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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조직·기득권·편견 ‘넘사벽’에 갇힌 청년 정치

중앙선데이 2019.04.06 00:38 630호 4면 지면보기
[SPECIAL REPORT] 젊은 피는 왜 ‘여의도’ 못 가나
[일러스트=이정권·이은영 gaga@joongang.co.kr]

[일러스트=이정권·이은영 gaga@joongang.co.kr]

“가장 큰 현실적 어려움이요? 무엇보다 경제적 진입 장벽이 첫째 장애물이죠.”
 

출마 땐 현금 최소 4000만원 기본
조직 열세, 당내 경선은 바늘구멍
의원 돼도 들러리·얼굴마담 취급

청년 진입 어려워 정당 혁신 역부족
공천제 바꾸고 의견 적극 수렴을

젊은 청년 정치인이 현실 정치에 뛰어들 때 어떤 애로사항에 직면하게 되느냐는 질문에 오창석(33) 더불어민주당 청년정책연구소 부소장은 “당장 돈 문제에서 벽에 부닥치게 된다”고 답했다. 오 부소장은 2016년 20대 총선 때 민주당 영입 케이스로 부산 사하을에 출마했다 낙선했다.  
 
“총선에 출마하려면 중앙선관위에 1500만원, 소속 정당에 200만원의 기탁금을 내야 한다. 예비경선을 하려면 여론조사 업체에 1500만원을 또 내야 하고. 여기에 작게라도 지역 사무실을 구하려면 시작과 동시에 최소한 현금만 4000만원이 기본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웬만한 중장년층도 감당하기 쉽지 않은 액수인데 청년 후보에겐 얼마나 큰 부담이 되겠느냐.”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2016년 20대 총선 때 30대로는 유일하게 지역구에서 당선된 김해영(42) 민주당 최고위원도 “진입 장벽이 가장 큰 현실적 장애”라고 동의했다. 그는 “젊은 정치신인이 기성 정치인의 조직과 인지도를 극복하고 당내 경선을 통과하기는 매우 어려운 게 한국 정치의 현실”이라며 “당의 전략적 배려 없이는 젊은 정치인이 배출되기 힘든 구조”라고 지적했다.  
 
기존 정치권의 고착화된 시각도 젊은 정치인에겐 넘기 힘든 벽이다. 실제로 여야 정당은 선거 때만 되면 청년들을 ‘얼굴마담’으로 내세우고 구색 맞추기 용도로만 활용하기 일쑤였다. 20대 총선 때 비례대표로 당선된 신보라(36)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은 “여야 모두 청년들을 병풍처럼 들러리만 세우려 할 뿐, 실제 정치 참여에는 굉장히 인색하다는 점에서 비난을 들어도 싸다”고 꼬집었다. 김정화(40)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제 나이가 사회에선 결코 젊은 축에 속하지 않는데 정치권에선 여전히 새내기 취급받는 실정”이라며 “청년과 여성 정치인을 일회용 소모품이나 박수부대 취급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비판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국회 진입도 그림의 떡이지만 어렵사리 당선된 뒤에도 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니다. 김 대변인은 “무엇보다 폐쇄적이고 독점적이면서 수직적인 정당 문화가 큰 걸림돌”이라며 “이런 구조에서 젊은 정치 신인이 힘 있는 중견 정치인에 기대지 않고 홀로 역량을 키워가기는 결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도 “국회는 민의를 대변하는 곳인 만큼 다방면의 민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데, 젊은 정치인이 워낙 부족하다 보니 청년들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며 “어느 조직이든 노·장·청 조화가 중요한데 지금의 국회는 연령별 다양성이 현격히 떨어져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신 최고위원은 “젊은 정치인의 부재는 정치개혁 실종과도 적잖은 연관성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전엔 소장파라고 불린 젊은 의원들이 당의 혁신을 견인해 왔지만 지금은 그런 그룹을 결성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한국당만 해도 30대는 저 한 명에 40대 초반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 보이콧 등 당이 민심과 동떨어진 결정을 내릴 경우 문제를 제기하고 싶어도 다수의 다선 의원들이 ‘정치는 원래 이런 거야’라며 밀어붙이면 달리 방도가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자리·주거·출산 등 청년 문제가 여의도 정치권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오 부소장은 “청년들은 뭔가 말하고 싶어도 딱히 얘기할 공간이 없다는 점에 좌절하고 있다”며 “정치권이 젊은층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줄 공간을 하루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치에서도 격변기마다 광장의 정치가 작동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초고속 인터넷 시대를 맞아 여야 정당에 변변한 인터넷 광장 하나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 이제라도 민주청원 제도 같은 걸 만들어 젊은층 의견을 적극 수렴하며 소통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박신홍 기자 jbj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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