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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미술의 허브로 우뚝…홍콩이 달려온다

중앙일보 2019.04.08 00:04 종합 23면 지면보기
제7회 아트바젤 홍콩 메인 전시장 천장에 걸린 이불 작가의 ‘약해지려는 의지(Willing To Be Vulnerable II·2019)’.

제7회 아트바젤 홍콩 메인 전시장 천장에 걸린 이불 작가의 ‘약해지려는 의지(Willing To Be Vulnerable II·2019)’.

아시아의 대표적인 아트 도시는 어디? 이제는 주저하지 말고 바로 ‘홍콩’이라 답해야 한다.
 

제7회 아트바젤 홍콩 성황 이뤄
도시 전체가 전시장, 9만 명 찾아
세계 저명 화랑들 경쟁하듯 참여
미국작가 부르주아 주가 급상승
이불·이우환 등 한국작가도 인기

인구 730여 만명의 작은 도시이지만, 홍콩은 해마다 3월 말이면 전 세계 갤러리스트와 컬렉터, 미술기관 관계자들을 끌어들인다. 2013년 출발해 올해 7회째를 맞이한 아트바젤 홍콩의 힘이다. 아트바젤 행사가 열리는 완차이 컨벤션센터로만 관람객들이 몰려드는 게 아니다. 전세계에서 온 정상급 갤러리 8개가 입점해 있는 에이치 퀸스(H Queen’s)와 패더빌딩, 서구룡 문화지구에 문을 연 엠플러스 파빌리온과 홍콩성 남쪽 웡척항 등 새롭게 부상하는 예술 공간을 탐험하는 이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도시가 온통 ‘전시 중’이다.
 
3월 27일 VIP 프리뷰로 막을 올려 31일 폐막한 아트바젤 홍콩은 세계 70여 개국에서 미술 관계자 8만8000명을 끌어모은 대규모 잔치였다. 뉴욕 구겐하임부터, 영국의 테이트 등 국제적인 미술관 130여 개 관계자가 찾았고, 35개 국 242개 갤러리에서 참가했다. 닷새간의 매출이 1조원에 달하는 ‘아시아 최대의 아트페어’다.
 
◆ 루이스 부르주아 열풍=아트바젤 홍콩은 27일 VIP 프리뷰를 시작하자마자 기록이 속출했다. 독일의 조각가이자 화가인 게오르크 바젤리츠의 작품이 175만 달러(20억 원)에 판매됐고 중국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활동했던 작가 자우키(1921~2013)의 ‘17.02.71-12.05.76’은 180만 달러(21억원)에 판매됐다. 또 일본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의 대형 황금색 웃고 있는 꽃 조형물 ‘무제’는 130만 달러(15억원) 정도에 팔렸다.
 
이 중에서도 ‘올해의 작가’로 꼽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가장 열렬한 관심을 받은 작가는 ‘현대미술의 대모’ 루이스 부르주아(1911~2010)였다. 국내 리움미술관의 거대한 거미 조각을 만든 프랑스 태생의 미국 작가다. 에이치 퀸스에 자리한 하우저앤워스 갤러리에서는 부르주아의 개인전을 열어 초반에 ‘완판’ 기록을 냈다.
 
부르주아는 어릴 때 경험한 아버지와 가정 교사와의 불륜 사건을 계기로 가정과 가족, 성애와 육체, 죽음과 잠재의식 등 다양한 주제를 탐구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조각을 포함한 다양한 작품이 소개됐다. 하우저앤워스 갤러리의 유타 나카지마 디렉터는 “지난해 가을부터 올해 봄까지 상하이 롱뮤지엄에서 대규모 회고전이 열린 데 이어 바로 얼마전 베이징 송미술관에서 그의 전시가 개막했다”며 “지금 중국에선 부르주아에 대한 인기가 매우 뜨겁다”고 말했다.
 
홍콩 하우저앤워스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루이스 부르주아 개인전. [이은주 기자]

홍콩 하우저앤워스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루이스 부르주아 개인전. [이은주 기자]

◆ 이불 작가는 빛났다=아트바젤 홍콩에서 한국작가 이불은 단연 ‘핫스타’였다. 메인 전시장 입구에서 관람객을 맞은 비행선 모양의 거대한 은색 풍선이 바로 이불 작가의 신작 ‘약해지려는 의지(Willing To Be Vulnerable II·2019)’였다. 이불 작가가 지난해 영국 런던 헤이워드 갤러리에서 선보인 ‘약해지려는 의지’의 새 버전으로, 올해 ‘인카운터스(Encounters)’ 부문에 선정돼 VIP프리뷰에서 바로 중국의 개인 미술관에 20만 달러(2억2000만원)에 판매됐다. 이어 나머지 2개의 버전도 모두 판매된 상태다. 이밖에도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에선 이불 작가가 지난해 그로피우스 바우 전시에서 선보인 초기작인 실크 페인팅이 판매됐고, 한국의 PKM갤러리 부스에서도 LED 조명과 거울을 소재로 한 그의 새로운 설치 작품 ‘인피니티 월’이 팔려나갔다.
 
재불 윤희 작가의 원구형 금속 조각이 놓인 리안갤러리 부스. [사진 아트바젤 홍콩]

재불 윤희 작가의 원구형 금속 조각이 놓인 리안갤러리 부스. [사진 아트바젤 홍콩]

◆ 한국 작가, 새로운 기회?=한국 갤러리는 이번 아트바젤 홍콩에 총 10곳이 참여했다. 메인 전시인 ‘갤러리즈’에 국제갤러리, PKM, 학고재, 아라리오갤러리, 원앤제이갤러리, 리안갤러리 등 6곳, 그리고 나머지 부문에 갤러리바톤, 313아트프로젝트, 조현화랑, 우손갤러리 등이다.
 
안혜령 리안갤러리 대표는 “재불 작가인 윤희의 원구형 금속 조각 4점을 포함해 이건용·남춘모·김택상 작품 등 총 8점을 해외 컬렉터와 미술관 등에 판매했다”며 “한국 작가들에 대한 해외 컬렉터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즈는 아트바젤 홍콩을 소개하며 이우환 작가의 작품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신문은 “한국 화가 이우환의 작품은 이번 아트바젤 홍콩 전시장에서 친근하게 보게 되는 작품 중 하나”라며 “페이스와 리슨, 국제 등 갤러리에서 그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크 글림처 페이스 갤러리 대표는 “이우환은 우리 세대의 거장이지만 한국 작가라는 이유로 그에 대한 이해는 15년 정도 뒤처져 있었다”며 “그러나 이제 그의 가치를 알아보는 컬렉터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페이스 갤러리는 이건용 작가의 작품을 메인에 걸어 눈길을 모았다.
 
아트바젤의 아시아 디렉터인 아델라인 위는 “아트바젤 홍콩은 예술가들을 위한 글로벌 플랫폼”이라며 “앞으로도 아트바젤 홍콩은 새로운 작가를 발굴할 기회를 제공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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