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벌써 거품 꺼졌나…위기 놓인 중국 스타트업

중앙일보 2019.04.08 05:02
최근 중국 베이징 소재 오포 본사 앞에서 자전거 이용 관련 보증금을 환불받기 위해 기다리는 중국 시민들.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중국 베이징 소재 오포 본사 앞에서 자전거 이용 관련 보증금을 환불받기 위해 기다리는 중국 시민들. [로이터=연합뉴스]

 
“앞으로 5~10년 안에 중국 스타트업의 90%가 사라질 수 있다."(중국 투자업체 ‘DT캐피탈’의 조 톈 파트너)

“5~10년 안에 스타트업 90% 사라져”
中 경기 침체, 과열 경쟁이 빚은 결과
“미국·이스라엘식 혁신 노하우 부족”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의 90%가 2년 안에 심각한 위기에 놓일 것이다."(홍콩 자산분석사 ‘차이나 에버브라이트’의 아이 위 수석)
 
중국 스타트업의 경영 위기를 경고하는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스타트업들의 기업 가치가 실제보다 과대 평가됐으며, 이들 기업의 무리한 사업 추진과 과열 경쟁이 ‘중국 정보기술(IT) 버블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적인 진단이다. 전문가들의 경고는 조금씩 현실화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심각한 경영 적자 위기에 놓였거나, 폐업 절차를 밟는 중국 스타트업이 크게 늘고 있다. 최근 경기 둔화로 중국 벤처 투자가 주춤해진 가운데, 비슷비슷한 스타트업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시장 경쟁이 과열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중국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크게 줄었다. SCMP는 리서치기업인 제로투아이피오를 인용해 “지난 1월 중국 벤처 투자 거래 규모는 43억 달러(약 4조9000억원)로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무려 70% 하락했다”고 전했다. 
 
또 이 매체는 “중국 레노버(IT업체)·디디추싱(차량 공유서비스업체)이 만들어진 중국 베이징 소재 중관춘에선 하루에만 스타트업 80개가 세워진다. 그만큼 경쟁업체가 많다는 얘기”라고 전했다. 이 지역은 중국 현지서 ‘중국판 실리콘 밸리’라고 불린다.
 
관련기사
 
최근 파산설에 휩싸인 중국 자전거 공유업체 오포가 대표적이다. 2015년 설립돼 자산 가치가 10억 달러(약 1조1400억원)에 달했던 오포는 일찌감치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스타트업) 반열에 들었다. 
 
한때 회원 숫자가 2억 명에 달했던 이 기업은 높아진 운영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끝내 해외 사업을 철수했다. SCMP는 “지난해 인도‧호주‧독일 등 여러 해외 시장에서 사업을 철수한 오포는 대부분의 미국 법인 인력을 해고했다”고 전했다.
 
유명 온라인 부동산 정보 제공업체인 아이우지우는 기업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굵직한 아파트·주택 거래 위주의 중국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이 기업이 사업 방향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잘 안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SCMP는 “아이우지우는 부동산·금융에 더해 인터넷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이런 식의 사업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단순성 사업 아이디어와 자국 시장에 대한 의존성 역시 중국 스타트업들이 성장 한계에 직면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SCMP는 “중국 스타트업들은 (IT대국인) 미국, 이스라엘이 가진 혁신 노하우가 부족했다”며 “(핀테크·IT 등) 비슷한 사업 모델을 추구한 결과 경쟁이 과열됐다“고 지적했다.
 
최근 중국 차량 공유 서비스기업인 디디추싱을 비롯해 중국 유명 정보기술·제조업체들이 정리 해고 계획을 밝힌 가운데, 중국인 소년이 디디추싱 랴오닝성 지점 앞을 지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중국 차량 공유 서비스기업인 디디추싱을 비롯해 중국 유명 정보기술·제조업체들이 정리 해고 계획을 밝힌 가운데, 중국인 소년이 디디추싱 랴오닝성 지점 앞을 지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대형 IT기업도 안심하긴 어렵다. 지난해 109억 위안(약 1조8500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던 디디추싱은 전체 직원의 15%인 2000명의 직원을 감원할 계획이다. 중국 유력 전자상거래기업인 징둥닷컴(JD.com) 역시 임원 10%를 줄이기로 했다.
 
차이나 에버브라이트의 위 수석은 “(AI 산업의 경우) 높은 자산 가치의 스타트업은 수두룩하다. 하지만 매출액이 10억 위안(약 1700억 원)이 넘는 기업은 전체 5%도 안된다”고 지적했다. 내실 있는 중국 스타트업이 소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