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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싱가포르땐 북한, 하노이땐 미국이 합의문 초안 썼다"

중앙일보 2019.04.08 05:00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이튿날인 2월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회담 도중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이튿날인 2월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회담 도중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하노이 북ㆍ미 2차 정상회담에선 미국이 공동합의문 초안을 만들어오기로 북ㆍ미 양측이 사전에 합의했다고 외교 소식통이 7일 밝혔다. 이 소식통은 또 지난해 6ㆍ12 싱가포르 1차 북ㆍ미 정상회담 당시엔 북한이 주도해 공동합의문 초안을 만들었고, 회담 직전에야 이를 전해 받은 미국이 약간의 수정을 했던 정도였다고 알렸다. 1차 싱가포르 회담 당시엔 결과적으로 북한이 공동합의문을 주도했고, 지난달 2차 하노이 회담에선 미국이 펜을 잡았다는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지난해 미국은 북한과 판문점 실무 협의에서 합의문을 만들고자 했지만 북한이 버텼다”며 “결국 성 김 당시 실무협상 대표가 북한이 만든 초안을 받아본 것은 정상회담을 15분 정도 남겨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1차 싱가포르 북ㆍ미 정상회담 합의문은 ▶새로운 북ㆍ미 관계 수립 약속 ▶한반도에 항구적이고 안정적 평화 체제 구축 노력 동참 ▶(남북 정상회담의) 판문점 선언 재확인 및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노력 약속 ▶전사자 유골 즉각 송환 및 전쟁포로와 실종자 유해 복구 약속의 4항으로 이뤄졌다. 북한의 비핵화 관련 구체적 조치는 담기지 않아 북한의 의도에 미국이 양보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외교소식통은 “이 모든 일이 북한이 주도권을 1차에서 쥐려고 했기 때문”이라며 “대신 2차에선 미국이 공동합의문 초안을 잡기로 했고, 북한도 미국을 믿고 그렇게 진행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그러나 미국도 2차에선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정상회담 직전까지 ‘빅 딜’, 즉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는 문서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직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웃으며 작별하고 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SNS]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직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웃으며 작별하고 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SNS]

이와 관련 요미우리 신문은 지난 6일 “미국이 북한에 리비아식 빅딜을 제안하며 핵무기의 텍사스 반출 등을 하노이 정상회담장에서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는 한ㆍ미ㆍ일 협상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5개 항목의 합의문 초안을 정상회담장에서 제시했으며 요구 항목의 첫째가 비핵화의 정의 및 동결 조치, 신고 및 검증 조치의 3개 세부 사항이었다”고 보도했다. 이를 사전에 북한에 알려주지 않았던 터라 협상 테이블에서 처음 이를 접한 김 위원장이 “얼굴을 붉히며 반발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외교 소식통은 “하노이에선 미국이 북한의 허를 찔렀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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