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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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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광고 거르고, 출장비 순식간 처리 “AI가 일꾼”

중앙일보 2019.04.07 05:00 경제 3면 지면보기
 
 

[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

 
 
포스코ICT 직원들이 RPA(업무 자동화 솔루션)가 업무를 자동 수행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포스코ICT]

포스코ICT 직원들이 RPA(업무 자동화 솔루션)가 업무를 자동 수행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포스코ICT]

 
게임 캐릭터 간 능력차도 '이 녀석'으로 맞춘다
게임업체인 넷마블에는 ‘마젤란 프로젝트(이하 마젤란)’가 진행 중이다. 핵심 목표는 ‘균형 잡기’. 게임이 재밌으려면 등장 캐릭터 간 능력이 최대한 비슷해야 한다. 특정 캐릭터가 너무 세면 게임 속 세상의 균형이 무너진다. 마젤란 프로젝트는 이런 캐릭터 간 균형을 인공지능(AI)으로 고르게 하려는 것이다. 인공지능(AI)이 각 캐릭터로 수십만 번 게임을 해본 뒤 ‘A의 스피드는 올리자’, ‘B의 체력은 낮추자’는 식으로 개발자들에게 상세한 수치를 제안한다. 과거엔 일일이 수동으로 테스트를 해보고 조절했었다. 
 
넷마블은 이르면 올해 안에 실제 게임 개발에 이 툴을 적용한다는 목표다. 게임 속 버그(오류)를 잡아내는 로봇의 ‘리그레션 테스트’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버그 수정의 40%가량은 자동으로 이뤄진다. 관련 업무 시간 역시 40%가 줄어들었다.   
 
게임회사 넷마블, 인공지능 특허 출원만 65건에 달해 
지난해 2월 서울 신도림동 쉐라톤서울 디큐브시티호텔에서 열린 ‘제4회 넷마블투게더 위드 프레스(NTP)’ 행사에서 방준혁 넷마블 의장이 인공지능(AI)의 효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넷마블]

지난해 2월 서울 신도림동 쉐라톤서울 디큐브시티호텔에서 열린 ‘제4회 넷마블투게더 위드 프레스(NTP)’ 행사에서 방준혁 넷마블 의장이 인공지능(AI)의 효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넷마블]

 
단순 비용 처리 업무는 물론, 게임 개발에 이르는 다양한 업무를 인공지능(AI)이나 로봇이 처리하는 시대가 우리 곁에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특히 판교 밸리에 있는 대형 IT(정보기술)기업은 이런 움직임의 최첨단에 서 있다. AI·로봇 신기술을 성장 동력으로 보고 회사 연구·개발(R&D) 예산의 상당 부분을 투입하는 데다, 이를 평소 매일 하는 업무에 적용하는 데 별 거부감이 없는 조직문화 때문이다. 실제 방준혁(51) 넷마블 의장은 인공지능(AI)의 역할에 대해 ‘이용자와 경쟁하는 것이 아닌, 이용자 수준에 맞게 게임을 제공하고 같이 놀아주는 것’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넷마블은 지난해 이미 인공지능(AI) 기술 개발 전담조직인 NARC(Netmarble AI Revolution Center)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5일 넷마블 측에 따르면 NARC가 출원한 특허는 65건에 달하고, 이 중 15건은 등록이 완료된 상태다.
 
인공지능(AI)의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건 판교 뿐 아니라 미국 실리콘밸리도 마찬가지다. 구글 차이나의 사장을 지낸 인공지능(AI) 전문가 리카이푸는 앞으로 15년 내 전체 일자리의 40%가량이 인공지능(AI)으로 대체될 것이란 예상을 내놓기도 했다.

 

카카오가 AI를 통해 걸러낸 게시물 예시. 도박이나 지나치게 성적인 내용 등이 담겨있는 게시물들이 필터링 대상이다. 카카오는 AI를 통해 하루 평균 수십만 건의 게시물을 걸러내고 있다. [사진 카카오]

카카오가 AI를 통해 걸러낸 게시물 예시. 도박이나 지나치게 성적인 내용 등이 담겨있는 게시물들이 필터링 대상이다. 카카오는 AI를 통해 하루 평균 수십만 건의 게시물을 걸러내고 있다. [사진 카카오]

