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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숨은 영웅 '특수진화대'···10개월짜리 비정규직이었다

중앙일보 2019.04.07 17:10
5일 강원 강릉시 옥계면 산불현장에서 산림청 산불재난 특수진화대 대원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동부지방산림청 제공=뉴스1]

5일 강원 강릉시 옥계면 산불현장에서 산림청 산불재난 특수진화대 대원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동부지방산림청 제공=뉴스1]

 
지난 4~5일 강원도 인제·고성·속초·강릉·동해 등 5개 시·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은 수십 대의 헬기, 800대 넘는 소방차, 1만 명 넘는 인력이 투입된 끝에 사흘만에 진화됐다.
 
화재 진압에 투입된 인력의 대부분은 소방청 소속 소방관들이다. 그러나 이들 말고도 가장 깊은 산 속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화마와 다툰 이들이 있다. 산림청 소속 '산불재난특수진화대(특수진화대)'가 바로 그들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이번 진화 작업엔 특수진화대원 88명이 투입됐다. 
 
산림청, 2016년부터 채용…현재 330명
2016년부터 산림청이 채용한 '특수진화대'는 산불에 특화된 전문 요원들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이전에도 같은 직군은 있었지만 지자체 소속이어서 전국적인 업무 지원이 불가능했다. 이때문에 산림청이 전국에서 활동할 수 있는 인력을 2016년부터 자체적으로 뽑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는 총 330명의 산림청 특수진화대가 전국 5개 지방청, 20여개 관리소에 소속돼 있다. 이들의 업무는 직접 산 속 구석구석을 누비며 불길을 잡고 화재를 진압하는 것이다. 큰불의 경우 헬기가 불길을 잡은 곳이라도 잔불·뒷불 정리가 필요하면 직접 산으로 들어가 진화 작업을 한다.
 
산불에 특화된만큼 사용하는 장비도 일반 소방관들의 것과는 다르다. 주택 화재용으로 설계된 소방관의 호스는 주로 직경이 굵고 길이가 짧아 도로에서 멀리 떨어진 산불 진압은 불가능하다. 반면 산림청 특수진화대의 호스는 직경이 작지만 길이가 길어 1㎞ 이상 깊은 산 속까지 들어갈 수 있다. 경사가 급하거나 도로나 계곡에서 멀리 떨어진, 소방차 호스가 닿지 않는 곳이라면 특수진화대가 직접 들어가야 한다.
 
특수진화대야말로 산불 진화에 최적화 되고, 고도의 전문성을 지녔으면서 위험한 업무를 맡고 있다는 이야기다.
 
위험 마다않는 산불 전문가 일당은 10만원
그러나 이들의 신분은 비정규직(계약직)이고, 처우도 열악하다. 업무의 연속성이나 전문성을 이어가기엔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이는 지난 1월 산림청 홈페이지에 올라온 '특수진화대' 모집 공고에서도 드러난다. 공고에 따르면 산림청은 2019년 1월 28일부터 6월 30일까지, 6개월도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근무할 특수진화대원을 모집했다. 계약직으로 채용되는 이들의 임금은 일당으로 계산되며, 하루 일당은 10만원으로 정해졌다. 근로 장소는 산림내·외 산불 현장, 산림 사업지 등이라고 공고에 적시돼 있다.
 
산림청 특수진화대 모집 공고. [산림청 홈페이지]

산림청 특수진화대 모집 공고. [산림청 홈페이지]

 
“정예화 위해 연속 고용 가능해야”
이에 산림청에서도 국가에 이들의 무기계약 등 연속 고용을 몇 년째 요구 중이다. 이병두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방재연구과 과장은 "특수진화대는 계약직 직원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이 직군은 해마다 무(無)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라며 "전문화·정예화를 위해 예외 조항을 만들어서라도 연속 고용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노동법 때문에 10개월 단위로밖에 고용할 수 없지만 최소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산림청은 330명 규모인 특수진화대 규모를 2배 이상 늘릴 방침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규모를 2배로 늘리고, 2020년부터 산림청 외에 지자체에서도 특수진화대를 운영할 수 있도록 예산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행정안전부·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장기적으로는 무기계약직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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