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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미국은 ‘유스퀘이크’ 3040 정치혁명 중

중앙선데이 2019.04.06 00:39 630호 4면 지면보기
[SPECIAL REPORT] 젊은 피는 왜 ‘여의도’ 못 가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左), 저스틴 트뤼도(右)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左), 저스틴 트뤼도(右)

우리나라와 달리 유럽 등에서는 젊은 정치인들이 대통령과 총리에 선출되는 경우가 적잖다. 30~40대가 국정을 책임지는 것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지난달 31일 슬로바키아 대선에서는 45세 여성 정치인 주사나 차푸토바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58.3%를 득표한 그는 원외 정당인 ‘진보적 슬로보키아’ 소속이다. 차푸토바의 당선은 정경 유착을 뿌리 뽑고 부패와의 전쟁을 벌이라는 유권자들의 요구가 반영된 결과였다. 국민이 기존의 정치 기득권층에 대한 반발로 정치 경력이 없는 신인을 뽑은 것이다.
 
같은 날 치러진 우크라이나 대선 1차 투표에서도 정치 신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41)가 페트로 포로셴코 현 대통령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과반 득표자가 없어 오는 21일 결선투표를 앞두고 있다. 코미디언이자 배우 출신인 젤렌스키는 TV 드라마에서 부패와 싸운 끝에 일반 시민에서 대통령 자리에 오르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이처럼 유럽 정치판은 기존 기득권층이 독점하는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다. 정치 신인도 충분히 자리를 잡을 수 있는 풍토가 마련돼 있다는 게 우리와 다른 점이다.
 
프랑스 대통령인 에마뉘엘 마크롱(1977년생)이 권력을 잡은 것도 만 39세 때인 2017년이었다. 같은 해 오스트리아에선 31세인 제바스티안 쿠르츠(86년생)가 총리로 뽑혔고 리오 버라드커(79년생)는 아일랜드 총리를 맡았다. 샤를 미셸(75년생) 벨기에 총리는 39세 때인 2014년부터 5년간 총리직을 유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유럽에선 한때 ‘유스퀘이크(youthquake)’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젊은이(youth)들이 정치권의 지각변동(earthquake)과 정치개혁을 주도한다는 의미다. 유럽뿐만이 아니다. 뉴질랜드 여성 정치인 저신다 아던도 37세 때인 2017년 총리에 올랐다. 앞서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71년생)는 2015년에 집권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만 43세였다.
 
미국에서도 정치 신예들의 돌풍이 주목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선 역대 최연소 하원의원이 나왔다. 뉴욕에서 당선된 민주당 소속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는 정치 경험이 전무한 29세의 바텐더 출신이었다. 서구 정치권에서 젊은 정치인들이 일찍부터 자리 잡을 수 있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일단 정치 경력이 나이에 비해 짧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들은 대부분 10대 후반 또는 20대 때부터 정계에 진출해 지방 기초의회에서 정치를 배웠다. 탄탄한 정치 수업을 통해 일찍이 실력을 다질 수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는 국가 차원의 정치 신인 발굴 시스템도 한몫했다. 이로 인해 ‘제3의 길’을 주창한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20대 초반 노동당에 들어가 44세에 총리직을 꿰찼다. 빌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40대에 대통령에 당선됐다.
 
젊은 정치인들이 갖고 있는 장점도 적잖다. 무엇보다 기존 정치인들과 달리 구습에 덜 얽매이는 경향이 있다. 정치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의미다. 급변하는 국내외 정치·경제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젊은 지도자가 오랜 사회적 갈등을 조정한 사례도 많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는 국민 갈등의 씨앗이었던 낙태 문제를 해결해 냈다. 국민투표를 통해 ‘임신 12주 이내 낙태 허용’를 관철시키면서다.
 
로이터통신은 “슬로바키아 대선에서 보듯 유럽에선 정치 신인들이 주류 정치인으로 급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보장돼 있다”며 “이는 기득권 정치의 부작용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덜 지불하는 장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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