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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끝났으면 다시 회사로" 여성채용 늘리는 일본

중앙일보 2019.04.07 13:00
[더,오래]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24)
일본은 고령화로 인해 생산연령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다. 사진은 일본 도쿄시 고토센터에 마련된 고령자 구인 정보 게시판 앞에서 한 여성 고령자가 일자리와 교육훈련 정보를 찾아보는 모습. [중앙포토]

일본은 고령화로 인해 생산연령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다. 사진은 일본 도쿄시 고토센터에 마련된 고령자 구인 정보 게시판 앞에서 한 여성 고령자가 일자리와 교육훈련 정보를 찾아보는 모습. [중앙포토]

 
오래전에 분명히 예견된 미래가 현실이 됐다. 역사 인구학의 관점에서 보면 계속 늘어난 인구는 언젠간 반드시 감소하고, 인구감소는 다음의 사회시스템을 만들어낸다. 문제는 인구감소 속도가 너무 빨라 적응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가속화되는 일본의 인구감소
일본의 총인구는 2008년 1억 2808명 정점에 도달한 후 계속 줄어들고 있다. 2018년에는 인구 감소 폭이 44만 8000명으로 사상 처음 40만 명대를 돌파했다. 이대로 가면 2060년에는 9000만 명 이하로 떨어질 전망이다. 인구감소는 생산연령인구(15~64세) 감소로 직결된다. 생산연령인구는 2013년 8000만 명에서 2027년 7000만 명, 2051년 5000만 명, 2061년 4500만 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노동력 인구가 감소하면서 극심한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일본 기업의 86%가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그 비율은 세계에서 가장 높고, 매년 늘어나고 있다. 인력 부족은 중소기업의 입장에선 중대 리스크다. 일본 전체 기업 중 중소기업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고용의 70%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산업 분야에서 인력 부족으로 쓰러지는 기업이 생겨나고 있다. 회사경영이 순조롭더라도 인력이 부족하면 인건비가 상승하고, 사업도 수주할 수 없어 수익이 악화해 도산하게 된다. 게다가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급여 수준과 복리후생, 인지도가 떨어진다. 인력을 채용하려고 해도 지원자가 별로 없어 충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중소기업의 경영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데이코쿠 뱅크가 2017년 내놓은 ‘인력 부족 도산의 동향조사’에 따르면 인력 부족으로 수익이 악화해 도산하는 건수는 114건이었다. 최근 5년 동안 2.5배나 늘었다. 지난해엔 이 수치가 153개로 증가해 201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정부는 심각한 인력 부족 대책으로 여성인력 활용에 눈을 돌렸다. 2017년 기준 여성 실업자는 78만 명이나 된다. 25~44세 여성 82만 명이 출산과 육아, 병간호 때문에 일을 하지 않는다. 일할 능력은 있으나 일자리를 찾지 않는 비자발적 실업 여성이 24만 명이다.
 
일본 정부에서는 여성 인력을 적극 고용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일본 '여성 취업 높이기'를 이끈 마쓰가와 루이(松川るい·45) 참의원. 일본 여성 참여 정책의 전도사인 마쓰가와 참의원은 "일본 정부는 가급적 여성 고용률이 높은 업체의 제품을 구매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중앙포토]

일본 정부에서는 여성 인력을 적극 고용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일본 '여성 취업 높이기'를 이끈 마쓰가와 루이(松川るい·45) 참의원. 일본 여성 참여 정책의 전도사인 마쓰가와 참의원은 "일본 정부는 가급적 여성 고용률이 높은 업체의 제품을 구매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중앙포토]

 
이런 실업 여성 중엔 중소기업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인재가 있을지도 모른다. 유능한 여성 인재를 중소기업에서 활용하면 생산성이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각종 연구자료를 보면 여성 인력이 기업 실적에 크게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생산성본부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 가운데 20.3%가 여성을 활용하면서 회사실적이 올라갔다. 여성활용이 조직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기업도 28.3%에 달했다.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도 여성을 활용한 기업은 이직률이 감소할 뿐 아니라 여성 지원자가 늘어나면서 인력 부족도 해소했다. 기업에서 여성을 활용하면 혁신도 촉진된다. 여성이 일하기 쉽도록 배려한 유연 근무방식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업무 프로세스의 혁신이 일어난다. 예를 들어 재택근무제를 실시하면 현장의 생산성 향상, 잔업시간의 감소 효과가 나타난다. 여성의 소비행태에 주목하면 혁신적인 상품 개발이 가능하다.
 
