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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스 4500만원’ 커피 시대

중앙일보 2019.04.09 00:02 경제 4면 지면보기
지난해 찾은 인도네시아 자바 섬 서쪽 ‘씨위데이’ 커피농장, 해발 1500m 농장으로 가는 길은 사파리 체험을 방불케 했다. 커피나무는 아열대의 밀림 속에 어지러이 흩어져 있었다. 농장의 리더 아키다디는 “적당한 그늘이 있어야 좋은 커피가 된다”고 했다. 야생 차와 비슷한 조건이다. 또 “농약·화학비료를 전혀 쓰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로 커피나무 잎과 체리위를 기어 다니는 자벌레가 눈에 띄었다.
 
씨위데이 농장은 180여 명의 농부가 각각 2헥타르(6600㎡)씩 경작하는 협동조합이다. 아카다디는 “전엔 채소를 심었지만, 유기농 커피로 대체한 후 소득이 3배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제값을 받은 덕분이다. 농부 아난은 “2006년 1㎏ 2500루피아(약 200원)였던 체리는 지금은 9000루피아(약 720원)가 됐다”며 “연간 17t의 체리를 생산해 1억5300만 루피아(약 1200만원)의 매출을 올린다”고 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체리는 네스프레소 등 글로벌 브랜드가 뉴욕선물거래소 평균(1.12달러)보다 두 세배 높은 가격에 전량 구매한다. 네스프레소는 2013년 씨위데이 농장에 ‘AAA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유기농 농법은 물론 지역 커뮤니티와의 상생 그리고 산림 보호까지 염두에 둔 품질 향상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8월, 파나마 스페셜티커피협회가 주최한 ‘베스트 오브 파나마’ 경매에서 ‘엘리다 게이샤(Geisha)’ 생두는 1파운드(453g) 803달러(약 91만원)에 팔렸다. 역사상 최고가로 1박스 가격(약 4500만원)이 금괴 1㎏(약 5400만원)과 맞먹는다. 스페셜티 커피 열풍의 한 단면이다.
 
2000년대 이후 등장한 스페셜티 커피는 스페셜티커피협회가 정한 기준에 따라 80점(100점 만점) 이상의 점수를 얻은 생두를 말한다. 김용덕(60) 테라로사 대표는 “제대로 된 커피 한 잔을 하고 싶은 욕구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김재완 산토리니커피 대표는 “독특한 캐릭터와 함께 이력 추적이 가능해야 한다는 점이 필수 조건이다. 그래서 산지와 직거래가 기본”이라며 “전 세계 상위 5%~7%만이 스페셜티 커피로 판정받는다”고 했다.
 
우종호(58) 한국커피품평협회 회장은 “인스턴트가 1세대, 첨가물 커피가 2세대라면 스페셜티 커피는 3세대”라고 말했다. 그래서 미국에선 ‘제3의 물결’이라 불린다. 바리스타 전주연(35)씨는 “스타벅스 커피가 쓴맛과 단맛이 특징이라면 스페셜티 커피는 신맛과 단맛에 과일 향 등 다양한 풍미를 낸다”고 말했다.
 
스페셜티 커피는 지금 한국에서 뜨겁다. 농부와 함께 스페셜티 커피의 한 축을 이루는 전 세계 커피 감별사 자격증 보유자 4500명 중 2500명이 한국인이다. 우 회장은 “치열하게 경쟁하는 한국 카페 시장이 스페셜티 커피 성장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상반기 블루보틀의 한국 상륙을 계기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블루보틀이 커피 소비문화를 바꿔놓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희은 유로모니터 선임연구원은 “론칭 초기 블루보틀에 대한 관심을 지속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스타벅스 리저브 등 기존 브랜드와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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