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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화'→'부진'…경기 우려 수위 높인 KDI

중앙일보 2019.04.07 12:20
경제정책의 씽크탱크 역할을 하는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의 수위를 한 단계 더 올렸다. 'KDI 경제동향 4월호' 총평에서 ‘부진’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사용하면서다.
 
KDI는 경제동향 보고서를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대내외 수요가 위축되면서 경기가 점차 부진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수출도 주력 품목을 중심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둔화’보다 더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의미에서 ‘부진’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게 KDI의 설명이다. 투자, 수출이 줄어든 데다 반도체ㆍ자동차 생산까지 악화한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KDI는 지난해 10월까지 경기가 개선 추세라고 판단했지만, 11월 ‘둔화’라는 단어를 꺼내 들며 개선 추세가 종료됐다고 봤다. 이후 5개월 동안 둔화 판단을 이어갔지만, 이달 ‘부진’이라는 단어를 총평에서 처음 사용했다. KDI의 경기인식이 한층 더 어두워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자료: KDI

자료: KDI

KDI는 소비와 수출·투자·생산 등 대부분의 경제지표와 관련해 우려를 표했다. KDI는 “생산 측면에서도 광공업생산의 부진이 심화되는 가운데 서비스업생산의 증가세도 둔화되고 있다”며 “설비투자 감소세가 심화하는 가운데 건설투자 부진도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소비를 의미하는 소매판매액 증가율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2월 -2.0%를 기록했고, 설 명절 이동 효과를 배제한 1∼2월 평균으로는 1.1%를 나타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인 4.3%와 작년 4분기 3.0%보다 부진한 수치다. 설 명절이 끼어있는 1ㆍ2월은 서비스업생산의 증가 폭이 커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올해는 부진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KDI는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고 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해주는 경기 동향 지표가 악화하는 점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2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현재 경기상황 지표)는 전달보다 0.4포인트 하락해 11개월째 내림세를 이어갔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앞으로의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도 0.3포인트 떨어지며 9개월째 하향곡선을 그렸다. 이 두 지표가 9개월 연속 동반 하락한 것은 관련 통계가 제공된 1970년 1월 이후 처음이다.  
 
김현욱 KDI 경제전망실장은 “선행지표인 건설수주의 감소도 이어지면서 당분간 건설 투자의 부진이 지속할 것”이라며 “세계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으며 미ㆍ중 간 무역분쟁과 브렉시트 관련 불확실성 등 위험 요인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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