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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위험해지는 봄철 산불…건조한 날씨와 강풍, 온난화 탓

중앙일보 2019.04.07 15:11
7일 오전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 야산들이 산불로 검게 그을려 있다. [연합뉴스]

7일 오전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 야산들이 산불로 검게 그을려 있다. [연합뉴스]

해마다 400건이 넘는 산불이 발생하는 가운데, 특히 봄철에 피해가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통계청이 운영하는 국가통계포털에 공개된 산불 통계를 분석한 결과,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산불은 연평균 432건 발생했다.
 
산불로 인한 피해 면적은 10년간 6699㏊(헥타르, 1㏊=0.01㎢)에 이른다. 서울시(6만525㏊)의 약 9분의 1에 해당하는 넓이다. 피해 금액은 2392억원이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특히, 봄철(3~5월)에만 253건(58.6%)의 산불이 발생하는 등 전체 산불의 절반 이상이 봄에 집중됐다. 겨울이 95건으로 뒤를 이었고, 여름과 가을에는 각각 46건과 38건이 발생했다.
 
피해 면적으로는 계절별 격차가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10년간 연평균 670㏊가 산불 피해를 봤는데, 이 중 82%가 봄철에 집중됐다. 3월과 4월에만 산불로 인한 피해 면적이 각각 211㏊, 202㏊에 달할 정도였다. 그만큼 봄철에 대형 산불이 자주 발생했다는 뜻이다.
 
고온건조한 날씨에 산불 위험 커져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강원 고성군 토성면 용촌리의 소가 화상을 입은 채 가쁜 숨을 내쉬고 있다. [연합뉴스]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강원 고성군 토성면 용촌리의 소가 화상을 입은 채 가쁜 숨을 내쉬고 있다. [연합뉴스]

봄철에 산불로 인한 피해가 큰 건 여러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기 때문이다.
 
산불은 보통 온도가 높고 습도가 낮아 건조할 때 많이 발생한다.
겨울철과 봄철에 비가 적게 내려 건조한 가운데, 날씨가 점차 따뜻해지면서 산불이 발생하기 쉬운 기상 조건이 형성된다.

 
특히, 강원 영동 지역의 경우 산불의 위험에 더욱 노출돼 있다. 서풍 계열의 바람이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10도 이상 따뜻해지고, 습도는 20% 이상 감소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에는 강수량이 평년 대비 40% 수준일 정도로 극심한 가뭄이 이어졌다. 지난 3일부터는 강원 영동 등 동해안 지역을 따라 닷새째 건조 경보가 이어지고 있다.
 
김백조 국립기상과학원 재해기상연구센터장은 “올겨울에는 오대산 정상에서도 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강원 지역의 강설량이 평소보다 적었다”며 “이로 인해 점차 공기가 건조하고 따뜻해지면서 산불이 발생할 수 있는 기상 조건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태풍급 바람에 불길 빠르게 번져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동해안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하는 것은 바람의 영향도 크다. 이른바 ‘양간지풍(襄干之風)’으로 불리는 기상현상 때문이다.
 
양간지풍은 봄철에 심한 기압 차와 기온 역전으로 인해 강원 영서에서 영동 지역으로 매우 강한 바람이 부는 현상을 말한다.
 
기온 역전층이 형성되면 위로 갈수록 기온이 높아져 찬 공기는 기온 역전층과 태백산맥 산등성이 사이의 좁은 틈새로 지나가야만 한다.
 
이 과정에서 찬 공기가 압축돼 공기 흐름이 빨라지고, 산맥 경사면을 타고 영동 지방으로 내려가면서 강한 바람이 불게 되는 것이다. 이번 고성 산불 역시 확산 속도가 시속 5㎞에 이를 정도로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번져 나갔다.
 
강원도 고성의 군부대에 근무했던 이 모 씨(52)는 “지역에서는 ‘똥바람’이라고 불렀는데 막사가 심하게 흔들리고 작은 돌멩이까지 날아다닐 정도로 바람이 셌다”고 말했다.
 
윤기한 기상청 통보관은 “강원 영동과 경북 동해안 지역은 백두대간 등 지형적인 영향으로 4월에 양간지풍으로 불리는 매우 강한 바람이 긴 시간 동안 지속해서 불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위력이 태풍에 버금가기 때문에 대형 산불에 각별히 조심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동해안을 따라 산불에 가장 취약한 소나무 숲이 발달해 있는 것도 피해를 키우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소나무에 불이 붙으면 인화성이 강한 송진·솔방울로 인해 불길이 더 커지기 쉽다.
 
이병두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방재연구과장은 “소나무 숲의 수관화(樹冠火, 나무의 가지나 잎이 무성한 부분만을 태우며 지나가는 산불)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솎아내기, 가지치기 등을 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산불이 시설물 화재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온난화가 산불 규모 키워 
지난해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의 뷰트카운티 파라다이스 지역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 강한 바람을 타고 번지고 있다.[AFP=연합뉴스]

지난해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의 뷰트카운티 파라다이스 지역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 강한 바람을 타고 번지고 있다.[AFP=연합뉴스]

잦아진 대형 산불이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에도 전 세계적으로도 대규모 산불로 인해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해 여름 그리스에서는 대규모 산불로 인해 100명이 숨졌고, 11월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산불이 발생해 88명이 희생됐다.

 
국내에서도 가을부터 봄까지는 강수량이 비슷하거나 줄고, 과거보다 봄이 일찍 시작되면서 기온이 빠르게 상승하고 증발량은 늘고 있다.
기후변화로 봄철 토양이 과거보다 건조해지는 셈이다.
 
김 센터장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기후가 점점 더 극단화되고 있다”며 “건조한 지역이 점점 더 건조해지면 작은 발화라도 큰 산불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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