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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접목한 첨단소재…비즈니스·아트 협업 무한하다

중앙선데이 2019.04.06 00:21 630호 18면 지면보기
이탈리아 로마의 막시(MAXXI) 뮤지엄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만든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설계로 2010년 탄생한 국립 현대미술관이다. 고대 유물로 가득한 고색창연한 도시에서 만나는 미래적 비주얼의 컨템포러리 미술관은 그 자체로 독특한 감흥을 준다. 그런데 여기서 이색적인 전시가 시작됐다.
 

이탈리아 ‘알칸타라’ 회장 보라뇨
소비자·지속가능성 문제에 관심
IT 등 전 분야서 감성적 접근 중요

패션 등 다양한 분야와 콜라보
오리지널 기술이 명품의 비결

네덜란드 기반의 디자인 스튜디오 ‘포르마판타스마(Formafantasma)’의 ‘네르비 인 더 메이킹(Nervi in the making)’전(3월 15일~4월 14일)이다. 20세기 초 이탈리아의 혁신적인 건축공학가 피에르 루이지 네르비(Pier Luigi Nervi·1891~1979)의 페로시멘트(ferrocement·여러 겹의 강철 그물코에 콘크리트를 부어 만든 강하고 가벼운 자재) 공법에서 받은 영감을 설치작품으로 재해석한 전시다.
  
수퍼카 내장재로 명성 높은 합성소재
 
람보르기니 내장재로 사용된 알칸타라. [사진 알칸타라]

람보르기니 내장재로 사용된 알칸타라. [사진 알칸타라]

특이한 것은 람보르기니나 마세라티 같은 수퍼카의 내장재로 명성 높은 첨단 섬유소재 ‘알칸타라(alcantara)’를 활용했다는 점이다. 알칸타라는 폴리에스터와 폴리우레탄으로 구성된 합성 소재이자  이 소재를 제조하는 이탈리아 기업명이기도 하다.  일견 천연 세무 가죽처럼 보이지만, 가볍고 부드러운 실크와 유사한 촉감에 내구성도 뛰어나다. 알칸타라는 2011년부터 막시 뮤지엄과의 협업전 ‘알칸타라-막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매년 새로운 아티스트를 선정해 막시 뮤지엄 소장 작가 중 한 명의 작품 세계를 탐구하고 알칸타라 소재를 이용해 혁신적인 재해석 작업을 하도록 하는 프로젝트다.
 
안드레아 보라뇨 회장. [사진 알칸타라]

안드레아 보라뇨 회장. [사진 알칸타라]

2004년부터 알칸타라를 이끌고 있는 안드레아 보라뇨(Andrea Boragno) 회장은 1972년 설립 이후 평범한 섬유제조사였던 회사를 명품 브랜드 회사로 도약시키고 매출도 3배 이상 끌어올린 인물이다. 미술은 물론 오페라나 패션 등 다양한 예술 분야와의 협업, 유럽 최초의 탄소중립성(탄소배출 총량을 0으로 만들기) 인증 등으로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켜 전 세계적인 저성장 모드에서도 꾸준히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아시아 시장에서 인기가 높아지면서 현대차와 기아차가 이 소재를 도입했고, 삼성 갤럭시 휴대폰 케이스와 디자인 가구 토레 등에서도 사용 중이다.
 
꾸준히 아트와 협업을 하고 있다. 첨단 소재와 예술은 어떤 접점이 있나.
“예술가는 우리 소재로 창의력을 발휘하고, 우리는 더 많은 상품으로 변신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한다. 혁신을 통해 더 주목받고, 회사 이미지도 업그레이드되면서 알칸타라의 사용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것을 일반 고객에게도 알릴 수 있다. 비즈니스와 아트가 상생하는 좋은 길이다.”
 
아디다스(左), 삼성 갤럭시S 케이스(右). [사진 알칸타라]

아디다스(左), 삼성 갤럭시S 케이스(右). [사진 알칸타라]

기술과 예술의 결합이 마케팅 트렌드다. 알칸타라만의 차별점이라면.
“우리는 10년 전에 이미 기능성과 감성의 접목에 대해 생각했는데 그게 트렌드로 확장되고 있다. 자동차나 IT나 모든 분야에서 소비자에게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우리는 이런 소비자 니즈에 꾸준히 대응해 왔다. 그 결과 7년 전만 해도 섬유 소재로만 알려졌지만 지금은 라이프스타일 분야의 대표적인 브랜드가 됐다.”
 
지속가능성을 경영의 핵심 가치로 삼고 있는데, 계기가 뭔가.
“탄소를 발생시키는 세계 250개 대기업 중 70%는 탄소 저감에 전혀 관심이 없다. 우리는 10년 전 자발적으로 탄소중립성을 실현했다. 2008년 세계 경제위기 당시 시장의 변화를 감지했는데, 환경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소비자들이 이 문제에 더 관심을 가질 것이고 이것이 업계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 예상했다. 그래서 알칸타라는 지속가능한 가치를 통해 차별화하기로 하고 회사 구조도 이에 맞게 바꿔나갔다. 지금은 원자재 폴리머를 친환경 바이오 원자재로 대체하는 게 목표다. 앞으로 사탕수수를 이용한 바이오 자재를 생산할 것이고, 폐기물의 80%를 재활용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개발 중이다.”
  
