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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질이, 또라이, 재수없어"···상사 '힘희롱'도 해고 사유된다

중앙일보 2019.04.07 09:00
“찌질이 둘이 앉아 있네.”

“또라이 저거 재수 없어. 퉤퉤”

“마지막 잔은 러브샷 하자고 하면 성희롱인가?”

지난 2016년~2017년 사이 근로복지공단 직원들이 직장 상사인 A부장으로부터 들었던 말이다. 직원들은 그의 ‘힘희롱(직위를 이용한 괴롭힘)’을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사내 감사를 통해 드러난 A부장에 대한 불만은 다양했다. 

 
한 남자 대리는 동료와 앉아있다가 “쯧쯧~ 저 찌질이” “내가 다 죽여버릴 거야” 등의 말을 들었다고 털어놨다. 한 직원에겐 “얼굴이 안 보이게 하고 부장 욕을 하라”며 모니터를 강제로 올려서 근무하게끔 했고, 다른 직원에겐 “또라이” “재수없어“ 등의 말을 퍼부었다.
 지위를 이용해 괴롭히는 '힘희롱'이 해고 사유가 될 수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중앙포토ㆍ연합뉴스]

지위를 이용해 괴롭히는 '힘희롱'이 해고 사유가 될 수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중앙포토ㆍ연합뉴스]

그가 여직원들 앞에서 성희롱을 했다는 제보도 나왔다. 부서 회식 자리에서 “매번 먹는 삼겹살 말고 질적으로 좋은 것을 먹자”는 말이 나오자, A부장이 여성의 신체 부위를 암시하며 “질적으로 좋은 거요? 그거 성희롱입니다. 하하하”라며 맞받았다는 일화가 나왔다. 회식에서 신입 직원에게 소주 3잔을 마시게 한 뒤 러브샷을 요구하기도 했다.

 
공단은 이같은 문제 제기를 토대로 2017년 5월 A 부장을 해임했다. A부장은 “해임 처분이 부당하다”며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그러자 그는 법원에 중노위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A부장은 회사가 증거도 없이 직원들의 왜곡된 진술을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설령 직원들에게 일부 그런 말을 했어도 이는 혼잣말이거나 정당한 지적이었으며, 성희롱 역시 직원들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정도는 아니었다고 항변했다.

 
"잘못 지적 벗어난 인격적 비하는 직장 괴롭힘"
하지만 법원도 해임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 박성규)는 A부장이 중노위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지난달 29일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직원들이 주고받은 메신저 대화 내용 등을 종합하면 제보 대다수가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설령 직원들의 업무태도를 지적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잘못을 지적하고 바람직한 태도를 설명한 게 아니라 인격적으로 비하하는 표현을 사용했다면 괴롭힘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성적인 발언들 역시 가해자가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고 해도 직원들이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다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봤다.

 
다만 직원들이 제기한 불만 중 일부는 사실관계가 불명확하거나 법적으로 ‘괴롭힘’이 성립되기 어렵다고 봤다. A부장이 비정규직 직원들의 개인별 실적 현황을 벽에 공개적으로 부착한 건 실적 관리 차원이라 보았고, 후배에게 “보고도 안하고, 당신이 부장이냐”며 질책한 건 업무 지적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지시를 듣지 않아 “감사 청구하겠다”는 말을 들은 직원 역시 ‘부당한 지시’에 불응했다는 구체적인 진술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A부장의 말말말, 법원이 판단한 괴롭힘 기준은
힘희롱으로 인정

“(직원들 뒤로 지나가며) 찌질이 둘이 앉아있네” 
“(모니터를 높게 올리고 근무하도록 강요하며) 높이 올려서 얼굴이 안 보이게 장벽을 만들고 부장 욕해.”
“(양식에 맞게 결제를 올렸는데 1시간 동안 세워둔 채 혼내며) 부장 말이 법이야”
“(업무 메신저를 하는 걸 본 뒤) 입이 조용하다 했더니 손이 시끄럽구면, 쯧쯧” “수준 좀 올리자, 수준 좀” “또라이, 재수 없어.”
“(비정규직 직원들이 사정상 사내교육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하자) 알아서 하세요. 다음 주부터 한 명씩 자르면 되죠.” “패거리 정치를 하네.”
 
힘희롱으로 불인정
“(지시를 이행하지 않는 직원에) 감사 청구를 하겠다”
 비정규직 직원들의 개인 실적 현황을 벽에 부착함
“당신이 부장이야? 왜 부장한테 보고도 안하고 회의를 해?”
 
성희롱으로 인정
“(회식 때 질적으로 좋은 걸 먹자는 직원 건의에) 질적으로 좋은 거요? 그거 성희롱입니다. 하하하”
“(직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제 와이프를 윤간했다는 소문이 있다”
“(업무 지도 중이던 선후배 두 명에게) 둘이 사귀어?”
“(추궁 중 얼굴이 붉어진 직원에게) 지금 얼굴이 상기되는 것을 이상하게 받아들이는 건 저급한 생각이야.”
“(여직원에 소주 석잔을 연달아 마시라 한 뒤) 마지막 잔은 러브샷으로 하자고 하면 성희롱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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