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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보조금 90만원도 등장…LTE보다 싸진 5G 스마트폰

중앙일보 2019.04.08 00:02 경제 3면 지면보기
휴대폰 할인 판매의 ‘성지’로 통하는 서울 신도림의 한 집단상가. 세계 첫 5세대(G) 이동통신이 상용화된 첫 주말인 7일, 이 곳은 휴대전화를 개통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손님을 가장한 기자가 ○○호 매장을 방문해 “80만원까지 (지원)해 준다는 얘길 듣고 왔다”는 ‘암호’를 건넸다. 현재 사용 중인 통신사를 말하자 매장 점원은 계산기에 ‘869’란 숫자를 찍었다. 금액을 입으로 발설하지 않는 것이 이 곳의 불문율이다. 녹취 등의 증거가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LG(유플러스)로 갈아타는 조건”이라고 말했다. 869란 LG유플러스로 번호 이동을 할 경우 기기값(139만7000원)에서 최대 86만9000원을 빼주겠다는 뜻이다. LG유플러스가 공식적으로 지원하는 공시 지원금은 최대 47만5000원. 대리점·판매점이 자체적으로 더 줄 수 있는 한도는 15%까지다(총 54만6200원). 하지만 매장 점원의 얘기는 나머지 약 32만원 정도의 돈(불법 보조금)을 추가로 지원해 준다는 의미다. 연합뉴스가 이날 판매 시세를 점검한 결과 일부 매장에선 90만원대의 금액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SK텔레콤 고객이 LG유플러스로 이동할 경우 최대 91만~92만원, KT로 이동할 경우 최대 89만원을 지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도림 상가 등 고객유치전 과열
공식 금액보다 30만원 넘게 지원
LTE 이용자 역차별 받을 우려

이같은 불법 보조금으로 인해 같은 모델(갤럭시 S10)인데도 최신폰인 5G 스마트폰이 LTE 스마트폰보다 싼 역전 현상도 벌어지고 있었다. 기자가 “그냥 LTE(4세대)로 구입하면요?”라고 묻자 판매 점원은 계산기에 숫자 ‘14(14만원)’를 찍으면서 “LTE는 공시 지원금이 이게 다라 손해”라고 말했다. 같은 갤럭시 S10 모델인데도 LTE는 14만원밖에 지원금을 못받지만, 5G로 구입하면 86만9000원을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에 5G를 사는 것이 훨씬 유리한 구조다.
 
또다른 가게의 판매 점원도 ‘LTE 폰을 사겠다’고 하자 “상식적으로 5G가 나왔는데 통신사에서 LTE에 지원금을 주겠느냐”며 코웃음을 쳤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공시 지원금과 각종 지원금이 5G폰으로만 집중되면서 LTE 고객들이 역차별을 받을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5G폰 출시와 함께 이통 시장은 이미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판매 점원들은 “5G 출시 초기에 통신사들이 보조금을 많이 풀기 때문에 이때를 노려야 한다”며 고객을 유인하고 있다.
 
김용일 방송통신위원회 단말기유통조사담당과장은 “아직은 일부 매장의 일탈 행위로 보이지만 광범위한 범위로 확산될 경우, 위법 행위 여부를 판단한 후 제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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