. 남북미 3국 정상의 메시지가 동시에 나오는 날인 만큼 그 전에 실무협상 책임자인 비건 대표로선 말을 자제할 필요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이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강경모드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건 대표가 비슷한 수준의 메시지를 던져 북한과 대화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필요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 재무부의 대북 제재를 철회하는 등 참모들과 엇박자를 노출한 상황에서 더더욱 실무협상 책임자가 자유롭게 발언할 여지가 좁아졌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보스턴=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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