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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원 금투협회장 "한국 증권사 많이 컸다, 일본 노무라도 경쟁할 만"

중앙일보 2019.04.07 11:36
“한국판 골드만삭스, 금융의 삼성전자가 가능하냐고요? 왜 안 된다고 생각하죠?”
 
권용원(58) 금융투자협회장은 자신감을 드러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국내 금융투자회사의 글로벌 경쟁력을 말하는 대목에서다. 축구로 비유하면 월드컵 우승까지는 아직 전력이 부족하지만 한일전에서 일본 대표를 꺾는 것은 노려볼 만하다는 주장이다.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는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는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

 
권 회장은 최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한국 1위 증권사 그룹(미래에셋)의 자기자본이 13조원 정도로 올라갔다”며 “일본의 노무라(자기자본 2조7000억엔)가 예전엔 까마득한 존재였는데 이제는 한번 해볼 만한 수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증권사가 영국 런던이나 프랑스 파리에서 대형 건물을 인수하는 것은 더는 낯설지 않은 일이 됐다”며 “지난해에는 프랑스 됭케르크 항구에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의 지분도 한국 증권사가 인수했다”고 소개했다.
 
최근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인수한 프랑스 파리 마중가타워. [사진 미래에셋대우]

최근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인수한 프랑스 파리 마중가타워. [사진 미래에셋대우]

 
그러면서 “이런 것들을 인수해 시세 차익을 노리는 것이 아니다"라며 "임대료 수입 등으로 연 6~7%의 수익률을 내는 투자상품을 만들어 고객들에게 투자 기회를 제공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 회장은 퇴직연금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아 보였다. 적립금 규모는 190조원을 넘어섰지만 연간 수익률은 1% 남짓에 불과해서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실질 가치는 마이너스거나 제자리걸음이다.
 
권 회장은 “기금형 퇴직연금의 도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퇴직연금은 보수적으로 투자할 수밖에 없고 수익률은 당연히 낮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면서다.
 
그는 “근로자들은 바쁘기도 하고 퇴직연금 관리에 일일이 신경 쓰기 어렵다”며 “국민연금처럼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기금형’이 도입되면 시장 상황에 맞게 투자 전략을 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 회장은 ‘디폴트 옵션(자동투자선택제)’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고객의 요구가 없더라도 금융회사가 고객의 투자성향 등 기본 설정값(디폴트)을 고려해 자동으로 돈을 굴려주는 제도다.
 
권 회장은 “국회에서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다른 현안 때문에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으로 보인다”며 “조속한 법제화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혁신금융' 비전 선포식에 참석했다. 이날 정부는 증권거래세 인하 계획을 발표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혁신금융' 비전 선포식에 참석했다. 이날 정부는 증권거래세 인하 계획을 발표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증권거래세 인하에 대해 권 회장은 장기적인 시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솥의 세 다리가 튼튼하게 선 모습을 정립이라고 하는 것처럼 자본시장도 세 축이 골고루 발전해야 한다”며 “증권거래세 인하 등 세제 개편은 그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한 축은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적절한 제도와 규제”라며 "세 번째 축은 금융투자회사의 경쟁력인데 현재 기업들은 죽기 살기로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9년간 키움증권 사장을 지냈던 권 회장은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로 꼽힌다. 공직(상공부)과 정보기술(IT) 업계(다우기술), 금융 분야를 골고루 거쳤기 때문이다.
 
지난해 금투협회장 선거에선 3파전 끝에 당초 예상을 깨고 1차 투표에서 압승(득표율 68.1%)을 거뒀다. 거창한 구호나 목표를 제시하기보다는 꼼꼼하고 실용적인 성격으로 추진력이 강하다는 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권 회장은 “협회장은 결코 노는 자리가 아니라는 점을 알고 있다”며 “특히 실물경제와 자본시장의 만남이 중요하다고 보고 기업인들과 만나는 자리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주정완ㆍ정용환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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