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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과수 “피뢰기 연결선 절단 이상해” 전신주 장비 통째로 수거

중앙일보 2019.04.09 00:04 종합 12면 지면보기
피뢰기 연결선과 전선이 연결된 모습(위). 아래는 이 연결 부위를 덮는 커버. [독자제공]

피뢰기 연결선과 전선이 연결된 모습(위). 아래는 이 연결 부위를 덮는 커버. [독자제공]

강원 고성군에서 발생한 산불의 발화 지점 합동감식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피뢰기(避雷器) 연결선이 끊어진 점을 지적한 뒤 전신주에 연결된 전기시설 일체를 수거해 간 것으로 확인됐다.
 

고성 산불 원인 합동감식 중 지적
한전 “불량 발견돼 제거, 사고 무관”
경찰, 연결선 제거 과정 조사키로

8일 고성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산불 원인을 밝히기 위해 합동감식에 나선 국과수 관계자가 문제가 된 개폐기 케이블 외에도 개폐기와 피뢰기, 전선 등을 수거해 분석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국과수 관계자는 “피뢰기 연결선이 잘린 게 이상하다”는 요지의 질문을 한국전력 측에 했고, 현장에 있던 한전 관계자는 “최근 피뢰기 연결선을 인위적으로 제거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과수가 처음엔 불꽃이 발생한 개폐기 부분만 가져가려 했다가, 피뢰기 연결선이 잘린 게 이상하다 보고 한전 측과 문답을 주고받은 뒤 전신주에 설치된 전기시설물을 통째로 가져가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 분야에서 40여 년 일한 김모(65)씨는 “피뢰기 연결선이 끊어져 있을 경우 개폐기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개폐기는 전신주에 달린 일종의 차단기다. 피뢰기는 낙뢰나 과전류로부터 개폐기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다.
 
한전은 중앙일보의 피뢰기 연결선 절단에 대한 질문에 3개를 인위적으로 제거했다고 7일 밝혔다. 한전은 “피뢰기에 불량이 발견돼 정전 예방을 위해서 연결선을 제거했다”며 “규정상 3개가 연결돼 있어야 하는 게 맞다”고 했다. 이어 “피뢰기는 주로 낙뢰로부터 개폐기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이번 사고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피뢰기 연결선을 인위적으로 제거하는 과정에서 산불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개폐기 연결선을 건드렸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선로와 피뢰기 연결선, 개폐기 연결선이 가까운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20여 년간 전기기술자로 일한 김모(46)씨는 “개폐기 연결선 절단면으로 봤을 때 연결 케이블이 빠졌을 가능성도 있다. 피뢰기 연결선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누군가 건드렸는지도 조사해야 한다”며 “바람이나 외부의 충격 때문에 빠진 것인지 등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과수 관계자는 이날 오후 발화 지점을 다시 찾아 전신주를 뽑은 뒤 스파크에 그을린 부분을 도려내 국과수로 가져가 성분을 분석하기로 했다.
 
경찰은 국과수와 함께 피뢰기 연결선 제거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등을 단계별로 조사할 방침이다. 해당 전신주를 최근 공사하거나 점검한 적이 있었는지, 장비 교체 주기를 규정에 맞게 진행했는지도 조사할 계획이다.
 
고성=박진호·최종권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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