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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효과냐 밑 빠진 독이냐…유통 황제 노리는 쿠팡의 사활 건 도전

중앙선데이 2019.04.06 00:21 630호 12면 지면보기
쿠팡의 누적적자가 2조6000억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한국의 아마존을 꿈꾸는 쿠팡은 ‘물류 혁명’을 통해 한국 유통을 장악하겠다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출혈경쟁 속에 만성적인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 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반면, 물동량이 늘어날수록 비용이 낮아져 머지않아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도 적지 않다. 네이버·G마켓·인터파크 등 온라인 오픈마켓의 강자들과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온라인까지 영토를 넓히려는 신세계·롯데 등 기존 유통업체들이 본격적인 힘겨루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쿠팡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누적적자 2조6000억 달하지만
손정의로부터 3조 유치해 메꿔

지난 4년간 매출은 13배 급성장
물류·페이·멤버십 묶어 단골 확보

아마존식 ‘규모의 경제’ 달성해
빠른 배송의 덫 벗어날지 주목

 
소프트뱅크, 쿠팡 기업가치 10조원 평가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2010년 김범석 대표가 창업한 쿠팡은 당시에는 티몬·위메프와 함께 소셜커머스 업체로 분류됐다. 하지만 2014년 익일 배송을 내세운 자체 물류 서비스 ‘로켓배송’을 도입하면서 종합 물류기업으로 변신했다. 네이버 쇼핑이나 지마켓 등 오픈마켓은 입점한 판매자들이 전시한 상품을 소비자들이 골라 살 수 있는 온라인 장터(플랫폼) 역할을 한다. 배송을 택배업체들이 맡는다. 플랫폼 사업자들은 광고와 수수료가 주 수입원이 된다. 쿠팡의 사업모델은 다르다. 제조업체로부터 직접 사들인 물건을 물류센터에 쌓아뒀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직원들을 통해 고객의 집까지 배달해준다. 직원인 로켓맨이 직접 배달해주는 로켓배송 대상 품목은 515만개에 달한다. 플랫폼 사업자와 대형마트, 그리고 택배업체까지 아우르는 셈이다.
 
문제는 이런 물류 시스템을 갖추는데 엄청난 돈이 든다는 점이다. 다음주 실적발표를 앞둔 쿠팡은 지난해 4조6000억~5조원의 매출에 8000억~1조원의 영업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2016년 이후 3년간 매년 6000억원 안팎의 적자를 본 것을 고려하면 누적적자는 2조6000억원을 넘어섰다. 쿠팡은 해외에서 자금을 유치해 위기를 피하고 있다. 2015년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으로부터 10억 달러(1조1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데 이어 지난해에도 소프트뱅크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손잡고 조성한 비전펀드를 통해 20억 달러(2조2000억원)의 추가 투자를 받았다. 손 회장은 당시에 “쿠팡이 한국 e커머스 시장의 리더이자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인터넷 기업 중 하나”라고 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쿠팡의 기업가치를 90억 달러(10조원)로 평가했다.
 
아무리 실탄이 든든해도 밑 빠진 독이라면 미래가 없다. 쿠팡의 영업손실 규모는 2014년 1215억원에서 지난해 8000억원으로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김범석 대표는 이를 “계획된 적자”라고 부른다. 물류 시스템을 갖추는데 드는 비용이라는 시각이다. 실제로 쿠팡은 투자받은 돈으로 인천과 덕평의메가물류센터를 비롯해 전국에 수십개의 물류기지를 세웠다. 전국의 물류센터 면적을 합치면 축구장 150개 규모에 달하는데 내년까지 이를 두배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또 2만5000명의 직원을 고용해 매일 170만 상자의 물건을 배송하고 있다.
 
아마존 역시 1994년 창업 이후 8년 동안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는 “당장 적자를 보더라도 고객을 붙잡아놓으면 실적은 회복되게 마련”이라며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아마존은 2017년 미국 전자상거래의 43%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의 온라인 거래 점유율은 지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가 18%, 11번가가 12%인 반면 쿠팡은 6%에 불과하다. 토이저러스를 파산시키고 메이시스와 시어스 백화점 지점 수백개를 폐쇄하게 만든 ‘아마존 효과’를 기대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쿠팡은 긍정적인 신호가 적지 않다는 입장이다. 첫째, 전자상거래 시장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11조원이던 전자상거래 금액은 올해 133조원, 내년 159조원으로 연 20%씩 성장할 전망이다. 전체 소비에서 전자상거래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24.1%에서 2020년에는 31%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둘째, 적자 규모는 커졌지만 매출이 더 큰 폭으로 늘면서 매출 대비 적자비율은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쿠팡의 매출도 최근 4년간 13배로 늘었다. 지난해에만 성장률이 70%가 넘는다. 이에 따라 2015년에는 48%에 달했던 적자비율이 2017년에는 23.8%까지 낮아졌고, 지난해에는 20%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셋째, 배송물량이 늘면서 배송 단가도 낮아지고 있어 팔면 팔수록 적자가 나는 악순환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보인다는 점이다. 로켓배송 초기 로켓맨을 통한 직배송 비용은 상자당 1만원에 달했지만, 지난해 일 배송물량이 100만 상자에 달하면서 배송비는 5000~6000원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올들어 일 배송물량이 170만 상자에 달한 만큼 물류비 부담이 더 낮아진 것으로 추산된다. 미래에셋대우증권은 “일 배송량이 300만 상자로 증가하면 아마존식 규모의 경제와 광고 등 신규 수익모델 추가로 흑자 기조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켜보던 대형 유통업체들 견제 본격화
 
쿠팡은 기존에 구축한 물류 기반을 바탕으로 잇따라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월 2900원을 내면 무제한 무료배송을 해주는 멤버십 서비스 ‘로켓와우클럽’에 이어 신선식품을 새벽에 배송해 주는 ‘로켓프레시’, 배민 라이더스처럼 음식과 음료를 주문하면 집까지 배달을 대신해주는 ‘쿠팡이츠’ 등을 시작했다. 지난해 8월에는 폭증하는 물량에 대응하기 위해 자신의 차량을 활용하는 택배 아르바이트인 ‘쿠팡 플렉스’도 도입했다. 현재 하루 평균 4000명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온라인 간편결제 서비스인 ‘로켓페이’에 결제용으로 현금을 예치해놓는 ‘로켓머니’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200만원까지 충전금에 대해 연 5%의 적립금(쿠팡캐시)을 주기로 했다. 은행보다 높은 이율을 제시한 셈이다. 물류와 페이, 멤버십을 묶어 소비자들이 ‘쿠팡 없이는 삶이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쿠팡의 미래에 대해서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교차한다. 유통 인프라를 갖춘 건 사실이지만 언제쯤 수익성이 개선될지는 명확하지 않다. 유치한 자금이 떨어지는 것이 빠를지, 시장 장악이 빠를지는 현재로서는 단언하기 어렵다. 다만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라며 느긋하게 지켜보던 유통업체들에게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해 1조원의 해외투자를 유치한 신세계는 지난달 온라인 통합법인 ‘에스에스지(SSG)닷컴’을 공식 출범했다. 롯데는 지난해 8월 계열사별로 운영하던 8개 온라인몰을 통합한 ‘e커머스 사업본부’를 만들고 앞으로 5년간 3조 원을 투자해 2022년까지 e커머스 매출 20조 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임일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쿠팡은 가장 큰 장점인 빠른 배송이 역설적으로 영업이익을 갉아먹는 상황”이라며 “강력한 차별화를 통해 아마존식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못한다면 치킨게임에 머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창우 기자 changwoo.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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