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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딱 망해 간 점집서 “그래 이거야”…운세 앱 창업 월매출 2억

중앙일보 2019.04.09 00:02 경제 3면 지면보기
운세 앱 ‘포스텔러’는 ‘K-POP을 사랑하는 집시’ 등 사연을 가진 캐릭터들이 운세 풀이를 해줘 인기다. 사진은 2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한 김상현(왼쪽)·심경진 포스텔러 공동대표. [장진영 기자]

운세 앱 ‘포스텔러’는 ‘K-POP을 사랑하는 집시’ 등 사연을 가진 캐릭터들이 운세 풀이를 해줘 인기다. 사진은 2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한 김상현(왼쪽)·심경진 포스텔러 공동대표. [장진영 기자]

한때 억대 연봉을 받다가 사업 실패로 2년 만에 월급 50만원을 받게 된 두 사람이 있다. 사업 실패 후 ‘운(運)이 다했나’ 자책하던 사내들이다. 그런 그들이 ‘운(運)’으로 다시 일어섰다. 국내 1위 운세 앱(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기준)인 ‘포스텔러’ 이야기다. 가입자 165만 명의 포스텔러는 유료 운세로만 한달 2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중앙일보는 지난 2일 경기도 판교의 포스텔러 사무실에서 이 회사의 창업자인 김상현(43)·심경진(43) 공동 대표를 만났다.
 

김상현·심경진 포스텔러 공동대표
네이버·카카오 나와 첫 사업 실패
“사주를 프로그래밍 해볼까” 도전
2000만 개 운세풀이, 1억건 이용

두 대표는 네이버·카카오 출신의 IT 인재다. 2014년 초 카카오에서 나와 파일 관리 스타트업인 ‘포퓰러스’를 차렸다. 스마트폰 속 비디오나 사진 등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기술을 토대로 했다. 2년 넘게 회사를 운영했지만 무료 서비스여서 매출은 0원에 그쳤다. ‘사업할 운명이 아닌가보다’하며 끙끙 앓던 심 대표가 혼자 점집을 찾았던 건 2016년 5월의 일이다.
 
점집에선 “주변 사람들이 본인을 힘들게 할 운이다. 마흔 셋부턴 잘 풀리겠다”고 했다. 심 대표의 점집 방문은 위안을 얻는데 그치지 않았다. 심 대표는 “사주나 운세는 나처럼 지친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몇 천 년간 사람들이 애용한 베스트셀러 아이템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둘은 의기투합 했다. 투자를 받기까지 1년 넘게 월급 50만원을 받으며 버텼다. 김 대표 아내(배현경 포스텔러 디자인 총괄이사)의 화실을 임시 사무실로 썼다. 회사 이름은 영화 스타워즈 속 명대사인 ‘May the force be with you(포스가 그대와 함께 하기를)’와 ‘Fortune teller(점술가)’에서 따왔다.
 
역술인마다 “사주는 프로그래밍화 못한다”고 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취미 삼아 사주 명리학을 10년 넘게 공부한 심 대표가 사주 법칙을 알고리즘으로 짜면 김 대표가 이를 프로그래밍 했다. 덕분에 2000만 개가 넘는 사주 조합을 쉽게 도출할 수 있었다. 한 예로 서비스 중 하나인 ‘상세 운세 풀이’는 개별 사주 팔자에 10년을 주기로 바뀌는 ‘대운’을 조합해 실시간으로 10만5600개의 운세풀이 결과가 나온다.
 
현대성도 가미했다. ‘여자가 관(官·직장 복이자 남자 복)이 발달하면 시집을 잘 간다’ 등의 시대와 안맞는 낡은 표현을 버렸다. ‘츤데레 타로마스터 고양이’ 같은 캐릭터를 만들고 ‘좋아하는 연예인과 궁합’ ‘친구 궁합’ 등 이색 콘텐트도 마련했다. 2017년 8월부터 입소문이 났다. ‘솔로 탈출하기 좋은 달(5만 건)’ ‘두근두근 썸 타로(3만 건)’ 등 인기 콘텐트도 생겼다. 2억원 선인 월 매출은 전체 서비스의 5%밖에 안되는 유료 서비스에서 나온다.
 
누적 이용이 1억 건을 넘다보니 세상의 흐름이 읽혔다. 12월엔 ‘짝사랑 고백할까요?’가 잘 나갔고 공채가 많은 3월엔 ‘직장운’ ‘면접 팁’ 이용이 잦았다. 무료 서비스 중 1위인 ‘재회운’은 반복해서 이용하는 사람이 많았다. 헤어진 옛 연인을 잊지 못한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날이 우중충하거나 미세먼지가 많아도 이용자가 많았다. 요즘은 하루 평균 7만~9만 명이 포스텔러를 이용한다.
 
포스텔러는 앞으로 별자리와 관상, 풍수지리 등으로 서비스 영역을 넓히고, 일본 등 해외로 진출한다는 목표다. 두 대표는 스타트업 창업을 꿈꾸는 이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스타트업은 ‘존버(있는 힘껏 버틴다는 의미)’다. 내 운의 ‘흐름’ 즉 때가 올 때까지 리스크를 어떻게 줄여갈지, 어떻게 버틸지를 고민해라.”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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