한국 디자이너·아티스트와 협업 원해
 
‘포르마판타스마’의 안드레아 트리마르키(오른쪽)와 시모네 파레신. [사진 알칸타라]

‘포르마판타스마’의 안드레아 트리마르키(오른쪽)와 시모네 파레신. [사진 알칸타라]

매출을 세 배로 높인 비결은.
“우리의 브랜드 정체성은 ‘메이드 인 이탈리아’다. 유럽의 많은 공장들이 인건비를 줄이려 동유럽 등으로 이전하고 있지만 알칸타라는 모든 생산시설이 여기 있다. 소비자들은 저렴한 제품이 아닌 지속가능성, 그리고 ‘메이드 인 이탈리아’ 같은 특별한 가치에 지갑을 연다.”
 
토즈 출신 디자이너 안드레아 인콘트리 컬렉션. [사진 알칸타라]

토즈 출신 디자이너 안드레아 인콘트리 컬렉션. [사진 알칸타라]

합성 섬유나 인조 가죽에는 싸구려 이미지가 있는데, 어떻게 명품이 됐나.
“우리는 인조 가죽과 비교한 적이 없다. 알칸타라는 혁신적이고 특별한 재질이기 때문이다. 우리 경쟁 제품은 천연 가죽이다. 미적으로나 기능적으로나 천연 가죽보다 뛰어날 뿐 아니라 동물을 죽이지 않고 지속가능성을 추구한다. 우리만의 기술을 가진 오리지널이기에 명품이 됐다 생각한다.”
 
한국 시장 확대를 위해 한국 디자이너나 아티스트와 협업하면 효과가 클 것 같다.
“내 욕망을 어떻게 알았나. 중국과 일본 아티스트와는 협업했는데 한국과는 기회가 없었다. 임팩트 강한 작업을 하는 작가들을 만나고 싶다.”
 
로마 막시 뮤지엄서 이색 전시회…합성소재로 표현한 기발한 설치미술
막시 뮤지엄의 ‘네르비 인 더 메이킹’ 전. [사진 알칸타라]

막시 뮤지엄의 ‘네르비 인 더 메이킹’ 전. [사진 알칸타라]

‘알칸타라-막시 프로젝트’전은 뮤지엄 2층 ‘살사 클라우디아 지안 페라리’ 홀에서 열렸다. 올해의 아티스트로 선정된 포르마판타스마의 듀오 디자이너 안드레아 트리마르키와 시모네 파레신은 추상적인 개념을 독특한 감성으로 구체화해 보여주는 스타일로 유명한데, 이들은 막시 아카이브 중 네르비의 건축에 주목했다.
 
지난달 14일 개막식이 열린 전시장은 한창 작업 중인 건설 현장인양 철골 구조물들이 산재했다. 자세히 보니 공사판 가림막처럼 철골 구조물들을 감싸고 있는 것이 알칸타라 소재다. 빛바랜 양피지 같은 색감으로 제작된 거대한 ‘알칸타라 커튼’에는 네르비의 작업물들을 촬영한 흑백 사진이 그대로 프린트되어 있다. 현대 건축물이면서도 마치 고딕 성당을 연상시키는 장식적이고 화려한 요소들을 거대한 스케일로 부각해 보여주고 있었다. 철골에 매달린 확성기에선 네르비의 음성이 울려 퍼졌다. 철근콘크리트 구조공학의 선구자이면서 건축의 미학적 가치를 강조했던 네르비의 대학 강의 녹음이라고 했다. 알칸타라와의 협업 전시 공간 자체가 네르비의 마스터클래스를 상징하고 있는 것이다.
 
포르마판타스마가 네르비에게 주목한 건 그가 기능적이고 다양하게 변형 가능한 시멘트를 아름답고 창의적으로 활용해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점이다. 바로 천연 가죽보다 기능적이면서도 아름답고 우아하며 다양하게 변형 가능한 알칸타라 소재와의 연결고리다.  
 
알칸타라에 프린트된 7 네르비의 작품 세계

알칸타라에 프린트된 7 네르비의 작품 세계

특히 알칸타라가 자동차 인테리어는 물론 마이크로소프트의 서피스 프로 태블릿 같은 전자 기기부터 스와로브스키 액세서리까지, 고객의 니즈에 따라 ‘완벽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는 것을 어필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디자이너 시모네 파렌신은 “알칸타라는 아주 다목적으로 활용가능하고 미묘한 색감 표현이 가능해 작업하기에 흥미로운 소재”라면서 “만일 네르비가 살아있었다면 알칸타라 소재를 이렇게 활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뜻을 담았다. 네르비가 고딕 양식을 동경했던 점과 커다란 스케일에서 재능을 뽐냈고, 기능성과 심미성 양쪽으로 탁월했다는 점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오프닝에 참석한 보라뇨 회장은 “알칸타라는 기능이 뛰어날 뿐 아니라 비주얼적으로 아름답고 감성적”이라면서 “포르마판타스마가 시멘트와 알칸타라라는 서로 동떨어진 재질에서 동질성을 찾아내 표현했다는 게 경이롭다. 이런 기발한 아이디어를 통해 알칸타라의 세계가 얼마나 무궁무진한지 발견할 수 있다”고 찬사를 보냈다.
 
로마(이탈리아)=유주현 기자 yj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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