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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 핸드폰사진관] 버스 정류장에 핀 꽃등, 목련
권혁재 기자 사진
권혁재 중앙일보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버스 정류장에 핀 꽃등, 목련

중앙일보 2019.04.07 08:00
 
 
 
 서울 백병원·국가인권위·안중근 활동 터 정류장의 목련/ 20190331

서울 백병원·국가인권위·안중근 활동 터 정류장의 목련/ 20190331

희한하게도 버스 정류장에 목련 나무가 있습니다.
모두 세 그루입니다.
한강을 지나온 버스가 도심으로 들어오는 길목 정류장입니다.
정류장 이름은 [서울 백병원·국가인권위·안중근 활동 터]입니다.
수많은 버스와 사람이 지나는 길에 핀 꽃이니 여간 반가운 게 아닙니다.
 
 
 
 서울 백병원·국가인권위·안중근 활동 터 정류장의 목련/ 20190327

서울 백병원·국가인권위·안중근 활동 터 정류장의 목련/ 20190327

지난 3월 27일,
세 그루 나무를 찾아갔습니다.
사실은 세 그루 중, 한 그루에 마음을 뺏긴 터였습니다.
몽우리가 딱 하나만 맺혀 있는 나무입니다.
까만 하늘에 덩그런 한 송이 꽃망울,
저 홀로 애써 밤을 밝히는 ‘꽃등’처럼 여겨졌습니다.
 
수백 송이 꽃을 주렁주렁 매단 나무,
여남은 송이 꽃망울을 매단 나무보다 이 한 송이에 마음이 더 갔습니다.
 
 
 
 서울 백병원·국가인권위·안중근 활동 터 정류장의 목련/ 20190331

서울 백병원·국가인권위·안중근 활동 터 정류장의 목련/ 20190331

3월 31일 다시 찾아갔습니다.
몽우리가 핀 것을 보려고 간 겁니다.
나흘이 지났건만 여태 꽃잎을 펼치지 않았습니다.
더뎌도 참 디딥니다.
 
 
 
 서울 백병원·국가인권위·안중근 활동 터 정류장의 목련/ 20190331

서울 백병원·국가인권위·안중근 활동 터 정류장의 목련/ 20190331

활짝 핀 꽃이 가득한 옆 나무는 도심의 불빛에도 아랑곳없이 돋보입니다.
숫제 가지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그득합니다.
그런데 이 한 송이는 꽃잎조차 펼치지 않을까요?
 
4월 5일,  
꽃을 보려고 또다시 갔습니다.
한껏 기대를 품은 채였습니다.
 
 
 
 서울 백병원·국가인권위·안중근 활동 터 정류장의 목련/ 20190405

서울 백병원·국가인권위·안중근 활동 터 정류장의 목련/ 20190405

나무를 본 순간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꽃이 온데간데없습니다.
벌써 피고 져버렸을까요?
아니면 지나는 버스가 일으킨 바람에 진 걸까요?
 
 
 
왼쪽 3월 31일 촬영                      오른쪽 4월 5일 촬영

왼쪽 3월 31일 촬영 오른쪽 4월 5일 촬영

버스가 일으킨 바람에
온몸으로 맞서고 있는 나무를 살펴봤습니다.
그새 만개하여 시들어 가고 있습니다만,
지지는 않았습니다.
 
 
 
왼쪽 3월27일 촬영                      오른쪽 4월 5일 촬영

왼쪽 3월27일 촬영 오른쪽 4월 5일 촬영

다시 한 송이 꽃이 폈던 나무를 살폈습니다
같은 위치에서 사진을 찍어 비교해봤습니다.
가지가 부러져 나간 흔적이 보였습니다.
진 게 아니었습니다.
가지 채로 부러져 사라진 겁니다.
 
사실 저 홀로 펴서 어둠을 밝히는 ‘꽃등’을 핸드폰사진관에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그 기대 때문에 여러 번 찾아간 겁니다.
기대가 속절없이 사그라졌으니 여간 맘 쓰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영문을 알 턱도 없습니다.
영문을 알아도 별도리 없습니다.
 
다만,
내년 봄에 활짝 펴서 밤을 밝힐 ‘꽃등’을 기다릴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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