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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처럼 키운 소 검게 그을리고 불에 타 …산불에 가축 참변

중앙일보 2019.04.07 10:12
 
눈을 질끈 감은 채 쓰러져 있었다. 머리와 다리는 검게 그을렸고, 호흡은 없었다.

이현힐씨 송아지 2마리 화마가 집어 삼켜
동물자유연대 현장에서 다친 동물 구조 나서

 
지난 4일 산불 피해를 본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에 사는 이현힐(63)씨가 다음날 집으로 돌아온 뒤 처음으로 목격한 장면이다. 이씨는 이번 불로 자식처럼 키워온 송아지 2마리를 잃었다. 이씨는 산불이 난 뒤 “빨리 대피하라”는 주민들의 말에 급하게 대피소로 피했다. 처음엔 별일 없겠지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산불이 점점 마을로 번진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낮이 밝자 곧바로 집으로 돌아온 이씨는 외양간부터 찾았다. 송아지 2마리는 이미 불에 그을린 채 숨졌고, 4마리의 소는 등과 엉덩이에 화상을 입은 상태였다.
강원도 화재로 불에 타 숨진 소. 박진호 기자

강원도 화재로 불에 타 숨진 소. 박진호 기자

 
이씨는 “아침에 집에 와보니 송아지 2마리가 그을린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송아지가 불길에 고통받았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며 “살아남은 소 4마리도 상태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마을 한쪽으로 화재로 무너진 닭장이 눈에 들어왔다. 철창 안에는 닭 10여 마리가 있었는데 시꺼멓게 그을려 숯덩이를 보는 듯했다. 이씨뿐 아니라 이번 대형 산불로 상당수의 가축이 목숨을 잃었다. 
강원도 고성·속초 지역 화재 이틀 째인 5일 강원 속초시 장사동 장천마을 내 불에 탄 주택에서 강아지 두마리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강원도 고성·속초 지역 화재 이틀 째인 5일 강원 속초시 장사동 장천마을 내 불에 탄 주택에서 강아지 두마리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동물자유연대는 현재 산불로 다친 동물들을 구하기 위해 현장에서 활동 중이다. 이들은 다친 동물들을 구조해 응급처치를 한 뒤 속초에 있는 한 동물병원으로 옮기고 있다. 강원도수의사회 영동북부분회(고성·속초·양양·인제) 소속 동물병원은 화재로 화상 입은 가축이나 애완동물을 무상으로 일주일 치료를 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강원도 5개 시·군에서 가축재해보험·농작물재해보험 보상을 위한 조사가 시작됐다. 가축보험과 농작물보험은 농협손해보험이 정부·지방자치단체 지원을 받아 판매하는 정책보험이다.
 
가축보험은 자연재해에 따른 가축피해를 보장하며, 보험료의 50%는 정부가, 20∼40%는 지자체가 지원한다. 농작물보험은 과수, 벼, 원예시설, 밭작물, 버섯 등 57개 작물을 보장한다. 보험료의 50%는 정부가, 30%는 지자체가 지원한다. 강원도에 따르면 현재 이번 산불로 인해 임야  530ha와 축산시설 925개소, 농업시설 34개 등이 불에 탔다
 
 고성=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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