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후변화 위험에도 온실가스 안 줄이면 정부가 법 어기는 것"

중앙일보 2019.04.07 11:58
 네덜란드 우르헨다의 베르켈 변호사는 "기후변화를 막는 데 있어서 정부의 역할은 특별하고 중요하기 때문에 정부가 책임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기자

네덜란드 우르헨다의 베르켈 변호사는 "기후변화를 막는 데 있어서 정부의 역할은 특별하고 중요하기 때문에 정부가 책임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기자

"세계 각국 정부들이 매년 기후변화 협상을 진행할 때 협상장에서는 기후변화의 위험을 인정하지만, 각기 제 나라로 돌아가서는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제대로 실행하지 않습니다. 네덜란드도 마찬가지고요."
 

네덜란드 정부 상대 기후소송 진행하는
시민 소송단 우르헨다의 베르켈 변호사

네덜란드의 시민 소송단 우르헨다(Urgenda)의 데니스 반 베르켈(37) 변호사가 한국을 찾아 지난 5일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했다.
 
네덜란드 기후변화 소송은 네덜란드 정부가 2011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포기한 게 발단이 됐다.
시민들은 "기후변화 위험은 그대로이고, 위험이 줄었다는 아무런 과학적 근거 없이 목표를 포기한다면 그건 정부가 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베르켈 변호사는 "우르헨다는 2012년 시민들에게 '정부가 시민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선언했고,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시민들을 모았다"고 말했다.당시 886명이 소송에 동참했다. 어린아이들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교사나 사업가 등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 참여했다.
 
우르헨다는 2013년 실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2년간의 서류 검토 끝에 2015년 6월 우르헨다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10월 9일 항소심에서 승리한 뒤 우르헨다 관계자들이 기뻐하고 있다.[AP=연합뉴스]

지난해 10월 9일 항소심에서 승리한 뒤 우르헨다 관계자들이 기뻐하고 있다.[AP=연합뉴스]

정부는 항소했지만, 지난해 10월 항소심에서도 우르헨다가 다시 승리했다.
정부가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온실가스를 25% 이상 줄여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대법원에서 소송 진행 중 
네덜란드 우르헨다 베르켈 변호사. 강찬수 기자

네덜란드 우르헨다 베르켈 변호사. 강찬수 기자

현재 소송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며 연말쯤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소송 과정에서 우르헨다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많은 서류와 보고서를 읽기 쉽게 요약해 제출했고, 법률적인 측면에서 정부 정책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법원 판사들도 기후변화 위험이 심각하다는 내용에 충격을 받았고, 결국 정부가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했다.
 
베르켈 변호사는 "기후변화의 위험을 밝힌 유엔 기후변화 정부위원회(IPCC) 보고서에 서명했다는 것은 정부가 보고서 내용을 인정했다는 의미인데, 정부가 기후변화 위험을 막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는 것은 정부가 법적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송을 통해 피해 보상을 요구한 게 아니라 정부의 책임을 강조한 것이 승소한 원인인 것 같다"며 "만일 대법원에서 정부가 이기면 감축 정책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것 같아서 밤잠을 설치며 이기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네덜란드 정부의 정책도 달라졌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45% 감축하고, 2050년까지는 95%를 줄이는 계획을 내놓았다. 또 2030년까지 모든 석탄발전소를 폐쇄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당장은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온실가스를 25% 감축하는 게 목표인데, 현재 13% 줄이는 데 그쳤다. 정부는 올해 안에 석탄발전소 하나를 폐쇄할 계획이다.
 
세계 곳곳에서 기후 소송 진행 중
기후변화 해결 위해 총소년들이 나섰다. 지난달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기후변화의 안일한 대응과 적극적 정책 변화를 촉구하는 '315청소년 기후행동'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기후변화 해결 위해 총소년들이 나섰다. 지난달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기후변화의 안일한 대응과 적극적 정책 변화를 촉구하는 '315청소년 기후행동'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네덜란드 외에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기후변화 관련 소송이 정부를 상대로 진행됐다.
 
베르켈 변호사는 "남미 콜롬비아에서는 청소년 그룹이 열대우림을 제대로 보호하지 않는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에서 정부 책임을 인정했다"고 소개했다.
 
뉴질랜드에서도 학생들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미흡하다며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뉴질랜드 정부가 학생들의 지적을 받아들이는 바람에 소송은 더 진행되지는 않았다.
 
베르켈 변호사는 5일과 6일 한국의 '청소년 기후 소송단'의 청소년들과 이들을 지원하는 관계자들을 만나 의견을 교환했다.
 
부실한 기후·환경 정책의 책임을 묻기 위해 정부를 상대로 정식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청소년 기후 소송단은 지난해 8월 청소년 50여 명과 에너지 자립 활동을 하는 '성대골 사람들'의 김소영 대표 등 시민들이 함께하고 있다.
 
"노란 조끼 - 청소년 시위 해법은 같아"
지난달 15일 미국 워싱턴 의회 앞에서 벌어진 청소년들의 기후변화 대책 촉구 시위. [AP=연합뉴스]

지난달 15일 미국 워싱턴 의회 앞에서 벌어진 청소년들의 기후변화 대책 촉구 시위. [AP=연합뉴스]

지난해 12월 1일 프랑스 파리에서 벌어진 노란 조끼 시위. 노란 조끼 시위는 파리 교외에서 시내로 장거리 출퇴근하는 서민들은 정부가 경유가격을 인상한 데 대해 항의하면서 시작됐다. [AFP=연합]

지난해 12월 1일 프랑스 파리에서 벌어진 노란 조끼 시위. 노란 조끼 시위는 파리 교외에서 시내로 장거리 출퇴근하는 서민들은 정부가 경유가격을 인상한 데 대해 항의하면서 시작됐다. [AFP=연합]

한편, 지난달 15일처럼 세계 곳곳에서 청소년들은 정부의 기후변화 감축 목표를 높이라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청소년들은 "미래세대를 위해 기후변화를 막아야 한다는데, 우리가 바로 그 미래세대"라며 "기후변화를 막는 게 수업보다 더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파리에서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탄소세를 물리고 경유 가격을 올린 프랑스 정부에 항의하는 서민들의 '노란 조끼' 시위도 벌어지고 있다.
 
베르켈 변호사는 "두 가지 시위가 다른 게 아니라 겹치는 것"이라며 "빈부 격차를 줄이는 방향으로 경제 시스템을 바꾸고,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는 도시 기반시설을 설치하는 등 장기적인 투자한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