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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회장 주총 패배 12일 만에 LA서 별세

중앙일보 2019.04.09 00:05 종합 1면 지면보기
조양호

조양호

재계 14위 한진그룹의 조양호(사진) 회장이 별세했다. 70세.
 
대한항공은 조 회장이 8일 새벽(한국시간) 0시16분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한 병원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고 이날 밝혔다.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경영권을 빼앗긴 지 12일 만이다.  
 
대한항공은 조 회장의 구체적인 사망 원인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조 회장은 지난해 11월부터 미국 현지에 머무르며 폐 질환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 회장이 폐가 굳어지는 병이 있었는데 검찰 조사 이후 병세가 심해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 이전까지는 업무보고도 받고 상태가 좋았는데 (사내 이사직 연임이 좌절된) 주주총회 이후 갑자기 상태가 나빠졌다”며 “이에 대한 충격과 스트레스를 받은 것 같다”고 전했다. 조 회장은 미국에서 치료를 받고 오는 6월 귀국할 예정이었다.
 
아버지인 한진그룹 조중훈 창업주(오른쪽)와 함께한 대한항공 부사장 시절의 조양호 회장

아버지인 한진그룹 조중훈 창업주(오른쪽)와 함께한 대한항공 부사장 시절의 조양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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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회장의 부인 이명희(70) 전 일우재단 이사장, 장남 조원태(44) 대한항공 사장, 장녀 조현아(45) 전 대한항공 부사장, 차녀 조현민(36) 전 대한항공 전무 등 온 가족이 조 회장의 임종을 지킨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 측은 운구·장례 일정과 절차는 추후 결정되는 대로 공개할 계획이다.  
 
조 회장의 운구는 미국 현지 사망확인서 발급과 항공편 확보 등으로 인해 최소 4일에서 7일가량이 걸린다.  
  
외환위기 때 역발상 극복 … 글로벌 인맥 동원 평창 유치
 
조양호 회장

조양호 회장

고(故)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장남인 조 회장은 1949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인하대 공과대 공업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남가주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74년 대한항공에 입사한 이래 45년 이상 항공·운송사업 외길을 걸었다. 정비·자재·기획·정보통신·영업 등 항공 관련 전 부서를 두루 거치면서 실무까지 겸비했다. 그가 ‘항공산업의 선구자’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 회장은 92년 대한항공 사장, 96년 한진그룹 부회장, 2003년 한진그룹 회장을 맡으며 선친에 이어 그룹 경영을 주도했다. 특히 97년 외환위기 극복 과정은 그의 경영 능력을 보여준다. 당시 대한항공이 운영하던 항공기 112대 중 임차기는 14대뿐이었다. 대부분 항공기를 자체 소유했다.  
 
2011년 대한항공이 첫 인수한 A380 항공기 조종석에 앉은 조 회장. [연합뉴스]

2011년 대한항공이 첫 인수한 A380 항공기 조종석에 앉은 조 회장. [연합뉴스]

조 회장은 항공기를 매각 후 재임차하는 방식으로 현금을 확보해 외환위기의 파고를 넘었다. 조 회장은 20년 동안 한진그룹을 이끌며 재계 순위 14위, 자산 규모 30조 5000억원의 회사로 키웠다.  
 
2017년 월셔그랜드센터 개관식에서 캘리포니아주 주요 인사들로부터 감사패를 받는 모습. [한진그룹]

2017년 월셔그랜드센터 개관식에서 캘리포니아주 주요 인사들로부터 감사패를 받는 모습. [한진그룹]

조 회장은 또 폭넓은 인맥과 해박한 실무지식으로 한국에서는 물론 글로벌 항공업계를 이끌었다. 그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스카이팀 창설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다. 2009년 겨울올림픽 3수에 돌입한 평창의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자신의 글로벌 인맥을 동원해 유치에 큰 역할을 했다. 이 때문에 재계 일각에선 “조 회장의 인맥과 네트워크가 아깝다”며 “비운의 재벌”이란 평가가 나온다.
 
2018년 1월 서울 광화문에서 평창겨울올림픽 성화봉송에 나선 조 회장. [연합뉴스]

2018년 1월 서울 광화문에서 평창겨울올림픽 성화봉송에 나선 조 회장. [연합뉴스]

재계는 “큰 별이 졌다”며 안타까워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조양호 회장은 지난 45년간 변화와 혁신을 통해 황무지에 불과하던 항공·물류산업을 일으켜 세계적인 반열에 올려놓았다”며 조 회장의 공로를 평가했다.
 
정치권에선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 진영에선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주의) 행사가 조 회장 사망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연금사회주의를 추구하던 문재인 정권의 첫 피해자가 오늘 영면했다”고 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말도 안 되는 얘기를 당 대표까지 하신 분이 하고 있다”며 “고인까지 정쟁의 도구로 삼는 건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곽재민·강기헌·문희철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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