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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린의 뷰티풀 풋볼]'어퍼컷 세리머니' 클롭, 록키 발보아 꿈꾼다

중앙일보 2019.04.09 00:02
 
복서처럼 어퍼컷 세리머니를 펼치는 클롭 감독. 그는 29년 만의 리버풀 우승을 꿈꾸고 있다. [리버풀 인스타그램]

복서처럼 어퍼컷 세리머니를 펼치는 클롭 감독. 그는 29년 만의 리버풀 우승을 꿈꾸고 있다. [리버풀 인스타그램]

잉글랜드 프로축구 리버풀은 정규리그를 18차례 제패했다. 하지만 마지막 정규리그 우승은 1990년이다. 1992년 리그가 프리미어리그로 바뀐 뒤에는 우승이 없다. 2013-14시즌에 선두를 달렸지만 스티븐 제라드의 치명적인 실수로 맨체스터 시티에 역전우승을 내줬다.

리버풀, 29년 만에 리그 우승 도전
클롭 감독, 스웨그 축구 펼쳐
'마누라' 마네-피르미누-살라 47골 합작
업그레이드 게겐프레싱 펼쳐
영화 록키처럼 도전자로 KO승 꿈꿔

 
그랬던 리버풀이 29년 만에 리그 우승을 꿈꾸고 있다. 올 시즌 25승7무1패(승점82)를 기록하며 단독 선두다. 한경기를 덜 치른 2위 맨체스터 시티(승점80)에 승점 2점 앞서있다. 
 
2015년 10월 리버풀 지휘봉을 잡은 ‘괴짜 털보’ 위르겐 클롭(52·독일) 감독이 팀을 바꿔놓았다. 1m93㎝의 장신인 클롭 감독은 굵은 뿔테안경을 끼고, 덥수룩한 수염을 기르고, 트레이닝복을 고수한다.
 
골이 터지면 헐크처럼 주먹으로 자신의 가슴을 때리고 어퍼컷 세리머니를 펼친다. 지난해 12월3일 에버턴전 후반추가시간에 오리기의 극장골이 터지자,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채 그라운드에 난입해 골키퍼 알리송을 껴안았다. 클롭은 잉글랜드축구협회로부터 8000파운드(1133만원) 벌금 징계를 받았는데, 본인은 “멈추야겠다고 생각했을땐 이미 알리송과 가까워진 상태였다”고 고백했다.  
리버풀 공격 삼인방 마네와 피르미누, 살라. 세선수는 올 시즌 리그에서만 47골을 합작했다. [리버풀 인스타그램]

리버풀 공격 삼인방 마네와 피르미누, 살라. 세선수는 올 시즌 리그에서만 47골을 합작했다. [리버풀 인스타그램]

 
‘독일 상남자’ 클롭 감독은 그라운드에서 ‘헤비메탈 축구’를 펼친다. 록음악 헤비메탈처럼 요란하고 격렬한 축구를 구사한다.  
 
올 시즌 이른바 ‘마-누-라 라인’과 함께 정점을 찍는 모습이다. ‘공격 3인방’ 마네-피르미누-살라에서 이름 한글자씩 따서 붙인 이름이다. 모하메드 살라(18골)-사디오 마네(17골)-로베르토 피르미누(12골)은 리그에서만 47골을 합작했다. 토트넘의 델리 알리(D)-에릭센(E)-손흥민(S)-케인(K) 등 4인방의 이름 첫 글자를 딴 ‘DESK라인’보다 파괴력에서 앞선다. 
 
클롭 감독은 최전방부터 압박해 공을 가로챈 뒤 공격하는 전술인 ‘게겐 프레싱’을 창시한 인물이다. 그 전술로 2013년 독일 도르트문트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이끌었다. 
 
올 시즌에는 ‘게긴프레싱’을 일부 수정, 업그레이드했다. 상대팀 유인에 휘말려 수비 뒷공간이 뚫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압박 지점을 전방이 아닌 중원으로 한 칸 내렸다. 물론 상대를 압박하고, 상대보다 더 뛰고, 빼앗긴 공을 빨리 되찾아오는건 그대로다. 
 
