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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퇴직연금 어쩌나…작년 수익률 역대 최저 1%

중앙일보 2019.04.08 00:02 경제 1면 지면보기
노후 연금, 노후대비, 노후자금. [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노후 연금, 노후대비, 노후자금. [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이 지난해 1.01%로 뚝 떨어졌다. 2005년 12월 퇴직연금 제도가 본격 도입된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이다.
 

물가상승률 고려하면 마이너스
수익률 상관없이 0.47% 수수료 떼
5년 환산 수익률도 적금보다 낮아
일시금 아닌 연금 수령 2%뿐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 수익률(수수료 등 비용 차감 후)은 1.01%로 전년도(1.88%)는 물론, 2016년(1.58%) 수준에도 못 미쳤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6.9%를 기록했던 퇴직연금 수익률은 이후 저금리 기조에 따라 하락하면서 2016년 이후 줄곧 1%대에 그친다. 지난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5%였음을 고려하면, 실질 수익률은 마이너스다.
 
금감원은 보도자료에서 “원리금보장형 수익률(1.56%)은 전년보다 상승했지만 주식시장 불황으로 펀드 수익률이 급락해 실적배당형 수익률이 마이너스(-3.82%)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190조원에 달하는 퇴직연금 적립금 중 172조원은 예금 같은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18조원은 주식형펀드 등 실적배당형상품으로 운용된다.
 
퇴직연금은 보통 10년 이상 장기로 운용된다. 1년 수익률보다 장기수익률이 더 중요하다. 지난해 말 기준 5년(2014~2018년) 환산 수익률은 평균 연 1.88%, 10년 환산 수익률은 연 3.22%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만약 2014년에 5년 만기로 은행 정기적금에 가입했다면 약 연 3.14%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다(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퇴직연금으로 적립할 돈을 차라리 은행 적금에 넣었으면 수익률이 훨씬 나았다는 뜻이다. 퇴직연금 적립액이 주로 금리가 낮은 1년 만기 정기예금으로 운용되는 데다, 수익률과 상관없이 평균 0.47%(지난해 기준)를 수수료로 떼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운용을 책임져야 할 근로자 개인의 무관심도 갈수록 장기수익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확정기여형 퇴직연금(DC)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자 중 1년 동안 운용지시를 전혀 변경하지 않은 가입자가 90%에 달한다(2017년 기준). 근로자 본인이 굴려야 하는 자기 돈인데도 귀찮아서, 또는 잘 몰라서 방치해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부와 여당은 퇴직연금 수익률 끌어올리기 위해 디폴트옵션(자동투자제도)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DC형 퇴직연금 가입자가 별도 운용지시를 하지 않아도 금융회사가 가입자 투자성향에 맞게 알아서 자산을 굴려주는 제도다. 연내에 법을 개정해 이르면 내년부터 이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만 55세가 돼 퇴직급여를 받을 때 연금이 아닌 일시금으로 대부분 찾아간다는 점도 문제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급여를 받기 시작한 퇴직자 중 연금 수령을 선택한 비율은 2.1%(금액 기준 21.4%)에 그쳤다. 퇴직급여는 일시금보다는 연금으로 받아야 소득세를 줄일 수 있다. 연금소득세(연금수령 시)는 퇴직소득세(일시금 수령)의 70%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당수 퇴직자들은 집·상가 같은 부동산에 투자하기 위해, 또는 창업 자금으로 쓰기 위해 일시금 수령을 선택한다. 이 역시 퇴직연금 수익률에 대한 기대가 워낙 낮다보니 벌어지는 일이다.
 
최정혁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퇴직연금 원리금보장형은 예금, 실적배당형은 주식으로만 운용되는 것이 문제”라며 “장기 수익률을 높이려면 미국 대학기금처럼 해외 대체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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