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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피해, 토양 복구까지는 100년 걸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 결과

중앙일보 2019.04.07 09:43
산불 피해지역의 조림 상태를 원래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 20〜30년, 토양 복구까지에는 100년 넘게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일 발생한 강원도 고성·강릉·인제 산불 피해지역 복구에도 이 정도의 기간이 걸릴 거라는 게 산림 당국의 분석이다.  
 

산림청, 불난 곳 조림 상태 원래 수준 회복에 20~30년
산사태 예방 조치뒤, 산림 기능회복 위한 맞춤형 조림
2006년 낙산사 태운 양양 산불 지역 식목 기간만 3년

지난 6일 산불로 큰 피해를 본 강원도 속초시 장천마을 일대 산림이 폐허로 남아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일 산불로 큰 피해를 본 강원도 속초시 장천마을 일대 산림이 폐허로 남아 있다. [연합뉴스]

7일 산림청에 따르면 산불 피해가 발생하면 우선 산사태 등으로 인한 2차 피해가 나지 않도록 산불 발생 당해 연도 장마철 이전에 사방(砂防) 복구 사업을 한다. 이어 6대 산림 기능을 회복할 수 있게 체계적으로 조림을 실시한다. 6대 산림 기능은 생활환경보전림, 자연환경보전림, 수원함양림, 산지재해방지림, 산림휴양림, 목재생산림 등이다.  
 
이에 따라 목재 생산을 위해서는 소나무, 낙엽송, 잣나무, 편백 등을 심는다. 산사태 발생이 우려되는 곳에는 뿌리가 깊은 오리나무, 아카시나무 등을 섞어 가꾼다. 또 주거지와 사찰 등 주요 시설 주위에는 불에 강한 은행나무, 굴참나무, 느티나무, 가시나무류, 녹나무 등을 식재한다.  
 
산림청은 이 같은 방침에 따라 지난해 2월 11일 강원도 삼척에서 발생한 산불 피해지역 복구에 나섰다. 당시 삼척시 노곡면 하마읍리와 도계면 황조리 등에서 산불이 발생해 임야 237ha를 태웠다. 산림청 산림자원과 한창술 과장은 "복원 당시 심은 나무들이 잘 자라고 있다 해도 인공적인 느낌이 남아 있어 과거 울창했던 숲으로 돌아가려면 적어도 20년은 걸린다"라고 말했다.
 
산불 피해 지역 복구에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한지는 과거 사례에서도 알 수 있다. 14년 전인 2005년 4월 5일 발생한 강원도 양양 산불의 경우 산림 피해 지역에 조림만 하는 데도 3년이 넘게 걸렸다. 조림에 필요한 예산도 189억원이나 쓰였다.  
 
당시 도로변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번져 1216㏊의 산림을 태우고 7번 국도를 가로질러 중요 문화재인 낙산사까지 덮쳤다. 낙산사를 둘러싸고 있던 아름드리 해송 숲이 사라지며 입목 피해액만 46억원에 달했고, 문화재와 가옥, 농·축산물 등 산림 외 피해액은 178억원에 이르렀다. 
 
당시 정부와 강원도는 추가 산사태를 막기 위해 사방댐을 설치한 뒤 전문기관 연구용역을 거쳐 '산림복구 종합계획'을 수립했다. 피해 면적의 88%인 1098㏊는 인공적으로 복구하고, 나머지 118㏊는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풀과 나무가 다시 자라나도록 자연 복구하는 계획이었다. 당시 나무 심는 데만 3년이 걸렸다. 
강원도 양양군이 불이 났던 낙산사 주변 산에 수십년생 소나무를 심고 있다. [중앙포토]

강원도 양양군이 불이 났던 낙산사 주변 산에 수십년생 소나무를 심고 있다. [중앙포토]

 
계획에 따라 2006년부터 2008년까지 낙산사 지역에는 소나무 대경목(大莖木·줄기 지름이 30㎝ 이상인 나무) 6000여 그루를 심고, 그 외 일반 지역에는 이팝·왕벚·복자기·단풍·노감주나무 등 경관 조림을 조성했다. 현재 낙산사 주변 경관은 이전과 비슷한 모습을 되찾았다. 하지만 생태계 완전한 복원은 진행중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이 강원도 산불 피해 복원지의 생태계 변화를 20년간 모니터링한 결과에 따르면, 산불이 난 후 복구까지 어류 3년, 개미는 13년, 조류는 19년, 경관 및 식생은 20년, 야생동물은 35년, 토양은 10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대 남성현(전 국립산림과학원장) 교수는 “산불이 난 곳은 토양이 산성화해 나무가 잘 자라지 않을 수 있어 복구 기간이 오래 걸린다”며 “산불피해 지역 조림지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관리를 철저히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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