특히 양쪽 풀백 앤드류 로버트슨과 트렌트 알렉산더 아놀드는 공격에 적극적으로 가담한다. 정확한 크로스로 둘이 합해 어시스트를 17개나 올렸다. 여기에 수비수 이적료 1000억원 시대를 연 중앙수비 판데이크와 골키퍼 알리송이 뒷문을 든든히 책임진다. 
 
리버풀 미드필더 출신 스탄 콜리모어는 영국 미러를 통해 “난 맨시티보다 리버풀 경기를 보는걸 더 선호한다”면서 “맨시티는 기계적이다. 패스, 패스, 패스, 패스, 패스, 골이다. 하키팀 같다. 반면 리버풀은 스웨거하고, 즐겁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스웨그는 힙합에서 허세를 부리듯 자유분방한 스타일이다. 
리버풀 뒷문을 든든하게 책임지고 있는 판데이크. [리버풀 인스타그램]

리버풀 뒷문을 든든하게 책임지고 있는 판데이크. [리버풀 인스타그램]

 
2006년 독일 월드컵 당시 독일 방송 ZDF 해설위원으로 활약했던 클롭 감독은 화려한 입담을 지녔다. 2008년 도르트문트 감독 시절엔 마인츠에서 사제지간이었던 차두리에게 대뜸 전화를 걸어 “넌 이제부터 우리팀 아시아 담당 스카우터다. 지금 스태프 회의 중이고 스피커 폰으로 연결돼 있다”고 농담을 건넸다. 클롭 감독은 차두리의 추천을 받아 이영표를 영입했다.
 
클롭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을 따뜻하게 안아준다. [리버풀 인스타그램]

클롭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을 따뜻하게 안아준다. [리버풀 인스타그램]

클롭 감독은 거칠지만 알고보면 가슴 따뜻한 남자다. 선수 시절 독일 2부리그 마인츠에서 뛴 클롭은 선수들의 마음을 잘 헤아린다. 딸의 수술을 앞둔 데얀 로브렌에게 “크로아티아로 가서 딸의 곁을 지켜라”며 휴가를 줬다. 도르트문트에서 사제지간이었던 누리 사힌은 “클롭이 부르면 벽을 뚫고서라도 가고 싶다”고 말했다.
 
클롭 감독은 지난해 10월 경기장에서 폭행당한 리버풀 팬을 위해 치료비 5000유로(650만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리버풀 시내에는 클롭 벽화가 등장했다.  
열광적인 응원으로 유명한 리버풀 팬. 리버풀은 홈구장 안필드에서 37경기 연속 무패를 기록 중이다. [리버풀 인스타그램]

열광적인 응원으로 유명한 리버풀 팬. 리버풀은 홈구장 안필드에서 37경기 연속 무패를 기록 중이다. [리버풀 인스타그램]

 
지난해 10월, 클롭 감독은 2015년 리버풀을 맡아 선수단 첫 만남 때 ‘TEAM’을 강조한게 알려졌다. 그는 “T는 상대하기 까다로운 팀(terrible to play against), E는 열정(enthusiastic), A는 야망(ambitious), M은 정신적으로 강한 기계(mentally-strong machines)”라고 설명했다. 올 시즌 리버풀은 상대하기 까다롭고 열정과 야망이 있으며 정신적으로 강한팀으로 변모했다.  
 
리버풀 클롭 감독은 록키 발보아처럼 KO승을 꿈꾸고 있다. [리버풀 인스타그램]

리버풀 클롭 감독은 록키 발보아처럼 KO승을 꿈꾸고 있다. [리버풀 인스타그램]

클롭 감독은 리버풀을 맡아 유럽 챔피언스리그(2017-18)와 유로파리그(2015-16), 리그컵(2015-16)에서 준우승에 그쳤다. 올 시즌 쿼더러플(4관왕)에 도전하는 맨시티와 리그 우승을 다투고 있다. 
 
클롭 감독은 올 시즌 개막전을 앞둔 지난해 8월 “리버풀은 이반 드라고가 아닌 록키 발보아가 되어야한다”고 말했다. 디펜딩 챔피언 맨시티가 이반 드라고라면, 리버풀이 도전자라는 의미다. 영화에서는 록키가 KO승을 거둔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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