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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님 진상품 제주 고사리철이 돌아왔다…27일부터 꺾기 축제도

중앙일보 2019.04.09 01:01
매년 4~5월 제주 한라산에서 자라는 고사리. 최충일 기자

매년 4~5월 제주 한라산에서 자라는 고사리. 최충일 기자

옛 진상품으로 오르던 제주도 고사리가 제철을 맞았다. 고사리는 최근 내리는 봄비를 맞으며 자라기 시작한 것이 가장 연하고 맛이 있다. 이 때문에 제주도민들은 4~5월 잦아지는 비를 ‘고사리 장마’라 부른다. 이때 따는 고사리는 잎이 아직 펴지기 전이어서 사람이 주로 먹는 줄기 부분이 여리고 부드럽다. 5월 하순이 되면 이 줄기가 단단해지면서 식감과 맛이 떨어진다.
 
이맘때 제주도내 목장과 오름(작은화산체) 등지에는 아침부터 사람들이 몰려든다. 한참 맛이 든 고사리를 채취하기 위해 젊은이부터 나이 지긋한 노인까지 들판이나 산간을 찾는다. 고사리는 맛도 있지만 꺾는 작업 자체가 묘한 성취감을 준다. 고사리를 꺾어본 사람들마다 “수확철 고사리를 ‘툭’ 하고 꺾는 소리에 색다른 즐거움이 숨어 있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주로 관광객인 초보자들은 시야가 확 트인 들판이나 숲을 다니며 고사리를 꺾는다. 하지만 고사리꺾기 ‘고수’들은 숨겨둔 자신만의 ‘명당’을 찾아간다. 제주에서는 ‘고사리 명당은 딸이나 며느리에게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관광객들이 제주도 한라산 저지대에서 고사리를 꺾고 있다. 최충일 기자

관광객들이 제주도 한라산 저지대에서 고사리를 꺾고 있다. 최충일 기자

명당에 목을 매다 봄철이면 길을 잃는 사람들도 많다. 고사리는 제주의 중산간 지대에 주로 분포하는데 땅 밑의 고사리만 보고 걷다 숲속에서 길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발생한 고사리 채취와 관련한 길 잃음 사고는 111건에 달한다. 같은 기간 둘레길 탐방(35건)이나 오름 탐방(19건) 등에 따른 사고를 합친 것보다 훨씬 많다.
 
이에 소방안전본부는 지난달 18일 ‘길 잃음 안전사고 주의보’를 발령했다. 마을 지리에 밝은 의용소방대원 등을 안전길라잡이로 지정해 운영하는 제도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길 잃음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고사리 채취 시 반드시 길을 잘 아는 일행과 동행해야 한다”며 “부득이 홀로 산행을 할 때는 자신의 위치를 알릴 수 있는 휴대전화와 호각 등을 꼭 휴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사리 꺾기의 손맛을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고사리 축제도 열린다. 오는 27일부터 28일까지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 서쪽 들판에서 열리는 ‘제24회 한라산 청정 고사리축제’다. 고사리에 익숙한 마을 주민에게 고사리 꺾기 노하우를 배울 수도 있고, 직접 딴 고사리는 집으로 가져가 요리해 먹을 수 있다. 행사장에서는 고사리 건조 시연과 음식 만들기 체험도 할 수 있다.  
 
고사리는 ‘산에서 나는 소고기’라고 불릴 정도로 영양이 풍부하다. 특히 단백질·칼슘·철분·무기질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과거 ‘궐채(蕨菜)’라는 이름으로 임금께 진상됐다. 수확 후 말렸다가 1년 내내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제주산 건조 고사리는 소매가로 100g당 1만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된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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