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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년 만에 ‘화려한 귀환’→‘수난 시대’…올드보이 리더십 위기

중앙일보 2019.04.08 06:00
왼쪽부터 지난해 당대표에 선출된 후 당원들에게 인사하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연합뉴스]

왼쪽부터 지난해 당대표에 선출된 후 당원들에게 인사하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연합뉴스]

지난해 8~9월 여의도의 ‘핫 이슈’는 ‘올드보이의 화려한 귀환’이었다. 1980~1990년대 정치를 시작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각 당의 대표로 뽑히면서 정치의 전면에 나섰기 때문이다. 속도전 시대에 등장한 노익장은 참신한 반전이었고, 경륜의 리더십에 거는 기대 또한 컸다. 하지만 반년 이상 지난 지금, 여의도의 키워드는 ‘올드보이의 수난’으로 바뀌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지난 2일 경남 창원 성원주상가 삼거리에서 여영국 정의당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지난 2일 경남 창원 성원주상가 삼거리에서 여영국 정의당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0대 5 패배 이해찬
국회의원 선거구 2곳과 기초의원 선거구 3곳에서 실시된 4ㆍ3 재보선에서 민주당은 단 한 곳에서도 승리하지 못했다. 단일화 후보인 정의당 여영국의 승리가 있지만, 민주당 입장에서 수치로는 0대 5 패배다. 이해찬 대표는 경남 통영ㆍ고성에는 세 번, 정의당과 후보 단일화를 이룬 경남 창원성산에는 두 번 지원 유세를 갔다. 창원에 원룸을 잡고 지원 유세를 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모습과 대비됐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선거 패배의 이유를 이 대표에게 돌리는 분위기가 있다. 한 비주류 의원은 “이 대표는 누가 봐도 이번 재보선에서 열심히 선거 운동을 하지 않았다. 이번 선거를 통해 노쇠한 이미지만 더 부각됐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을 탈당한 손혜원 의원(무소속)까지 선거 다음 날인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려운 곳인 줄 이미 알고 있었다면 후보 좀 일찍 정해주고 더 전략적으로 당에서 전력투구해 줄 수는 없었는지요”라고 썼다. 당에 전략이 없었다는 비판이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왼쪽)가 지난 2일 오후 경남 창원시청에서 열린 4·3 국회의원 보궐선거 바른미래당 창원성산 이재환 후보 지지 호소 기자회견에서 이 후보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왼쪽)가 지난 2일 오후 경남 창원시청에서 열린 4·3 국회의원 보궐선거 바른미래당 창원성산 이재환 후보 지지 호소 기자회견에서 이 후보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간고사 망친 손학규
손학규 대표도 4ㆍ3 재보선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특히 손 대표는 약 한 달간 창원에 상주하며 바른미래당 이재환 후보를 지원했지만 이 후보는 민중당 후보의 득표율(3.8%)보다도 적은 3.6%를 기록했다.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이준석 최고위원은 “중간고사를 완전히 망쳤다”며 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새 지도체제와 새 지도부를 찾아야 한다”며 “조기 전당대회를 준비해야 한다”라고도 했다. 권은희 최고위원 또한 “국민은 손학규 방식에 대해 ‘아니다’라고 했다. 이대로 가서는 죽도 밥도 안된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도 손 대표를 흔들고 있다. 지난달 20일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해 “손 대표가 (4ㆍ3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창원에서 숙식하는 것도 정말 찌질하다”고 말했다. 이에 지도부가 ‘당원권 1년 정지’라는 징계를 내리자 이 의원은 7일 페이스북에 “바른미래당 대표를 비롯한 문재인 정권 2중대 파가 내 비판을 견디지 못하고 중징계를 내렸다”고 썼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가 지난 2일 오후 전북 전주시 완산구 한 사거리에서 4·3 보궐선거 전주시 라 선거구(서신동)에 출마한 같은 당 소속 최명철 시의원 후보를 위해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가 지난 2일 오후 전북 전주시 완산구 한 사거리에서 4·3 보궐선거 전주시 라 선거구(서신동)에 출마한 같은 당 소속 최명철 시의원 후보를 위해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지율 바닥 정동영
정동영 대표는 국회에서 평화당의 존재감이 약해지면서 본인의 리더십도 위기를 겪고 있다. 정 대표는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뒤 “평화당을 존재감 있는 당으로 만들어갈 것”이라고 외쳤지만, 여전히 1~2%대 지지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 “모든 것을 선거제도 개혁에 걸겠다”고 한 공언도 한국당의 반대 등으로 해법을 못 찾고 있다. 평화당의 한 의원은 “정 대표가 열심히 하는 것은 맞지만, 당 지지율이 워낙 바닥이다 보니 당내 지지를 못 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올드보이’ 정치인들은 애초부터 시대정신에 맞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었다. 당 대표가 된 이후 시대에 맞는 비전을 보여주는 전략을 제시하지 못하고 대신 당의 세력을 유지하기 위한 전술만 보여줬다. 리더십의 위기는 당연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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