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두환 측 "법정서 졸았던것 사과, 재판 서울서 받게 해달라"

중앙일보 2019.04.08 18:52
 
검사 측, 자료 500건 책상에 ‘수북’
지난달 11일 전두환 전 대통령 재판을 보기 위해 광주지법을 찾은 시민이 사죄를 촉구하고 있다. 오른쪽은 전 전 대통령. 중앙포토

지난달 11일 전두환 전 대통령 재판을 보기 위해 광주지법을 찾은 시민이 사죄를 촉구하고 있다. 오른쪽은 전 전 대통령. 중앙포토

8일 오후 광주지법 201호 법정. 재판을 앞두고 검찰 측 책상에 쌓인 두툼한 서류철이 눈에 띄었다.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88) 전 대통령의 유죄 여부를 가릴 증거서류들이다. 약 70㎝ 높이로 책상 위에 3열로 쌓인 A4용지 더미로 인해 재판정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검찰 측은 이번 재판에 500여 건의 자료를 증거로 제출했다.

8일 재판서 검사 측과 열띤 ‘공방’
“광주관할 아니다”…법원 옮겨달라
5·18 헬기사격 놓고도 “인정 못해”
전두환 불출석…11일 졸았던 것 사과

 
이날 재판은 전 전 대통령이 불출석한 가운데 공방이 이어졌다. 재판 쟁점인 5·18 당시 헬기사격 및 재판관할 이전 여부를 놓고 검찰과 변호인 측이 팽팽히 맞섰다. 전 전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부인 이순자(80)씨와 법정에 선 것과 달리 이날은 출석하지 않았다. 이날 진행된 공판준비기일은 공판기일과 달리 피고인이 반드시 출석해야 할 의무가 없다.
 
전 전 대통령 측은 초반부터 재판관할 이전을 강하게 요구했다. 재판이 진행되는 법원의 토지관할(土地管轄)을 놓고 20분이 넘도록 검사 측과 반론과 재반론을 거듭했다. 전 전 대통령 측은 “피고인이 원거리에서 재판을 받는 만큼 서울에서 재판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변호인인 정주교 변호사는 “재판 관할을 고소인의 주소지로 기소한 것은 잘못됐다”며 “굳이 관할권이 없는 광주에 기소한 것은 재판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행위”라고 말했다.
 
지난달 11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광주지법에 도착한 후 재판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걸어가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달 11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광주지법에 도착한 후 재판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걸어가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2017년부터 재판이전 신청…법원 기각
이에 대해 검사 측은 “집필행위나 출간행위가 광주에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원을 옮겨야 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범죄로 인한 피해 발생지나 고소인 측의 주소 등을 감안할 때 광주에 관할이 있다”고 반박했다. “회고록이 전국에 배포된 만큼 광주도 피해 발생지에 해당하는 데다 조 신부의 묘지(담양)나 유가족의 주소가 광주지법 산하에 있다”는 주장이다. 양측의 주장이 가열되자 재판장인 장동혁 부장판사는 “관할 문제는 재판부에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법원은 수차례 제기된 전 전 대통령 측의 재판 관할이전 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전 전 대통령은 앞서 『전두환 회고록』을 둘러싼 소송이 진행된 이후 꾸준히 법원 이송신청을 해왔다. 5·18민주화운동이 전개된 광주에서 재판이 열릴 경우 자신이 불리하다는 판단에서다. 2017년 6월 ‘관할 법원을 서울 서부지법으로 옮겨 달라’고 신청한 게 첫 번째 요청이다. 당시 5월 단체들은 『전두환 회고록』에 대한 ‘출판 및 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였다.
 
양측은 쟁점인 5·18 당시 헬기사격 여부를 놓고도 공방을 벌였다. 조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헬기사격 여부부터 밝혀야 하기 때문이다. 전 전 대통령은 자신의 회고록에서 5·18 때헬기사격을 증언한 조 신부에 대해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일 뿐”이라고 썼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5·18 당시 헬기사격이 있었다는 것 자체가 거짓증언이라는 주장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부인 이순자씨. 중앙포토

전두환 전 대통령과 부인 이순자씨. 중앙포토

5·18 헬기사격 등 모두 부인
이에 검찰은 5·18과 관련한 국방부 특별조사위 조사 결과와 국가기록원 자료, 국과수 전일빌딩 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전 전 대통령을 기소했다. 전 전 대통령 측은 이날 검사가 제출한 증거 대부분을 인정하지 않았다. 5·18 헬기사격을 주장한 목격자 진술이나 국방부 특조위 백서, 국과수의 전일빌딩 감정서 등에 대해서도 모두 부인했다.
 
한편 전 전 대통령 측은 지난달 11일 재판 당시 졸았던 데 대해 사과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정 변호사는 재판에 앞서 “(전 전 대통령이) 긴장해서 법정에서 조는 등 결례를 범한 데 대해 사과의 말씀을 전했다”고 재판장에게 말했다. 그는 앞서 열린 재판 과정에서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여 비난을 샀다. 다음 재판은 다음달 13일 오후 2시에 열린다.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