 
대량의 콘텐트 안에서 불순한 게시물 등을 찾아내는 것도 인공지능(AI)의 몫이다. 한 예로 카카오는 자사 콘텐트 모니터링에 AI를 활용한다. 상업성 짙은 광고물이나 지나치게 성적인 내용을 담은 게시글 등을 찾아내 이를 삭제한다. 의사의 처방 없이 살 수 없는 ‘비아그라’를 판매한다는 글이나, ‘스포츠토토 필승법’, ‘캄보디아 아가씨 부킹 예약’ 등의 게시물을 AI가 찾아내 솎아내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하루에도 수십 만 건의 유해 콘텐트가 삭제된다. 카카오 측은 " 사실상 사람의 손으론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인공지능(AI)으로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가 운영하는 다음 뉴스와 카페, 댓글 뿐 아니라 브런치(콘텐트 창작 플랫폼)에도 이런 기능이 활용된다. 하지만 이번 승리 파문에서도 드러났듯이 ‘카카오톡’은 개인 공간이니 만큼 모니터링하지 않고, 할 수도 없다. 
  
카카오가 AI를 통해 걸러낸 게시물 예시. 도박이나 지나치게 성적인 내용 등이 담겨있는 게시물들이 필터링 대상이다. 카카오는 AI를 통해 하루 평균 수십만 건의 게시물을 걸러내고 있다. [사진 카카오]

카카오가 AI를 통해 걸러낸 게시물 예시. 도박이나 지나치게 성적인 내용 등이 담겨있는 게시물들이 필터링 대상이다. 카카오는 AI를 통해 하루 평균 수십만 건의 게시물을 걸러내고 있다. [사진 카카오]

 
출장비 처리 시간 88% 줄여
포스코ICT 노무후생팀의 김석환 사원은 최근 들어 업무처리 속도가 30~40%가량 빨라졌다. 인공지능 로봇인 ‘업무 자동화 솔루션 RPA(Robot Process Automationㆍ이하 RPA)'의 도움을 받게된 덕이다. 덕분에 직원들의 출장비를 한결 쉽게 정산하게 됐다. 과거에는 직원들이 청구한 출장비와 회사의 지급기준을 비교하기 위해 출장지 주소를 일일이 입력해 실제 출장 거리를 조회하고, 이를 비교하는 단순 작업을 반복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인공지능 로봇이 출장비 청구 내역에서 장거리 출장만 별도로 골라내 관련 데이터를 생성하고, 자동으로 출장지별 최단 거리를 조회해 여비ㆍ교통비 지급 기준과 비교한다. 직원들의 입력 실수로 잘못 청구된 출장도 알아서 정정해 준다. 이 로봇의 덕을 보는 건 김 사원 뿐이 아니다. 포스코ICT는 재무나 회계, 인사관리 등 경영지원 분야 26개 업무에 이 로봇을 적용 중이다. 도입 효과도 분명하다. 출장비 정산 업무는 과거 연간 650시간 가량이 걸리던 것이 최근에는 80시간으로 88% 줄이는 데 성공했다. 곽현미 포스코ICT 팀장은 “기존 IT 인프라를 그대로 두고 소프트웨어만 업그레이드 하면 되기 때문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지 않고, 구축 기간도 수주~수개월로 짧은 편”이라며 “포스코그룹 계열사 외에 다른 기업에도 보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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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72%는 AI 때문에 일자리 줄어들 것 우려
판교에 있는 SK C&C가 개발한 기업용 챗봇 ‘에이아이에스(AISㆍAibril Intelligent Studio)’는 챗봇이 받은 여러 질문 중 유사도가 높은 문장을 묶어 맥락을 스스로 파악한다. “이 도표 해석이 어려워”라고 말하면 “어떤 도표인가요?”라고  되묻는 게 아닌, 지금까지 파악한 데이터로 ‘금융도표구나’ 알아채 업무에 도움을 주는 식이다. SK C&C 측은 이 챗봇이 대학의 학사관리나 금융권의 비대면 상담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 C&C 김준환 플랫폼&테크1 그룹장은 “앞으론 대고객 서비스용 챗봇은 물론 기업내 사내 매뉴얼을 대신할 검색 챗봇 등 다양한 형태의 AI 챗봇이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물론 이런 업무용 AI나 챗봇을 둘러싼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단순 업무를 중심으로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고 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살제 미국의 조사연구기관인 퓨 리서치 센터는 2017년 “(설문에 응답한) 미국인의 72%가 AI나 머신러닝으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판교=이수기ㆍ김정민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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