여성의 취업이 확대되면 가계소득이 증가하고, 소비도 확대된다. 일본 정부는 2016년 여성 취업희망자 280만 명이 일자리를 찾으면 전체 노동자의 소득총액이 6조엔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성의 소득이 늘어나면 남성의 경우보다 소비 확대에 기여한다. 기혼 여성은 가계의 소비 결정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기업과 경제성장 관점에서 볼 때 여성 인력은 중요한 경영자원이다. 그러나 일하는 여성이 증가하고 있지만, 기업에서 여성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2016년 ‘여성활약추진법’이라는 걸 제정해 여성 인력 활용 현황 등의 정보 공개를 의무화했다. 기업(종업원 301명 이상)은 여성 인력의 활용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기업은 여성이 가정과 일을 양립하면서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직장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럼 일본 기업은 여성 인력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 걸까. 여성잡지 ‘닛케이 WOMAN’은 여성의 관리직 등용, 여성 활약상, 일과 가정의 양립, 다양성 추진이라는 4가지 평가지표를 토대로 베스트 100개 기업을 선정했다. 2018년 종합 1위를 차지한 기업은 존슨앤드존슨 일본 법인이다. 이 회사는 성·연령·국적 등의 다양성을 고려한 경영을 10년 이상 추진해오고 있는데, 다수의 여성 리더가 활약하고 있다.
 
일본 이토추상사 직장어린이집에서 아이와 보육교사가 소꿉놀이를 하고 있다. 이 회사는 보육 부담을 덜기 위해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했다. [사진제공=닛케이]

일본 이토추상사 직장어린이집에서 아이와 보육교사가 소꿉놀이를 하고 있다. 이 회사는 보육 부담을 덜기 위해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했다. [사진제공=닛케이]

 
관리직 등용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JTB는 과장직급의 여성 비율이 41%, 부장직급은 27.1%로 여성 관리직이 많다. 일본 내각부가 제시한 30% 수준(2020년 목표치)보다 높다. 2019년까지 여성임원 비율을 7%까지 올릴 계획이다. 여성 활용도 부문의 1위 기업인 히타치 제작소는 여성활용도 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 문제점 해결에 나서고 있다.
 
여성 직원이 능력을 발휘하는 회사의 사례를 보면 공통점이 있다. 근무시간의 제약을 받는 여성의 상황을 올바로 이해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여성의 인생 이벤트에 맞춰 계속 일하도록 지원할지를 우선시한다. 여성이 계속 일하기 쉬운 일 방식과 제도는 보통 직원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직원 채용을 원활히 해 회사의 노동력을 유지하는데 큰 장점이 된다.
 
근무 시간·장소 자유로운 ‘울트라 워크’ 제도
사이보우즈는 일하는 시간과 장소, 일하는 방식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울트라 워크’라는 인사 제도를 두고 있다. 육아와 병간호뿐만 아니라 누구나 어떤 상황에서도 이 제도를 사용할 수 있다.
 
아지노모토㈜는 2017년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자기 집 등 외부에서 일할 수 있는 ‘어디라도 오피스’ 제도를 도입했다. 종업원들에게 최대한 좋은 회사가 된다는 경영 비전에 따라 만든 제도다. 육아와 병간호 등 개인적 사정이 있는 직원은 일정한 횟수를 정해 자기 집이나 오피스텔 등에서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 이 제도를 실시한 후 시간 외 근무 시간이 10% 줄어들고 생산성이 올랐다.
 
아사히맥주엔 육아와 병간호로 퇴직한 경우 다시 채용하는 ‘웰컴 백 제도’가 있다. 자녀가 어릴 때 양육에 전념하고 싶은 여성에게 유리한 제도다. 이 회사는 60%의 기혼여성이 일과 자녀 양육을 병행하고 있다. 여성 관리직원도 과거 10년간 5배가 늘어났다.
 
소우익스페리온스는 자녀 동반 출근제도를 운용한다. 부모가 일하는 회사에 자녀를 데리고 오면 직원들이 협력해 돌봐준다. 출산·양육 문제로 고민하는 유능한 여성인력을 잃지 않기 위해 이 제도를 도입했다. 여성 직원은 오랫동안 육아 휴직을 사용하지 않고도 직장에 일찍 복귀할 수 있다. 부모와 출근하는 자녀를 돌보는 직원들은 자연스럽게 자녀 양육방법을 배우는 효과도 있다.
 
이형종 한국금융교육원 생애설계연구소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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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종 이형종 한국금융교육원 생애설계연구소장 필진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 한국은 급속하게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초고령사회에서는 인생 80세 시대와 다른 삶의 방식이 전개된다. 기존의 국가 시스템과 사회 제도 등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 인생100세 시대에 걸맞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앞서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의 초고령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과 대응책 등을 통해 해답을 찾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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