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장 300만원에 임대’ 불법 광고 연 1만2000건

중앙일보 2019.04.09 00:02 경제 4면 지면보기
통장매매 인터넷 불법 광고. [사진 금융감독원]

통장매매 인터넷 불법 광고. [사진 금융감독원]


“통장 임대 구합니다. 처음 빌려줄 때 100만원 지급한 뒤 매일 5만원씩 관리비를 드립니다.”

인터넷에 대포통장 매매 글 넘쳐
1년 새 적발 건수 9배나 급증
대출사기 등 주로 취약계층 피해

 
한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불법 통장매매 광고 문구다. 이처럼 통장을 거래하거나 서류를 조작해 대출을 받아준다는 불법 금융광고가 인터넷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인터넷 카페·게시판 등에서 적발한 불법 금융광고물은 1만1900건에 이른다. 2017년(1328건)에 비해 무려 9배나 증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불법 금융광고는 방송 통신심의위원회에 사이트 폐쇄나 게시글 삭제 등의 조치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상당수 불법 금융광고는 저신용자, 신용불량자, 주부 등 소득이 없거나 신용도가 낮아 제도권 대출이 어려운 금융 취약계층을 노린다. ‘24시간 급전 대출’ 등 미등록 대부업체의 불법 금융광고물은 4562건이 적발됐다. 전체 건수의 38%를 차지한다. 기존 제도권 금융기관의 상호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등록번호를 위조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 최근에는 ‘인스타에 공유하면 100% 커피 쿠폰 지급’ 등 사은품 제공으로 유인하는 광고도 많다. 이곳은 대부분 연평균 353%(대부금융협회 자료)에 달하는 불법 사채업체다.
 
허위서류를 이용한 일명 ‘작업대출’ 광고도 3094건(26%)에 이른다. 직업이 없는 무직자나 대학생을 상대로 재직증명서 등을 위·변조해 직장에 다니는 것처럼 속여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려준다는 것이다. 요즘 국내에서는 서류의 위조가 어려워지자 해외에서 법인기업으로 위장해 작업 대출을 알선해주고 있다.
 
대포통장으로 활용되는 ‘통장매매’ 광고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적발 건수만 2401건(20%)이다. 불특정 다수의 일반인은 물론 통장매매 전문업자 등을 대상으로 통장 매매 또는 임대 광고를 하고 있다. 매매 시 건당 최대 300만원까지 지급하고 임대할 때는 월별 임대료를 지급하겠다고 유혹한다. 통장 불법 매매가 늘어나면서 반대로 개인이 생활고를 호소하면서 ‘본인 통장을 팔겠다’는 광고도 눈에 띄게 늘었다.
 
신종 불법금융 수법도 생겨나고 있다. 청소년이나 대학생을 상대로 10만원 내외의 소액 현금을 2~3일간 대출해주는 ‘대리입금’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은 급전이나 용돈이 필요한 이들을 대상으로 카카오톡 등 소셜미디어로 접근한 뒤 수고비 명목으로 하루에 만원의 고액 이자를 요구한다. 또 휴대폰 소액 결제로 모바일 상품권이나 게임 아이템을 사서 넘겨주면 결제액의 30~50%를 수수료로 떼고 남은 돈을 현금으로 돌려준다는 불법 금융 광고도 많았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